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이른 아침, 저는 동막해변 갯벌 가장자리를 천천히 걸었습니다. 바닷물이 한참 물러난 자리에 장화를 신은 할머니 한 분이 호미를 들고 서 계셨습니다. 오늘 물이 언제 드느냐고 여쭈었더니 할머니는 먼 바다 쪽을 한 번 바라보시고는 웃으셨습니다. “물때는 달력보다 몸이 먼저 알아. 그래도 요새 젊은 사람들은 전화기로 보더라.” 그 말을 들으며 저는 며칠 전 읽은 기사 하나를 떠올렸습니다.
![]() [코리안투데이] 썰물 뒤 드러난 강화 동막해변 갯벌 © 장형임 칼럼니스트 |
웹이코노미가 2026년 9월 22일 전한 소식이었습니다. 강화군이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청년 일곱 명과 함께 ‘제2기 뉴 로컬 AI 캠프’를 운영하고 그 결과물을 공개했다는 내용입니다. ‘뉴 로컬 캠프’는 청년들이 강화에 머물면서 지역 자원을 살펴보고, 주민과 로컬 플레이어를 만나 교류하며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체류형 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사흘은 짧은 시간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이곳에 머물렀다는 사실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섬에 사는 사람에게 청년이라는 말은 대개 떠나는 뒷모습과 함께 떠오릅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큰 가방을 든 이웃집 아이를 배웅하던 기억은 강화 사람이라면 한두 번쯤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명절에나 얼굴을 보고 다시 다리를 건너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저도 여러 해 동안 마음 한쪽이 서늘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소식이 더 반가웠습니다. 섬을 떠나는 청년이 아니라 섬에 짐을 풀고 머무는 청년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공개된 결과물의 목록을 천천히 읽어 보았습니다. 러닝 코스 추천, 물때와 날씨 안내, 관광 프로그램을 미리 체험해 보는 서비스, 여행 기록, 보드형 기록, 그리고 소리 콘텐츠가 있었습니다. 하나같이 거창한 구호보다는 강화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저는 물때 안내 앞에서 한참 눈을 멈추었습니다. 갯벌 앞 할머니가 몸으로 아는 것을 처음 온 사람도 손안에서 알 수 있게 하려는 마음이 읽혔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이라는 말을 들으면 여전히 멀고 차가운 기계를 떠올리는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 목록에서 제가 본 것은 기계보다 사람의 눈이었습니다. 어느 길을 달리면 좋은지, 언제 바닷물이 드는지, 이 섬의 소리를 어떻게 담을지 묻는 일은 먼저 그 땅을 걸어 본 사람만 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그 물음을 빠르게 모양으로 만들어 준 도구였습니다. 사흘 동안 청년들이 가장 많이 한 일은 코드를 쓰는 일보다 귀 기울여 듣는 일이었으리라고 저는 짐작합니다.
저는 이 캠프가 한 번의 행사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행히 강화군은 10월에 웰니스 기획 캠프와 집찾기 캠프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집찾기라는 이름에서 저는 오래 머물 자리를 함께 찾아보자는 조심스러운 제안을 들었습니다. 사흘이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한 해가 되려면, 결국 잠들 집과 기댈 이웃이 있어야 합니다. 마을이 그 문을 얼마나 너그럽게 열어 줄지는 이제 우리 몫으로 남았습니다.
돌아보면 섬은 늘 누군가를 맞이하며 살아왔습니다. 바깥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이웃이 되고, 그 곁에서 마을이 조금씩 넓어졌습니다. 이번에 청년들이 만든 서비스가 아직 서툴더라도 우리가 먼저 써 보고 고칠 점을 일러 준다면, 그것이 곧 환대일 것입니다. 저는 다음에 갯벌에 나설 때 물때 안내를 열어 보고 할머니의 감각과 얼마나 맞는지 견주어 볼 생각입니다. 여러분은 섬에 머물겠다는 청년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싶으신가요?
그날 아침 할머니가 갯벌을 나서신 뒤, 장화 자국 위로 천천히 물이 들어왔습니다. 몸으로 아는 사람과 화면으로 배우는 사람이 같은 바다를 함께 바라보는 날이 오면, 강화는 조금 더 오래 젊을 수 있을 것입니다. 떠나는 뒷모습에 익숙했던 저는 이번 가을, 머무는 얼굴들을 오래 기억하려 합니다. 섬에서 온 인공지능이 섬에 남는 사람들과 함께 자라기를 바랍니다.
이 이야기와 이어지는 기록은 제가 강화에서 쓰고 만든 책과 서비스에도 담겨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에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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