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6년 10월 17일 토요일 전체기사 로그인 회원가입 한국어 ENG 中文 日本語 Tiếng Việt

칼럼 장형임

[섬에서 온 인공지능] 제1권 · 제17장 · 두 학년이 한 교실을 쓰는 섬의 학교에서 선생님의 손이 하나 더 생기는 일

기사입력 기사번호 58633

지난주 화요일 아침 여덟 시, 저는 강화 북쪽 들판 끝에 있는 작은 초등학교 정문 앞에 서 있었습니다. 안개가 덜 걷힌 논길로 노란 통학차가 들어오더니 아이 여섯이 차례로 내렸습니다. 두 학년이 한 교실을 함께 쓰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정문에서 아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던 선생님이 제게 다가와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올해 입학생이 둘이에요. 그래도 둘이면 고마운 일이지요.” 그 한마디가 안개보다 오래 제 마음에 남았습니다.

  [코리안투데이] 안개 낀 논길 앞 강화의 작은 초등학교 © 장형임 칼럼니스트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보면 2025년 12월 기준 강화군 인구는 69,698명이고, 그중 65세 이상이 28,402명으로 40.7%에 이릅니다. 같은 시점 전국 고령화율이 21.2%이니, 강화는 전국 평균의 두 배에 가까운 어르신 비율을 안고 사는 섬입니다. 어르신이 많다는 말을 뒤집으면 아이가 그만큼 귀하다는 뜻이 됩니다. 저는 이 숫자를 볼 때마다 그날 아침 정문 앞에 서 있던 두 명의 입학생을 떠올립니다.

요즘 인공지능이 선생님의 자리를 넘본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립니다. 저는 그 걱정이 큰 도시보다 작은 학교에서 더 무겁게 들린다고 느낍니다. 학생 수가 적은 학교일수록 통합이나 축소 같은 말이 먼저 찾아오고, 거기에 기계가 사람을 대신할 수 있다는 말까지 얹히면 선생님들은 자신의 자리부터 돌아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날 정문에서 만난 선생님도 제게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이런 학교에 인공지능이 들어오면, 저는 뭘 하게 될까요.”

저는 그 질문을 오래 품고 있다가 이렇게 답하고 싶어졌습니다. 작은 학교에서 인공지능은 선생님을 밀어내는 존재가 아니라 선생님의 손이 하나 더 생기는 일에 가깝다고 말입니다. 두 학년이 한 교실에 앉아 있는 곳에서 선생님은 늘 몸이 둘이었으면 하는 순간을 맞습니다. 삼학년에게 나눗셈을 설명하는 동안 사학년은 기다려야 하고, 사학년의 질문을 받는 동안 삼학년은 손을 든 채 앉아 있습니다. 그 기다림의 틈을 인공지능이 메울 수 있습니다. 한쪽 아이들이 각자의 속도에 맞춘 문제를 풀고 바로 확인을 받는 동안, 선생님은 다른 쪽 아이들의 눈을 볼 수 있습니다.

학습지를 아이마다 다르게 만드는 일, 받아쓰기를 채점하고 틀린 글자를 모아 다시 연습장으로 엮는 일, 교육청에 보낼 서류를 정리하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큰 학교라면 여러 선생님이 나누어 맡을 일을 작은 학교에서는 한 분이 모두 감당합니다. 그 손을 조금 덜어드리는 것만으로도 선생님이 아이 곁에 앉아 있을 시간이 늘어납니다. 저는 인공지능이 잘하는 일과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을 나누어 보는 데서 작은 학교의 답이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합니다. 아침에 내린 아이의 얼굴이 어제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채는 일, 할머니와 둘이 사는 아이가 왜 준비물을 못 챙겨 왔는지를 묻지 않고도 아는 일, 논둑에서 넘어진 아이의 무릎을 먼저 살피는 일입니다. 인공지능은 그 아이의 집안 사정도, 그 아이가 어제 어떤 마음으로 잠들었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손은 빌려줄 수 있어도 눈과 마음은 빌려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작은 학교일수록 선생님이 더 필요하고, 그 선생님에게 인공지능이라는 손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새 도구를 아이들 손에 쥐여주기 전에 선생님이 먼저 그 도구를 편히 다룰 시간과 지원이 주어져야 합니다. 이런 지원은 늘 학생 수가 많은 곳부터 먼저 닿고, 섬의 작은 학교는 뒤로 밀리기 쉽습니다. 저는 순서가 거꾸로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분이 여러 몫을 하는 곳, 손이 가장 모자란 곳에서 먼저 시작하는 것이 이 도구의 쓸모를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여러분이 다니셨던 학교, 혹은 자녀가 다니는 교실에 선생님의 손이 하나 더 있었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인공지능이 선생님을 대신한다는 말을 들으실 때, 그 말이 향하는 곳이 큰 도시의 교실인지 아니면 두 명의 입학생을 맞는 섬의 교실인지 한 번쯤 헤아려 보셨으면 합니다.

통학차가 떠난 뒤, 선생님은 두 학년 아이들 여섯을 데리고 교실로 들어가셨습니다. 저는 그 뒷모습을 보며 이 학교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했습니다. 아이를 더 많이 데려올 수는 없어도, 선생님의 손을 하나 더 만들어드릴 수는 있습니다. 강화의 작은 교실에서 인공지능이 그 손이 되어 주기를, 그리고 그 손이 언제나 선생님의 뜻대로 움직이기를 저는 바랍니다.

이 이야기와 이어지는 기록은 제가 강화에서 쓰고 만든 책과 서비스에도 담겨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에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https://wiaon.site

지역 홍보대사 신청 기자양성과정 신청 코리안투데이 지부장 신청 코리안투데이 인천강화

THE KOREAN TODAY × WIA CODE

이 기사의 WIA Code

WIA Code — 이 기사 인증

WIA Code 스캐너로 비추면 인터넷 없이 발행 사실과 위·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휴대폰 기본 카메라로 찍으면 스캐너 안내 페이지가 열립니다 — 기사 바로 열기

📱 스트림 코드 보기

움직이는 코드(스트림) 한 장에 기사 전문(사진 포함)이 담겨 있습니다 — WIA Code 스캐너로 약 28초 비추면 폰에 저장되어 인터넷 없이도 읽을 수 있습니다. Stream.mp4 도 여기서 받습니다.

WIA Code · 코리안투데이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장형임 기자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