[Day 96] 수경선생의 거문고
4월 · 다 버린 밤 | 약 3분 읽기

단계(檀溪)의 강을 뛰어넘은 유비(劉備)가 산길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었다. 산길의 중턱에서, 작은 초당(草堂) 안쪽에서 거문고 소리가 낮게 흘러 나왔다.
유비가 걸음을 멈추었다. 거문고의 가락이 한 결 맑았으나, 그 가락의 한 자락이 갑자기 끊겼다. 초당 안쪽에서 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거문고의 결이 갑자기 끊어짐은, 영웅(英雄)의 기운이 가까이 와 있음이라.”
유비가 낮게 초당의 문을 두드렸다. 노인이 문을 열었다. 흰 수염이 어깨까지 내려져 있었고, 맑은 눈이 깊게 빛났다. 노인이 낮게 말하였다. “유 장군(劉將軍)이 아니시오. 오래 기다렸소이다. 안으로 드시오.”
유비가 고개를 숙였다. “어르신. 제 이름을 어찌 아시는지요.” 노인이 낮게 미소를 지었다. “단계의 강을 뛰어넘은 말의 주인은 오늘 아침 한 사람뿐이오. 내 이름은 사마휘(司馬徽), 자는 덕조(德操), 호는 수경(水鏡)이오.”
유비가 두 손을 모아 예(禮)를 올렸다. “수경 선생의 이름을 일찍부터 들었사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뵈옵게 되니, 이만큼 큰 기쁨이 없나이다.”

수경이 차 한 잔을 유비에게 올렸다. 두 사람이 낮은 자리에 마주 앉았다. 수경이 낮게 말하였다. “유 장군. 오늘 단계의 도약은 말의 결이 아니라, 장군의 한 결의 도약이었소. 다만 그 도약이 앞으로 오래 이어지려면, 한 사람의 조력(助力)이 필요하오.”
유비가 낮게 고개를 숙였다. “어르신. 그 한 사람의 이름이 누구이옵니까.” 수경이 낮은 미소를 지었다. “복룡(伏龍)·봉추(鳳雛)의 두 이름이오. 이 두 사람 중 한 사람만 얻어도 천하의 결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오.”
유비가 두 눈을 크게 벌렸다. “어르신. 그 두 사람의 본명을 알려 주실 수 있으시겠는지요.” 수경이 낮게 웃었다. “유 장군. 오늘은 이 두 이름만을 건네드리고자 하오. 본명은 장군의 걸음이 다음 자리로 옮겨 갈 때에 스스로 드러나게 될 것이오.”
유비가 고개를 깊게 숙였다. “수경 선생. 오늘의 두 이름을 제 가슴 안쪽에 깊게 새겨 두겠사옵니다.”
그 저녁, 유비가 수경의 초당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밤 늦게, 다른 젊은 선비가 초당의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그 선비가 수경과 잠시 낮게 이야기한 뒤, 떠났다. 유비가 그 선비의 이름을 물었으나, 수경이 낮은 미소만으로 답하였다.
Book 4의 아흔여섯 번째 저녁이 수경의 초당의 거문고 위에서 조용히 깊어 가고 있었다. 水鏡琴(수경금, 수경선생의 거문고)의 세 글자가, 끊긴 가락과 차의 잔과 복룡·봉추의 두 이름과 젊은 선비의 이름 없는 방문이 한 자리에 놓인 호흡의 씨로 심어지고 있었다. Day 95의 檀溪躍의 도약이, 오늘 저녁 수경의 초당의 거문고 아래에 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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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산길의 초당 안쪽에서 거문고의 가락이 갑자기 끊어지는 저녁이 있지요. 그 끊어짐이, 한 영웅의 기운이 가까이 와 있음을 알리는 신호이옵니다. 오늘 당신의 저녁에도, 한 가락의 한 결이 갑작스러운 끊어짐으로 누군가의 기운이 다가옴을 알리고 있지는 아니한지요. 그 끊어짐의 결을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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