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06] 요동 두 머리
4월 · 다 버린 밤 | 약 3분 읽기

역경(易京)의 본진에 닷새째 바람이 불고 있었다.
북쪽에서 오는 바람이었다. 모래가 섞여 있었다. 곽가(郭嘉)의 천막 앞에 그 바람이 크게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천막의 귀퉁이가 낮게 울었다. 곽가는 이미 닷새째 자리에 누워 있었다. 그러나 안쪽에서는 여전히 등잔불이 꺼지지 않았다. 문서 한 장이, 어젯밤 늦게까지 그 불빛 아래에 펼쳐져 있었다.
조조(曹操)는 그 불빛을 몇 번이나 멀리서 보았다. 들어가지는 않았다. 오늘 새벽, 정묘(精妙)의 한 마디를 곽가에게서 이미 받아 두었기 때문이었다. 본진을 허도(許都) 쪽으로 물리고, 요동(遼東)은 공손강(公孫康)에게 맡겨 두라. 그 한 마디면 충분했다.
다만 조조는, 그 마디를 받고 돌아서는 순간부터,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기다림은 그의 오랜 일이 아니었다. 쉰셋이 되도록, 그는 언제나 먼저 움직이는 쪽이었다. 먼저 움직이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것을, 스물여덟의 낙양에서 배운 뒤로, 그는 그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 새벽, 봉효의 한 마디가 그 습관 위에 다른 결을 얹어 주었다. 먼저 움직이지 않음이, 때로는 먼저 움직이는 것보다 깊은 결의라는 것을.
닷새가 지났다. 엿새가 지났다. 이레째 되는 날 정오 무렵, 북쪽으로부터 한 무리의 인마가 먼지를 일으키며 본진 바깥에 닿았다.
앞에 선 자는 요동 태수 공손강의 사신이었다. 그 뒤로는 두 명의 군사가 각각 상자를 짊어지고 있었다. 검은 옻칠을 한 나무 상자였다. 뚜껑 위에는 비단 한 폭이 덮여 있었다. 바람이 그 비단을 들어 올렸을 때, 근처의 병사 하나가 작게 “흡” 소리를 냈다.
안의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상자는 본진 가운데 장막 앞에 내려놓였다. 조조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휘하의 순욱(荀彧), 순유(荀攸), 가후(賈詡)가 뒤에서 따라섰다. 곽가만이 그 자리에 없었다.
공손강의 사신이 한쪽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다.
“요동 태수께서, 원희(袁熙)와 원상(袁尙), 두 사람의 머리를, 승상의 본진에 바치라 하셨사옵니다.”
조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비단을 직접 걷었다. 두 머리가 그 자리에 놓여 있었다. 원소(袁紹)의 셋째와 둘째였다. 형제였던 두 얼굴은, 이제 서로 다른 상자 안에서 각자의 마지막 표정을 지키고 있었다.
조조는 한참 동안 그 두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비단을 다시 덮었다. 천천히 덮었다.
“공손강에게 전하라. 요동의 영토는 그대로 요동에 둔다. 좌장군(左將軍) 양평후(襄平侯)에 봉한다.”
사신이 두 손을 이마에 대었다.

사신이 물러간 뒤, 조조는 곽가의 천막 쪽으로 돌아섰다. 순욱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승상. 봉효(奉孝)의 마디대로 되었습니다.”
조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다만 천막의 등잔불이 여전히 켜져 있는 것을, 오래 바라보았다.
“— 봉효는, 오늘 이 두 머리를 볼 수 있을까.”
순욱은 대답하지 못했다. 조조의 말끝이 얕게 떨렸다.
그 이튿날 새벽, 조조는 곽가의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상자는 들이지 않았다. 두 머리는 어제 저녁에 이미 매장되었다. 다만 조조는, 손에 한 장의 문서를 들고 있었다. 공손강이 보낸 복명서였다. 곽가가 그것을 읽는 것을, 조조는 곁에서 보고 싶었다.
곽가는 자리에 누운 채 두 눈을 떴다. 조조가 문서를 펼쳐 그 앞에 놓았다.
곽가의 두 눈이 문서 위에서 잠깐 머물렀다. 그러고는 아주 작게, 거의 소리가 되지 못한 웃음 한 조각이, 입가에 스쳐 지나갔다.
“…주공, 이것이… 마지막… 한 자락이옵니다.”
조조가 곽가의 손 위에 자기 손을 포갰다. 손은 이미 차가웠다. 그러나 그 차가움 안쪽 어딘가에서, 오늘 새벽의 정묘가 아직 한 박자 살아 있었다.
북쪽 하늘의 큰 별이 이미 떨어진 지 반년이 넘어 가고 있었다.
그 별이 떨어진 자리 곁에서, 또 하나의 작은 별이, 오늘 새벽, 조용히 가장 밝게 빛나고 있었다.
—

“✒️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이기는 잠시보다, 기다리는 순간이, 더 어려운 날이 있지요. 움직이지 않기로 한 결의가 움직이는 결의보다 무거운 날, 그런 날이 이따금 당신 곁에도 오셨을까요. 오늘은 그 움직이지 않은 고비 덕분에, 저편의 사람이 스스로 걸어 들어온 하루였습니다. 당신 곁에도, 오늘 꼭 움직여야 할 것처럼 보이지만, 그저 하루만 더 가만히 두어도 되는 일이 혹시 있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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