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숙 신바람 공연단을 이끄는 강경숙 단장에게 장구는 단순한 악기가 아니다. 마음 깊은 곳에 쌓였던 슬픔을 잠시 내려놓게 하고, 다시 사람들 속으로 걸어갈 수 있게 해준 삶의 동반자다. 전남 신안군 작은 섬 매화도에서 태어나 서울살이를 시작했던 소녀는 50대 후반 다시 교실로 돌아갔고, 60대에는 장구채를 들고 무대에 섰다. 강경숙 단장은 자신의 인생 2막을 한마디로 건강할 때 즐겁게 살자라고 표현했다.
![]() [코리안투데이] 신안 매화도 소녀에서 만학도, 사회복지사, 경숙 신바람 공연단 단장까지… 건강할 때 즐겁게 살자는 삶의 철학 ©김현수 기자 |
강 단장의 어린 시절은 바다와 함께했다. 친구들과 소꿉장난을 하고 바다에 뛰어들어 수영하던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어린 시절을 보낸 매화도는 지금도 그에게 특별한 고향이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친구의 모습이 부러워 친구를 따라 서울로 올라왔다. 낯선 도시에서 양장기술을 배우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주변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점이었다.
이후 어린 나이에 결혼해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됐다. 생활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탓에 어린아이를 집에 두고 직장에 나가야 했다. 강 단장은 당시를 돌아보며 아이들을 제대로 돌봐주지 못한 것이 지금까지 마음에 남는다고 말했다.
특히 먼저 세상을 떠난 딸에 대한 미안함은 그의 마음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강 단장은 부모로서 딸에게 다 해주지 못한 것들이 항상 마음에 남아 있다고 했다. 살아 있을 때 더 잘해주지 못했다는 생각은 딸을 떠나보낸 뒤 더욱 크게 다가왔다.
그의 삶에 또 다른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50대 후반이었다. 젊은 시절에는 관심이 없었던 공부가 다시 하고 싶어졌다.
강 단장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배움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렇게 늦은 나이에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57세에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고 이후 대학에도 진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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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과 학업을 함께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함께 공부하는 학우들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대학에서는 사회복지를 선택했다. 60대를 바라보는 자신의 나이와 빠르게 고령화되는 사회를 생각했을 때 어르신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분야가 자신에게 잘 맞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강 단장은 서정대학교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했다. 현재 서정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사회복지과는 2년제 전문학사 과정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사회복지 이론과 실무교육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대학 진학 과정에서는 국가장학금 제도도 도움이 됐다. 한국장학재단은 현재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을 비롯해 대학생의 학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장학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강 단장은 대학 재학 기간 동안 여러 자격 과정에도 도전했다. 지금까지 취득한 자격증이 약 20개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사회복지사 자격과 컴퓨터 관련 자격을 취득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유도 분명하다. 사회복지사 자격은 학우들과 2년 동안 함께 공부하며 얻은 결과였기 때문이다.
뒤늦은 공부는 강 단장의 삶에 자신감도 가져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한 뒤 달라진 모습을 보며 주변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배움과 함께 강 단장은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취미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인의 권유로 장구를 배우게 됐다.
![]() [코리안투데이] 신안 매화도 소녀에서 만학도와 공연단 단장으로, 장구채를 잡고 다시 시작한 인생 2막 |
처음부터 공연단을 만들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강 단장은 그저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취미로 장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장구와의 만남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그의 삶을 바꿔놓았다.
한복과도 인연을 맺었다. 한복쇼와 여러 문화무대에 참여하면서 또 다른 자신을 발견했다.
강 단장에게 장구와 한복은 서로 다른 의미를 갖는다. 장구가 마음에 즐거움을 주고 스스로를 위로하게 해주는 악기라면, 한복은 자신의 모습을 아름답고 품격 있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그러던 중 강 단장의 삶에 큰 시련이 찾아왔다. 사랑하는 딸을 갑작스럽게 먼저 떠나보내게 된 것이다.
딸과의 이별 이후 장구의 의미는 더욱 커졌다.
강 단장은 장구를 치는 시간만큼은 온갖 근심과 걱정, 스트레스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장구 소리와 노랫가락이 어우러지는 동안 마음속에 쌓여 있던 감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언제든 장구를 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처음에는 자신을 위한 공간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함께 장구를 치려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강 단장에게 새로운 생각이 들었다.
함께 공연팀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 [코리안투데이] 딸과의 이별을 넘어 장구와 봉사로 다시 선 무대, 강경숙 단장의 새로운 도전 ©김현수 기자 |
그렇게 탄생한 것이 지금의 경숙 신바람 공연단이다.
공연단 이름에 들어간 신바람에도 강 단장의 바람이 담겨 있다. 공연을 보는 사람들이 이름 그대로 신명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신바람이라는 이름을 선택했다.
강 단장이 공연단 운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화려한 기술보다 연습과 단합이다.
아무리 개인의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여러 명이 함께 만드는 공연에서는 호흡이 맞아야 한다. 단원들이 열심히 연습하고 서로 마음을 맞추는 것이 좋은 무대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경숙 신바람 공연단의 특징도 여기에 있다. 장구 한 종목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장구 공연을 비롯해 부채춤과 한복, 어우동춤 등 여러 문화예술 분야를 한 무대에서 선보인다.
다양한 공연이 어우러지고 단원들이 함께 연습하며 만들어내는 신명이 공연단의 색깔이다.
강 단장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관객들이 웃는 모습을 볼 때다.
공연을 보는 사람들이 손뼉을 치고 즐거워하면 오히려 자신이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그 마음은 자연스럽게 봉사공연으로 이어졌다.
![]() [코리안투데이] 57세에 다시 시작한 공부, 60대에는 장구 무대로… 강경숙 단장의 멈추지 않는 인생 |
공연단은 요양원과 데이케어센터, 요양병원 등을 찾아 무료 공연봉사를 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장구 소리에 맞춰 손뼉을 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면 공연하는 단원들도 함께 행복해진다.
강 단장에게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일찍 세상을 떠난 친정어머니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요양시설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어머니를 떠올리고, 그분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으로 봉사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 22일 열린 공연단 창단 1주년 기념공연은 강 단장에게 더욱 특별했다.
무대에 선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먼저 세상을 떠난 딸이었다.
딸은 생전에 친구들에게 우리 엄마는 멋지게 사는 엄마라고 자랑하며 늘 강 단장을 응원했다고 한다. 강 단장은 딸이 살아 있었다면 자신의 공연을 보고 누구보다 기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단 1주년까지 오는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단원들 가운데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 있어 함께 연습 시간을 맞추기 어려울 때가 가장 힘들었다. 창단 1주년 행사 당일에는 비까지 많이 내려 초청한 지인들이 참석하지 못할까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행사장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강 단장에 따르면 당초 50석을 준비했지만 70명이 넘는 지인과 참석자들이 행사장을 찾아 자리를 채웠다. 공연이 이어지는 동안 관객들도 함께 즐겼다.
![]() [코리안투데이] 창단 1주년 맞은 경숙 신바람 공연단… 강경숙 단장, 더 큰 무대와 해외공연 꿈꾼다 |
행사 준비 과정에서는 럭스건설 박종래 회장의 후원이 큰 힘이 됐다고 강 단장은 전했다. 그는 창단 1주년 행사를 후원해준 것에 대해 가장 감사하고 기뻤던 순간 중 하나라고 회상했다. 후원의 구체적인 금액과 범위는 이번 인터뷰에서 별도로 확인하지 않았다.
강경숙 단장은 앞으로도 공연단을 관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팀으로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공연자가 무대에서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공연이 아니라 관객들이 함께 박수 치고 웃으며 신명을 나눌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시선은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해외 무대에도 나가 대한민국의 장구와 부채춤, 어우동춤을 비롯한 다양한 전통문화 공연을 알리는 것이 그의 목표다.
강 단장에게 장구가 어떤 존재인지 물었다.
대답은 어렵지 않았다.
장구 소리와 노랫가락이 어우러지면 우울했던 기분도 풀리고 마음속에 쌓인 것을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의 자신에게는 마음을 풀어주는 가장 좋은 친구와 같은 존재다.
![]() [코리안투데이] 장구·한복·부채춤으로 사람들과 소통… 강경숙 단장, 문화봉사로 이어가는 인생 2막 © 김현수 기자 |
젊은 시절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분명했다.
좋아하는 취미가 있다면 나이 때문에 포기하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꼭 한번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했다.
아픔을 겪고 있거나 늦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말을 전했다.
누구에게나 아픔은 쉽게 잊히지 않지만 그 시간을 견뎌내는 데에는 자신의 의지와 생각이 중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찾아 꾸준히 하다 보면 마음속 아픔도 조금씩 옅어질 수 있다는 것이 강 단장이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생각이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개인적인 소망은 소박하다.
하나뿐인 아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직장생활을 이어가는 것이다.
공연단에 대한 바람도 결국 건강에서 시작한다.
단원들이 무엇보다 건강을 잃지 않고 오래도록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금보다 더 좋은 공연을 만들고 더 큰 무대에도 함께 서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매화도의 바닷가에서 친구들과 뛰놀던 소녀는 낯선 서울에서 삶을 시작했고,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됐다. 50대 후반에는 다시 교복을 입는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했고 대학에 진학했다. 60대에는 장구채를 잡고 무대에 섰다.
그 사이에는 기쁨만큼이나 견디기 어려운 아픔도 있었다.
![]() [코리안투데이] 건강할 때 즐겁게 살자… 아픔을 신명으로 바꾼 강경숙 단장의 삶과 무대 © 김현수 기자 |
하지만 강경숙 단장은 그 시간을 멈춰 있는 이유로 남겨두지 않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았고, 사람들이 모이자 함께 공연단을 만들었다. 이제는 장구로 자신의 마음을 달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무대에 선다.
장구 한 번을 힘껏 두드릴 때마다 공연장은 신명으로 채워진다.
그 소리를 따라 관객이 웃고 어르신들이 손뼉을 치면 강 단장 역시 다시 웃는다.
강경숙 단장이 자신의 인생 2막을 표현한 말은 짧았다.
건강할 때 즐겁게 살자.
그 한마디에는 늦게 시작한 공부도, 장구도, 공연단도, 봉사도 모두 담겨 있다.
강경숙 단장과 경숙 신바람 공연단의 다음 장단은 이제 더 많은 사람과 함께할 무대를 향하고 있다.
[ 김현수 기자: incheoneast@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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