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97] 서서의 이름
4월 · 다 버린 밤 | 약 3분 읽기

수경(水鏡) 선생의 초당에서 하룻밤을 묵은 유비(劉備)가 신야(新野)로 돌아간 며칠 뒤, 한 젊은 선비가 신야의 성문 앞에 섰다.
선비는 검은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손에 긴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그의 눈빛이 맑고, 발걸음이 가벼웠다. 성문의 수문장(守門將)이 그의 이름을 물었다.
“단복(單福)이라 하오. 유 사군(劉使君)을 뵈옵고자 하오.”
유비가 단복의 이름을 받고 즉시 성문 앞으로 나와 그를 맞이하였다.
“선생. 오늘 이 신야의 작은 성에 귀한 걸음을 주시어, 감사하옵니다.”
단복이 고개를 낮게 숙였다.
유비가 단복을 한 자리에 앉히고 한 잔의 차를 올렸다. 단복이 낮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사군. 오늘 이 자리에 이른 것은, 사군의 결 아래에서 한 자리를 얻고자 함이옵니다.”
유비가 낮게 고개를 숙였다.
“단 선생. 오늘의 마음을 깊게 받겠나이다. 다만 저의 이 신야의 자리는 매우 좁고, 많은 은혜를 베풀기 어려울 것이옵니다.”
단복이 낮은 미소로 답하였다.
“사군. 작은 결은 큰 결의 씨이옵니다.”

그 며칠 뒤, 허도(許都)의 조조(曹操)의 막하 장수 조인(曹仁)이 삼만 군을 이끌고 신야 쪽으로 내려왔다. 유비가 단복을 한 자리에 청하여 낮게 물었다.
“단 선생. 오늘의 조 장군의 삼만 군을 어찌 맞이할 수 있겠사옵니까.”
단복이 낮은 미소를 지었다.
“사군. 조인의 결은 팔문금쇄진(八門金鎖陣)에 깊게 놓여 있사옵니다. 그 진(陣)의 여덟 문(門) 중 생문(生門)·상문(傷門)·경문(景門)의 세 문은 길(吉)하고, 두문(杜門)·사문(死門)·경문(驚門)의 세 문은 흉(凶)하옵니다. 생문 쪽으로 돌진하여, 경문 쪽으로 빠져 나오게 하시옵소서.”
유비가 깊게 고개를 끄덕였다. 관우(關羽)·장비(張飛)·조운(趙雲) 세 장수가 단복의 지휘 아래에 생문으로 돌진하였다. 팔문금쇄진이 한 번에 무너졌다. 조인의 삼만 군이 한 번에 흩어졌다.
허도의 조조가 그 소식을 받았다. 조조가 낮게 물었다.
“신야의 단복(單福)이 누구인가.”
정욱(程昱)이 낮게 답하였다.
“주공. 단복의 본명은 서서(徐庶), 자 원직(元直)이옵니다. 영천(潁川) 사람으로, 어린 시절 한 사람을 죽이고 몸을 옮겨 이름을 바꾼 인물이옵니다. 그의 재주(才)는 당대의 최상(最上) 중 한 명이옵니다.”
그날 밤, 조조가 낮은 계책을 정욱에게 맡겼다.
“중덕(仲德). 서서의 노모(老母)가 영천에 계시다 하니, 그 노모를 허도로 모셔오게. 노모의 이름으로 서서의 걸음을 허도 쪽으로 이끌어 보세.”
Book 4의 아흔일곱 번째 저녁이 신야의 성루 위에서 조용히 깊어 가고 있었다. 庶名現(서명현, 서서의 이름이 드러남)의 세 글자가, 검은 수건과 단복의 이름과 팔문금쇄진의 생문과 서서(徐庶)의 본명이 한 자리에 놓인 호흡의 씨로 심어지고 있었다. Day 96의 水鏡琴의 거문고가, 오늘 저녁 서서의 이름의 드러남 위에 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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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한 사람의 가명이 첫 자리에 놓이고, 그의 본명이 큰 결의 드러남 뒤에 밝혀지는 저녁이 있지요. 그 본명의 드러남이, 그 다음 큰 결에 깊게 이어지는 자리이옵니다. 오늘 당신의 저녁에도, 가명이 본명의 드러남으로 이어지는 자리가 혹시 놓여 있지는 아니한지요. 그 결의 드러남을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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