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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A 삼국지 365

[Day 118] 채모의 눈

기사입력 기사번호 58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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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18] 채모의 눈

4월 · 다 버린 밤 | 약 3분 읽기

삼국지 365 · Day 118 · Book 1 「별이 모이다」
삼국지 365 Day 118 헤더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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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襄陽) 자사부(刺史府) 서쪽 별채의 방, 채모(蔡瑁)는 오늘 밤 오래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에는 두 통의 서신이 펼쳐져 있었다. 왼쪽은 허도(許都)의 친지가 보낸 편지. 오른쪽은 형주 북쪽 변경 군(郡) 태수가 올린 비밀 서장이었다. 두 편지의 내용은 달랐지만, 결론은 같았다.

조조(曹操)는 내년 봄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채모의 나이는 마흔다섯이었다. 유표(劉表)의 후처인 누이 채씨(蔡氏) 덕분에 형주 수군도독(水軍都督)의 자리까지 오른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자리를 누이의 덕으로 얻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 손으로, 스무 해 동안, 형주 수군의 배와 노와 깃발을 하나씩 엮어 온 사람이었다.

그의 책상 위에는, 두 통의 편지 옆에, 명부(名簿)가 놓여 있었다. 형주 성년 남자의 명부 가운데, 그의 손끝이 오늘 밤 하나의 이름 위에 여러 번 머물렀다.

新野 劉備.

채모는 책상 앞에서 일어섰다. 방 안을 두어 바퀴 천천히 돌았다. 걸음이 조용했다. 발 소리가 마룻바닥에 거의 들리지 않았다.

유표가 죽고 난 뒤의 형주가, 채모의 오늘 밤 가장 큰 풍경이었다. 유표의 장자 유기(劉琦)와 차자 유종(劉琮) 사이의 후계 다툼이, 지난 두 해 동안 형주 안쪽 모든 자리의 온도를 바꾸어 놓고 있었다. 유기의 어머니는 일찍 죽었다. 유종의 어머니는, 채모의 누이였다.

유종이 다음 자사(刺史)가 된다는 것은, 채모에게 하나의 그림이었다. 그 그림 안쪽에서, 자기 손이 형주의 남쪽 창가에서 조용히, 마지막 붓을 내릴 수 있는 자리였다.

그러나 그 그림 안쪽에 유비의 이름이 들어오면, 그림이 깨졌다. 유비의 성이 유(劉)라는 그 글자는, 유종의 어린 머리에게 가장 위험한 글자였다. 유기가 살아 있는 한, 유비가 그 편에 설 수 있었다. 그리고 유표가 죽고 나면, 유기와 유비가 한 자리에 서는 순간, 유종의 그림은 사라질 수 있었다.

채모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붓을 잡았다. 오른쪽의 서장에 한 줄을 덧썼다.

監視(감시)., 신야의 유비를, 앞으로 한 달 동안 매일 한 번, 사람을 보내 살피게 한다.

그 한 줄을 쓰고, 다시 한 줄을 덧썼다.

遠接(멀리서 맞는다)., 다음 연회에서는, 유비의 자리를 아예 대청 바깥의 별실로 옮긴다. 공식 자리에서 한 걸음 더 멀리 떼어 둔다.

두 줄을 쓴 뒤, 채모는 붓을 내려 놓았다. 호흡을 고르게 내쉬었다. 자기 계획이 스스로도 무거웠다. 그러나 그 무거움이 아직은 그의 어깨를 견딜 수 있는 무거움이라고, 그는 속으로 확인했다.

삼국지 365 Day 118 중간 일러스트

문 바깥에서 발소리가 났다. 그의 부관(副官) 장윤(張允)이었다.

“도독. 아직 불이 켜져 있사옵니까.”

“들어오게.”

장윤은 안쪽으로 들어와 한 걸음 떨어져 섰다. 채모가 책상 위의 명부를 가볍게 덮었다.

“장윤. 신야에 우리 사람 둘이 들어가 있는가.”

“그러하옵니다. 지금 한 사람은 신야의 시장에서 쌀장수로, 또 한 사람은 관아 밖 마구간지기로 들어가 있습니다.”

“오늘부터 한 명을 더. 유비가 매일 아침 뒤뜰을 한 바퀴 돈다는 소문이 나돌더군. 그 한 바퀴의 걸음을, 멀리서 세어 보게.”

장윤이 두 손을 모았다. 두 손이 모일 때의 소리도 조용했다.

그 밤 늦게, 채모는 마지막으로 한 장의 종이를 더 폈다. 오른쪽 귀퉁이에 작은 글자 하나를 적었다.

疑(의심).

의심은, 그의 오늘 밤 가장 깊은 감정이었다. 유비의 서신에서 답이 너무 정중했다. 연회에서 짧은 다리 의자 위에서 몸이 너무 곧았다. 말석에서 일어나 유표 앞에 가서 잔을 받을 때의 허리 각도도, 너무 단정했다. 짧은 다리 의자를 흔들어 보여 주었을 때, 유비가 짓는 표정이, 너무 맑았다.

맑은 표정은, 채모가 가장 다루기 어려운 종류의 표정이었다. 분노보다, 슬픔보다, 심지어 두려움보다, 맑은 표정이 제일 어려웠다. 맑은 표정 안쪽에 들어 있는 것이 무엇인지, 바깥의 사람으로서는 알 길이 없기 때문이었다.

“현덕(玄德)… 당신의 맑은 표정 안쪽에는, 무엇이 들어 있소.”

채모가 작게 중얼거렸다. 대답은 없었다. 방 안의 어둠이, 그 물음 뒤에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같은 밤, 신야(新野)의 관아 뒤뜰에서 유비는 뒤뜰을 한 바퀴 돌고 막 방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발걸음이 어제보다 반 박자 빨라져 있었다. 허벅지 안쪽의 살을 본 뒤부터, 그의 걸음이 조금씩 짧고 단단해지고 있었다. 그 변화를, 유비 본인은 의식하지 않았다. 관우(關羽)만이, 뒤뜰 구석에서 그 변화를 매일 아침 측정하고 있었다.

채모의 맑은 표정에 대한 의심이 양양의 서쪽 별채에서 깊어 가는 사이, 신야의 뒤뜰에서는, 그 맑은 표정의 주인이, 오늘 밤 한 바퀴를 조금 더 짧은 걸음으로 돌고 있었다. 두 방 사이의 거리는 반나절 길이었다. 두 방 안쪽 의심과 결의의 거리는, 반나절보다 훨씬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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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365 Day 118 마무리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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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자기 자리를 지키려는 사람의 눈 안쪽에는, 본인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의 이름 하나가, 오래 머물러 있기 마련이지요. 오늘 채모의 눈은 유비의 이름 위에서 오래 머물러 있었사옵니다. 의심은 사람을 바쁘게 만들지만, 결의는 사람을 오히려 조용하게 만듭니다. 오늘 당신 곁에도, 당신의 이름 위에 오래 머물러 있는 누군가의 눈이 혹시 있으신지요. 그 눈 앞에서, 가장 맑은 표정 하나를 오래 지켜 두실 수 있으신지요.

📅 내일 Day 119: 대나무 숲 너머

“채모의 감시가 신야로 다가오는 그 며칠 사이, 양양 남쪽의 대나무 숲 너머의 작은 초당에서는, 형주의 학자들이 ‘형주에 은사(隱士)가 있다’는 풍문을 한 번 더 주고받고 있었다.” — 연삼흠 박사

평역 — 연삼흠 평역가 · Sam H. Yeon, Ph.D. · 延三欽博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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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삼흠 평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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