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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살아있다 100년 전 오늘

[100년 전 오늘] 1926년 9월 2일 – 낙성식 한 달 앞둔 총독부 신청사, 벽돌을 나른 건 하루살이 인부들의 손이었다

기사입력 기사번호 56618
🕙 오전판 · 1926년 9월 2일 목요일
1926년 9월 2일 목요일, 경성. 늦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한낮에도 광화문 옛 자리에서는 조선총독부 새 청사를 마무리 짓는 망치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낙성식이 꼭 한 달 남은 날이었다. 거리 한쪽에서는 지난 6월 순종의 인산일에 터진 만세 소리의 뒷수습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그날의 경성

헐린 흥례문 터에는 10년째 공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1916년 첫 삽을 뜬 조선총독부 신청사는 정초식과 상량식을 거쳐 이제 마무리 단계였다. 다음 달 1일 시정기념일에 맞춰 낙성식이 잡혀 있었기에, 이날도 석공과 목수, 미장이들이 새벽부터 나와 돌계단과 회랑을 다듬었다. 하루 품삯을 받는 조선인 인부들은 대부분 지게로 자재를 날랐고, 비계 위에 종일 서서 일했다. 총독부는 이 거대한 건물이 통치의 상징이 될 것이라 알렸지만, 정작 그 벽돌을 나른 손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이들이었다.

한편 지난 6월 10일 순종의 인산일, 종로 거리에서 터져 나온 만세 소리의 뒤끝도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그날 붙잡힌 학생 천여 명 가운데 11명이 치안유지법과 출판법 위반 등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고, 공판은 오는 11월로 예정되어 있었다. 완공을 앞둔 거대한 관청 건물과, 그 그늘 아래 재판을 기다리는 학생들 — 같은 경성 하늘 아래 두 개의 풍경이었다.

경성과 한반도

경성에서 멀리 떨어진 만주 땅에서도 조선 사람들의 움직임은 분주했다. 지난 4월 양기탁 등이 조직한 고려혁명당을 비롯해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던 독립운동 세력들은, 7월 무렵부터 하나의 정당으로 뭉치자는 민족유일당 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정의부·참의부·신민부로 나뉘어 있던 만주의 세 조직을 하나로 합치자는 논의도 이 무렵부터 본격화되었다. 국내 신문들은 검열 아래 이런 소식을 자세히 전할 수 없었지만, 만주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경성의 노동자들이 총독부 청사를 짓는 사이, 국경 너머의 동포들은 뿔뿔이 흩어진 힘을 하나로 모으려 애쓰고 있었다.

그날의 세계

하루 전인 9월 1일, 프랑스는 위임통치 아래 있던 레바논 지역에 공화국을 수립한다고 선포했다. 시리아의 일부로 여겨지던 땅에 의회제 정부를 세운 것으로, 중동의 지도를 다시 그리는 사건이었다. 중국에서는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혁명군이 북벌의 고삐를 죄고 있었다. 이 무렵 우창성을 에워싼 국민혁명군은 며칠 뒤인 4일 장시성 국경을 넘어 공세를 넓혔고, 우한 일대 세 도시를 향한 전투는 10월까지 이어질 참이었다. 식민지 조선의 하늘 아래서도, 국경 너머 중국 대륙에서도, 낡은 질서를 허물고 새 판을 짜려는 힘들이 동시에 꿈틀거리고 있었다.

경성 24시

이른 새벽, 광화문 공사장 인부들은 해 뜨기 전부터 줄지어 모여들었다. 하루치 품삯을 받기 위해 조를 나눠 자재를 날랐고, 한낮 뙤약볕 아래서는 비계 그늘에 몸을 숨겨 잠깐씩 숨을 돌렸다. 점심은 대개 주먹밥이나 보리밥 한 덩이로 때웠다. 종로 쪽 정미소와 방직 공장에서도 사정은 비슷해서, 여공들은 하루 열 시간 넘게 기계 앞을 지켰다. 저물녘이 되어서야 인부들은 품삯을 손에 쥐고 흩어졌고, 그 돈으로 저녁 끼니와 다음 날 쌀을 마련했다. 총독부 새 청사가 화려하게 올라가는 동안, 그것을 지은 손들의 하루는 이처럼 고단하고 소박했다.

100년의 거울

100년이 지난 지금, 광화문 옛 총독부 터에는 다시 경복궁의 옛 모습이 복원되어 있다. 그 시절 하루 벌어 하루를 살던 공사장 인부의 자리에는, 안전모를 쓰고 법으로 정해진 노동시간과 최저임금을 보장받는 노동자가 서 있다. 오늘의 노동 현장에도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지만, 적어도 하루 품삯을 받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야 했던 100년 전의 풍경과는 다른 세상이다.

1926년 2026년
노동시간 정해진 규정 없음, 해 뜰 때~질 때 법정 근로시간 준수
임금 지급 일당제, 그날그날 현금 정산 최저임금법 적용, 정기 급여
안전장비 거의 없음 안전모·안전대 의무화

내일을 기다리며

내일, 1926년 9월 3일 금요일에는 또 다른 경성의 하루가 펼쳐진다. 내일 아침 🕙 10시 10분,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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