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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선] 한 끼 밥상 앞에서 돌아본 남편의 자리

문창진 시인의 「가끔 아내의 남이 되고 싶다」

기사입력 기사번호 56582

“남이 해주는 밥이 맛있다”는 아내의 말은 흔한 푸념처럼 들리지만, 문창진 시인은 그 한마디에서 오래된 부부의 시간을 끌어낸다. 아내는 오늘도 밥을 짓고, 늙은 냉장고를 열어 두릅장아찌와 신김치를 꺼내 남편 앞에 놓는다. 특별할 것 없는 한 끼지만 그 밥상에는 한 여자가 살아온 시간이 고스란히 놓여 있다.

[코리안투데이] 문창진 시인의 「가끔 아내의 남이 되고 싶다」  © 장시백 기자

“버리기엔 아깝고 / 곁에 두기엔 부담스러운” 오래된 반찬과 마주 앉은 화자의 모습은 묘한 웃음을 준다. 오래 묵은 반찬과 오래 함께 살아온 부부가 슬며시 겹쳐지면서, “서로 닮은 존재들이 마주 앉아 / 먹고 먹히며 인사를 나눈다”는 표현에는 익숙함과 애틋함이 함께 배어난다. 서로의 좋은 점도 싫은 버릇도 다 알고 있으면서 결국 한 밥상에 마주 앉는 것이 오래된 부부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시의 중심에는 밥보다 사람이 있다.

“한 여자의 생애가 / 밥이 되고 / 반찬이 되어 / 누군가를 먹이고 있는 순간이다”

이 대목에서 아내가 평생 차려온 밥상은 단순한 끼니를 넘어 한 사람의 생애가 된다. 가족을 먹이고 살리기 위해 부엌을 오갔던 시간, 끼니를 챙기고 치우고 다시 밥을 지었던 날들이 밥과 반찬 속에 겹쳐진다. 남편은 어느 순간 자신이 먹고 있는 것이 밥 한 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바라보게 된다.

그런데 시는 무겁게 흘러가지 않는다. 아내가 자리를 뜨자 남편은 설거지할 생각에 수저가 바빠진다. 조금이라도 빨리 먹고 치우려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이런 생활의 익살이 있어 시 속의 미안함도 억지스럽지 않다. 오래 함께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보았을 법한 장면이다.

그러다 문득 젊은 날의 기억 하나가 끼어든다.

“아내와 나란히 칼질을 했던 / 그 레스토랑은 아직도 영업 중일까”

지금은 익숙한 밥상을 사이에 두고 살아가는 두 사람이지만, 한때는 누군가 차려준 음식을 앞에 두고 나란히 앉아 있던 시절도 있었다. 서로가 아직 조금은 낯설고 설레던 때, 밥을 짓는 사람과 받아먹는 사람으로 역할이 굳어지기 전의 두 사람이다. 오래전 레스토랑을 떠올리는 짧은 회상은 현재의 밥상과 젊은 날의 부부를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 제목의 의미가 선명해진다.

“생각해보니

나는 아내에게

한 번도 남이었던 적이 없었나 보다”

처음 제목에서 만난 ‘남이 되고 싶다’는 말은 다소 낯설다. 그러나 시를 끝까지 읽고 나면 그 ‘남’은 아내와 멀어지고 싶은 사람이 아니다. “남이 해주는 밥이 맛있다”는 아내에게 한 번쯤 밥을 차려주는 사람, 늘 익숙하게 받아온 자리에서 벗어나 아내를 위해 무언가 해주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다가온다.

오래 함께 살다 보면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당연한 사람이 되기 쉽다. 밥이 차려지는 일도, 누군가 가족의 끼니를 걱정하는 일도 어느 순간 당연한 일상이 된다. 문창진 시인의 「가끔 아내의 남이 되고 싶다」는 그 익숙한 밥상 앞에서 남편을 잠시 멈춰 세운다.

평생 아내의 남편으로 살아왔기에 한 번도 아내의 ‘남’이 되어보지 못했다는 깨달음. 그 말 속에는 오래 함께 살아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미안함과 애틋함이 함께 들어 있다. 한 끼의 밥상을 바라보다 비로소 아내의 시간을 바라보게 된 남편의 마음이 오래 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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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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