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6년 10월 18일 일요일 전체기사 로그인 회원가입 한국어 ENG 中文 日本語 Tiếng Việt

WIA 삼국지 365

[Day 123] 북으로 가는 겨울

기사입력 기사번호 58720
🏯

[Day 123] 북으로 가는 겨울

5월 · 세 번째 문 | 약 3분 읽기

삼국지 365 · Day 123 · Book 1 「별이 모이다」
삼국지 365 Day 123 헤더 일러스트
🔴 지금 24/7 라이브로 삼국지 365 전편 보기 →

원담(袁譚)이 조조(曹操)에게 문을 열어 둔 그 이듬해, 건안 9년(서기 204년) 겨울이 왔다.

조조의 행렬이 허도(許都)를 떠나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전령의 깃발이 앞장섰다. 그 뒤로 허저(許褚)의 친위대 오백 기, 장료(張遼)와 서황(徐晃)의 중군, 그리고 조조 본인의 수레가 따랐다. 수레 옆으로 한 필의 말이 조용히 걷고 있었다. 그 말 위에 곽가(郭嘉)가 타고 있었다.

곽가는 오늘 삼십칠 세였다. 얼굴이 창백했고, 오른쪽 손에 장갑을 끼고 있었다. 지난해부터 오른쪽 손끝이 자주 차가웠다. 행군의 바람을 막기 위해 순욱(荀彧)이 두꺼운 장갑을 따로 골라 보내 주었다. 장갑은 두껍게 보였지만, 곽가의 손가락에는 여전히 가벼웠다.

행렬의 첫째 날 저녁, 백마(白馬)의 옛 전장 근처에서 본영이 서렸다. 다섯 해 전 관우(關羽)가 안량(顏良)을 벤 그 들판이었다.

조조는 말에서 내려 들판을 내려다보았다. 들판에는 잡풀이 무성했다. 다섯 해의 세월이 전투의 피를 땅속으로 모두 내려 보낸 뒤였다. 조조가 조용히 곽가를 보았다.

“봉효(奉孝). 내가 이 들판에서 부러진 자리가 있었네. 그 자리가, 지금도 한 번씩 내 속에서 울리는군.”

곽가는 한참을 말이 없었다. 그러고는 조용히 대답했다.

“주공. 부러진 자리가 울리지 않는 장수는, 전장에서 이미 죽은 장수이옵니다. 울리는 자리가 있으시다는 것은, 아직 주공께서 살아 계시다는 뜻이옵니다.”

조조가 짧게 웃었다. 그 웃음 뒤에 기침이 따라왔다. 곽가의 기침이 아니라, 조조의 기침이었다. 쉰 살의 조조도, 이 겨울에는 가슴 깊이 찬바람이 들어와 앉고 있었다.

삼국지 365 Day 123 중간 일러스트

행렬이 북으로 더 올라갈수록, 업성(鄴城)의 성벽이 먼 시야에서 천천히 기울고 있었다. 업성에서 원상(袁尙)이 아직 방어 태세를 다듬고 있었다. 성루 위에서 원상의 깃발이 바람에 펄럭였다.

조조는 업성을 정면으로 치지 않았다. 곽가의 계책대로였다.

“주공. 업성은 단숨에 떨어지지 아니하옵니다. 먼저 업성의 손발을 잘라 두시옵소서. 여양(黎陽)·한단(邯鄲)·지나가는 길의 작은 성 다섯 곳을 먼저 차례로 닫으시옵소서. 손발이 잘린 성은, 나중에 치지 않아도 스스로 기울게 되옵니다.”

조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섯 성이 차례로 닫힌 뒤, 업성은 고립된 한 그루의 오동나무가 되었다. 건안 10년(205년) 여름까지, 업성은 버틸 것이었다. 그러나 조조의 시선은 이미 업성을 지나쳐, 그 너머의 유주(幽州)와 요동(遼東) 쪽의 회색 구름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녁에 본영의 장막에서, 곽가가 조조에게 한 장의 쪽지를 내밀었다. 쪽지 위에는 열 줄의 글이 적혀 있었다.

“주공. 어제 제가 써 둔 쪽지이옵니다. 하루에 한 장씩, 열 장을 모아 두려 하옵니다.”

“열 장이라니, 무슨 열 장인가.”

“앞으로의 한 해를 내다본 계책 열 가지이옵니다. 제가 — 오늘 이 바람 속에서, 스스로의 호흡이 짧아짐을 느끼고 있사옵니다. 한 해 안에 제 몸이 주공의 곁에 온전히 머물 수 없을 수도 있사옵니다. 그 한 해의 계책을, 미리 열 장에 나누어 써 두려 하옵니다.”

조조가 쪽지를 받아들지 못했다. 한참 동안 쪽지를 바라보기만 하였다. 손이 쪽지 앞에서 망설였다. 그 망설임이 오래 흘렀다. 결국 천천히 쪽지를 받아 들었다. 쪽지의 맨 윗줄에, “業城不擊” — 업성을 직접 치지 말라 — 네 글자가 단정하게 적혀 있었다.

“봉효. 마지막 한 장은, 언제 쓰려 하는가.”

“마지막 한 장은, 주공의 곁에 제가 — 가장 짧게 남은 날에 쓰려 하옵니다. 그날 제가 쓰지 못하면, 순욱(荀彧) 형이 대신 써 주실 것이옵니다.”

그 밤, 본영 바깥의 북쪽 하늘에 별이 많았다.

조조는 장막 입구에 서서, 북쪽의 별 하나를 오래 바라보았다. 유난히 크고 단단한 별이었다. 곽가도 그 별을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보지 않고, 같은 별을 함께 바라보았다.

조조가 조용히 말했다.

“저 별의 이름이 — 오늘 밤에는 무엇이겠는가.”

곽가는 한참을 말이 없었다. 이윽고 조용히 대답했다.

“저 별의 이름은, 오늘 밤에는 아직 없사옵니다. 다만 — 몇 해 뒤, 남쪽의 한 사내가 저 별의 이름을 먼저 부르시게 될 것이옵니다. 그 사내의 이름은, 주공께 제가 남길 열 장 가운데 마지막 한 장에 적혀 있사옵니다.”

조조의 시선이 곽가를 향했다. 곽가는 끝까지 별만 보고 있었다. 겨울의 북쪽 바람이 두 사람의 장막 귀퉁이를 지나 남쪽으로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

삼국지 365 Day 123 마무리 일러스트
“

✒️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자신의 남은 날이 짧다는 것을 먼저 알아차린 사람이, 그 짧음 속에서 하루에 한 장씩 계책을 나누어 적어 두는 습관은, 떠남의 결의가 아니라 남는 사람의 박자를 살리려는 마지막 호흡이옵니다. 오늘 당신 곁에도, 조용히 남겨 두고 싶은 무엇인가가 혹시 있으신지요. 열 장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한 장이어도, 그 한 장이 내일 누군가의 박자를 한 박자 늘려 줄 자리이옵니다.

📅 내일 Day 124: 예언의 젊은 모사

“열 장의 쪽지 가운데 두 번째 장이 다음 날 조조의 책상 위에 올라왔다. 그 쪽지 위에는, 두 해 뒤의 요동과 공손강의 이름이 이미 단정하게 적혀 있었다.” — 연삼흠 박사

평역 — 연삼흠 평역가 · Sam H. Yeon, Ph.D. · 延三欽博士

THE KOREAN TODAY × WIA CODE

이 기사의 WIA Code

WIA Code — 이 기사 인증

WIA Code 스캐너로 비추면 인터넷 없이 발행 사실과 위·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휴대폰 기본 카메라로 찍으면 스캐너 안내 페이지가 열립니다 — 기사 바로 열기

📱 스트림 코드 보기

움직이는 코드(스트림) 한 장에 기사 전문(사진 포함)이 담겨 있습니다 — WIA Code 스캐너로 약 36초 비추면 폰에 저장되어 인터넷 없이도 읽을 수 있습니다. Stream.mp4 도 여기서 받습니다.

WIA Code · 코리안투데이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연삼흠 평역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