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03] 공명의 출산(出山)
4월 · 다 버린 밤 | 약 3분 읽기

융중(隆中) 초당의 지도 위에 삼분(三分)의 축이 그려진 그 다음 날 아침, 제갈량(諸葛亮)의 걸음이 초당을 나서 신야(新野) 쪽으로 옮겨 갔다.
제갈량이 아우 제갈균(諸葛均)에게 낮은 한 마디를 건넸다.
“균아. 오늘 내가 걸음을 산 바깥쪽으로 옮기네. 초당과 콩밭의 결을 네 손 아래에 부디 오래 지켜 주게. 내 걸음이 이 초당으로 다시 돌아올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네.”
제갈균이 고개를 깊게 숙였다.
“형님. 초당과 콩밭의 결을 오래 지키겠나이다.”
제갈량의 아내 황(黃) 부인이 한 벌의 면포(木綿布) 도포를 남편의 어깨 위에 가볍게 걸쳤다. 황 부인이 낮은 한 마디를 흘렸다.
“공. 오늘의 도포를 오래 입으시옵소서.”
제갈량이 낮은 미소를 지었다.
초당 문 앞에 유비(劉備)가 한 필의 말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관우(關羽)·장비(張飛)가 한 걸음 뒤에 섰다. 제갈량이 고개를 숙이고 말 위에 올랐다. 그의 손에 한 자루의 깃부채(羽扇)가 들려 있었다.
제갈량의 말과 유비의 적로(的盧)가 나란히 섰다. 두 말의 네 발이 융중의 산길을 천천히 내려갔다. 초당의 문이 뒤에서 조용히 닫혔다.

길 위에서, 나무꾼의 노래가 다시 낮게 흘러 왔다.
“와룡이 일어났으니, 때가 이르렀네. 용이 하늘로 올랐네.”
유비가 말 위에서 낮은 미소를 지었다.
제갈량이 낮은 한 마디를 흘렸다.
“사군. 오늘 산길의 나무꾼의 노래가 바뀌어 있사옵니다. 일어난 용은 사군의 결 아래의 결이옵니다.”
유비가 고개를 깊게 끄덕였다.
“공명. 오늘 출산(出山)의 걸음이, 삼분의 결의 첫 발이외다.”
신야(新野) 성문 안쪽에, 관우·장비의 두 결이 먼저 도착하여 제갈량을 맞이할 자리를 준비하였다. 성루 위에 작은 환영(歡迎)의 깃발이 올라갔다.
제갈량의 말이 신야 성문 앞에 이르렀다. 그의 두 눈이 성루 위의 깃발을 낮게 바라보았다. 깃발의 결이 바람에 얕게 흔들리고 있었다.
Book 4의 백세 번째 저녁이 신야 성문 앞 깃발 아래에서 조용히 깊어 가고 있었다. 出山一(출산일, 산을 나오는 한 걸음)의 세 글자가, 한 벌의 면포 도포와 한 자루의 깃부채와 나무꾼의 바뀐 노래와 환영의 깃발이 한 자리에 놓인 호흡의 씨로 심어지고 있었다. Day 102의 隆中對의 삼분이, 오늘 저녁 산 바깥쪽의 깃발 아래에 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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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한 사람의 걸음이 오래 머물렀던 산을 나서는 저녁이 있지요. 한 벌의 면포 도포와 한 자루의 깃부채만을 지니고 나서는 자리이옵니다. 오늘 당신의 저녁에도, 오래 머물렀던 자리를 나서는 걸음이 혹시 놓여 있지는 아니한지요. 그 걸음의 결을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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