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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7일 토요일 전체기사 로그인 회원가입 한국어 ENG 中文 日本語 Tiếng Việt

칼럼 지승주

[WYD 2027 대한민국은 준비됐는가 ①] 세계 청년 100만 명, 먼저 마음을 준비할 때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는 행사장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에서 먼저 시작돼야 한다
묵주기도 10억 단에서 봉사·환대·나눔으로…가톨릭 신자가 먼저 움직이고 대한민국이 함께 돕는 축제로
정부·서울시의 준비와 한국의 정(情)·예(禮), 첨단기술이 어우러진 ‘서울다운 WYD’를 기대한다

기사입력 기사번호 54742

2027년 여름을 생각하면 조금 가슴이 뛴다.

세계 여러 나라의 청년들이 배낭을 메고 대한민국으로 온다.

언어도 다르고 피부색도 다르다.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음식문화도 다르다. 어떤 청년은 유럽에서, 어떤 청년은 아프리카에서, 어떤 청년은 남미에서, 또 어떤 청년은 우리가 이름조차 익숙하지 않은 작은 나라에서 긴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대한민국 서울이다.

2027년 8월 3일부터 8일까지 서울에서는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Seoul 2027)가 열린다. 본대회에 앞서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는 서울대교구를 제외한 한국의 여러 교구에서 ‘교구대회(Days in the Dioceses)’가 진행된다. 세계의 청년들은 지역교회와 함께 생활하며 한국의 신앙공동체와 문화를 경험한 뒤 서울로 모인다. 공식 마스터플랜은 전체 여정을 2027년 7월 29일부터 8월 8일까지, 10박 11일로 제시하고 있다.

서울 세계청년대회 조직위원회는 2025년 10월 발표한 마스터플랜에서 폐막미사 참가 규모를 약 100만 명으로 전망했다. 개막미사, 교황 환영행사, 청년축제, 교리교육, 십자가의 길, 밤샘기도와 폐막미사 등이 주요 프로그램으로 준비되고 있다.

100만 명.

엄청난 숫자다.

그러나 이 연재의 첫 번째 이야기를 교통이나 숙박, 화장실이나 경비 문제로 시작하고 싶지는 않다.

그보다 먼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가.

더 구체적으로 묻고 싶다.

가톨릭 신자인 나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정부는 무엇을 할 것인가.

서울시는 무엇을 할 것인가.

경찰은 무엇을 할 것인가.

기업은 무엇을 지원할 것인가.

이런 질문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한 가지 질문이 있어야 한다.

“우리 교회와 우리 신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는 가톨릭교회의 행사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기도하고, 가장 먼저 준비하고, 가장 먼저 집의 문과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하는 사람도 우리 가톨릭 신자들일 것이다.

이것이 이 30회 연재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확인하고 싶은 우리의 초심이다.

 세계청년대회는 거대한 국제행사이기 전에 ‘신앙의 순례’다

세계청년대회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WYD는 수십만 명 또는 100만 명이 모이는 거대한 국제행사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공식 조직위원회는 WYD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시작한 세계 청년들의 신앙 순례로 설명한다. 청년들은 기도와 성찬례, 교리교육, 친교를 통해 그리스도를 만나고 자신의 신앙과 소명을 돌아본다. 동시에 서로 다른 나라와 문화에서 온 젊은이들이 우정과 평화, 연대와 인간 존엄의 가치를 나누는 세계적 만남이기도 하다.

2027년 서울 대회의 주제는 요한복음 16장 33절의 말씀이다.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교황 레오 14세는 2025년 8월 3일 로마에서 열린 희년 청년행사를 마치며 2027년 8월 3일부터 8일까지 서울에서 세계청년대회가 열린다고 직접 발표했다. 그는 세계의 청년들이 서울에서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와 함께 만나게 될 것이라고 초대했다.

또 2025년 세계청년의 날 메시지에서는 서울 2027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하자며, 그리스도와의 우정과 사회 안에서 평화를 만드는 증인의 삶을 강조했다. 2026년 7월 포르투갈 청년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도 청년들에게 기도와 침묵 속에서 자신의 소명을 묻고 희망을 잃지 말 것을 당부하며 “2027년 8월 서울에서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서울 WYD의 준비 방향도 분명해진다.

WYD는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는 행사가 아니다.

한국문화를 자랑하기 위해 마련된 박람회도 아니다.

경제효과를 계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행사도 아니다.

중심에는 예수 그리스도와 청년, 기도와 신앙, 평화와 희망이 있다.

이 중심이 흔들리면 안 된다.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일도 중요하다.

K-문화와 한국의 역사, 기술과 관광을 소개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순서가 바뀌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홍보는 WYD의 목적이 아니라, 우리가 세계 청년을 진심으로 잘 맞이했을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여야 한다.

 [코리안투데이]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는 세계 여러 나라의 청년들이 대한민국에서 신앙과 우정, 평화와 희망을 나누는 세계적인 순례가 될 예정이다. 서울 WYD의 성공은 화려한 행사보다 세계 청년을 어떤 마음으로 맞이하느냐에서 시작된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 지승주 기자

가톨릭 신자가 먼저 준비해야 대한민국에 도움을 청할 수 있다

여기서 조금 불편할 수도 있지만 꼭 필요한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우리가 정부에 무엇을 요구하기 전에, 우리 신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서울시에 교통대책을 부탁하기 전에 우리는 순례자에게 길을 안내할 준비를 하고 있는가.

학교와 공공시설에 숙소를 부탁하기 전에 우리 가정은 가능한 범위에서 손님을 맞을 마음을 준비하고 있는가.

통역 인력이 부족하다고 걱정하기 전에 외국 청년에게 웃으며 Welcome이라고 말할 준비는 되어 있는가.

정부 예산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는 시간과 재능, 작은 기부를 내어놓을 준비를 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신자를 나무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2027 서울 WYD라는 귀한 기회를 우리 자신의 신앙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으로 만들자는 제안이다.

가톨릭교회가 주최하는 행사라면 교회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신자가 먼저 기도해야 한다.

신자가 먼저 봉사해야 한다.

신자가 먼저 양보해야 한다.

신자가 먼저 환대해야 한다.

그 모습을 보고 대한민국 사회가 함께 움직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정부와 서울시, 경찰·소방, 의료기관, 기업과 시민사회가 가톨릭교회의 일을 대신하는 구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교회가 먼저 기도와 봉사로 길을 열고, 대한민국이 그 길을 함께 넓혀주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이미 시작된 묵주기도 10억 단,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매우 뜻깊은 움직임이 이미 시작됐다.

서울 WYD 조직위원회는 대회의 성공과 세계 청년들을 위해 묵주기도 10억 단 봉헌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공식 안내는 묵주기도를 바친 뒤 그 단수를 등록하고, 이어 서울 WYD 공식기도를 함께 바치도록 권한다. 서울의 각 본당에는 기도한 단수를 기록하는 묵주알을 모으기 위한 상자가 마련돼 있으며, 이 묵주알들은 향후 서울 WYD를 위한 묵주 제작에 활용될 예정이다.

그리고 놀라운 숫자가 나타나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가 2026년 7월 28일 오전 4시 기준으로 공개한 집계는 516,816,797단이다.

이미 목표인 10억 단의 절반을 넘어섰다. 서울대교구에서만 3억1천만 단 이상이 집계됐고, 전국의 여러 교구와 수도회, 단체들이 기도에 참여하고 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10억이라는 숫자를 채우는 것만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묵주기도 한 단이 숫자 하나로만 기록된다면 조금 아쉽다.

그 한 단의 기도가 내 마음을 변화시켜야 한다.

기도를 하면서 세계의 청년 한 사람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전쟁 중인 나라의 청년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가난 때문에 서울에 오지 못할 수도 있는 청년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박해받는 지역의 신자를 위해 기도할 수도 있어야 한다.

신앙 때문에 고민하는 청년, 미래가 두려운 청년, 가족과 갈등을 겪는 청년, 외로운 청년을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

기도의 숫자가 쌓이고 그만큼 우리의 마음이 넓어진다면 10억 단은 참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10억 단의 묵주기도는 10억 번의 숫자가 아니라, 10억 번 세계 청년을 마음에 품는 기도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서울 WYD를 준비하는 가장 아름다운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공식기도가 이미 여러 언어로 울려 퍼지고 있다는 의미

서울 WYD의 공식기도 역시 주목할 만하다.

현재 조직위원회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한국어와 영어뿐 아니라 스페인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인도네시아어, 중국어, 일본어, 힌디어, 태국어, 타갈로그어를 비롯한 다양한 언어로 공식기도를 제공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번역 서비스가 아니다.

세계교회가 하나의 기도를 각자의 언어로 바친다는 뜻이다.

말은 달라도 기도는 하나다.

국적은 달라도 같은 희망을 품는다.

이것이 세계청년대회의 중요한 모습이다.

실제로 2026년 5월 서울 WYD 조직위원회가 마련한 세계평화를 위한 청년 기도행사에서도 묵주기도와 독서, 신자들의 기도가 한국어와 영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필리핀 언어 등 여러 언어로 진행됐다. 

2027년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언어가 서울 곳곳에서 들리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 낯선 언어를 소음으로 들을 것인가.

아니면 세계교회의 다양성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그 차이가 바로 마음의 준비다.

서울 WYD의 첫 번째 준비물은 어쩌면 ‘빈방’이 아니라 ‘빈자리’인지 모른다

홈스테이를 생각해보자.

누군가는 집에 빈방이 있어야만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실제 숙박을 제공하려면 공간과 안전, 가족의 동의와 여러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환대는 꼭 방 한 칸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내 식탁에 한 자리를 비워두는 마음.

내 하루 중 몇 시간을 비워두는 마음.

내 자동차의 한 좌석을 내어주는 마음.

내가 가진 외국어 능력을 몇 시간 나누는 마음.

내가 알고 있는 서울 길을 설명해주는 마음.

내가 잘하는 요리로 한 끼를 준비하는 마음.

이것도 모두 환대다.

공식 마스터플랜과 FAQ에 따르면 서울 WYD에서는 233개 본당을 중심으로 숙박을 준비하고 있으며 홈스테이와 함께 연수시설, 체육관, 강당 같은 공공시설도 활용될 예정이다. 단체숙박시설은 냉방이 가능한 실내공간으로 계획되고 있고, 일부 참가자는 침낭을 사용하며 공용 화장실과 샤워시설을 이용하게 된다. 미성년자의 경우 별도 보호체계도 준비되고 있다.

이 준비를 조직위원회와 본당 담당자들의 일로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에게 방이 없다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숙소 청소를 도울 수 있다.

침구 정리를 할 수 있다.

식사를 나를 수 있다.

외국 청년과 숙소 사이를 안내할 수 있다.

세탁을 도울 수도 있다.

짐을 옮길 수도 있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있습니까?”라고 먼저 물어볼 수 있다.

봉사는 큰 일을 맡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작은 일을 발견하는 데서 시작한다.

 [코리안투데이] 세계청년대회의 환대는 좋은 시설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한국의 한 가정이 해외 순례자들과 소박한 식사를 나누는 모습처럼,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듣는 작은 시간이 오래 기억되는 신앙의 만남이 될 수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 지승주 기자

봉사는 ‘남는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라 신앙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세계청년대회에는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봉사자를 단순한 인력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행사장을 정리하는 사람.

길을 안내하는 사람.

통역하는 사람.

식사를 나누는 사람.

휠체어 이용자를 돕는 사람.

더위에 지친 청년에게 물을 건네는 사람.

아픈 사람을 의료진에게 연결하는 사람.

숙소에서 밤늦게까지 참가자들을 기다리는 사람.

이들이 바로 참가자가 만나는 한국교회의 얼굴이다.

조직위원회도 현재 자원봉사를 단순한 일손이 아니라 책임과 봉사의 정신을 갖고 수행해야 할 역할로 설명하고 있으며, 청년들이 복음의 증인과 선교자로 성장한다는 WYD의 목적에 맞춰 청년 봉사자들의 참여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교황 레오 14세 역시 서울로 향하는 청년들에게 그리스도인의 증언은 이념적 선전이 아니라 주님과의 우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삶의 변화라고 강조했다.

이 말을 우리의 봉사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

가톨릭 신자임을 큰 목소리로 설명하기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질서를 지킨다.

약한 사람을 먼저 살핀다.

다른 문화의 사람을 존중한다.

화를 내지 않는다.

잃어버린 물건을 돌려준다.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다.

약속을 지킨다.

길을 잃은 사람에게 시간이 조금 걸려도 함께 길을 찾아준다.

이런 행동이 어쩌면 가장 설득력 있는 신앙의 언어일 수 있다.

세계청년대회가 우리 신앙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WYD 준비기간 동안 우리는 많은 기도를 바칠 것이다.

현수막도 걸릴 것이다.

본당에서 안내도 할 것이다.

자원봉사자 교육도 진행될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준비가 끝난 뒤 우리 자신이 조금 달라져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동안 본당에서 인사를 하지 않던 교우에게 먼저 인사하게 되고,

젊은이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고,

어르신은 청년을 격려하고,

청년은 어르신의 경험을 존중하고,

다른 국적의 이주민을 자연스럽게 바라보고,

장애가 있는 교우가 본당에서 어떤 불편을 겪는지 처음으로 살펴보고,

가난한 나라의 청년이 서울에 올 수 있도록 조금씩 나누게 된다면,

이미 WYD는 시작된 것이다.

조직위원회의 공식 준비 안내도 “WYD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지만 순례는 지금 시작된다”고 설명하며, 기도생활을 깊게 하고 준비자료를 읽고 묵주기도에 참여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 문장은 매우 중요하다.

대회는 2027년에 열리지만 순례는 지금 시작된다.

그렇다면 우리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세계를 맞이하는 한국교회가 먼저 ‘듣는 교회’가 되면 어떨까

우리는 자꾸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생각한다.

한국의 순교성지를 보여주자.

한복을 보여주자.

K-푸드를 보여주자.

한국의 발전상을 보여주자.

K-pop도 보여주자.

물론 좋다.

그러나 세계청년대회의 정신을 생각하면 한 가지가 먼저일 수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어디에서 왔는가.

당신의 교회는 어떤가.

당신 나라의 청년들은 무엇을 고민하는가.

무엇을 위해 기도하는가.

전쟁은 당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가족과 신앙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왜 서울까지 왔는가.

세계청년대회의 공식기도에도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며 세계의 청년들과 함께 걷는 교회가 되기를 바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서울 WYD가 ‘우리가 한국을 보여주는 행사’가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행사가 된다면 훨씬 아름다울 것이다.

환대는 많이 말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환대는 잘 듣는 것이다.

교회가 먼저 준비하면 대한민국 전체의 손님맞이로 자연스럽게 넓어진다

그렇다고 WYD를 교회 안의 행사로만 가둘 수는 없다.

100만 명 규모의 주요행사가 열리면 도시 전체가 움직인다.

교통이 필요하다.

안전이 필요하다.

숙박과 급식, 의료가 필요하다.

공항과 철도, 지하철과 버스가 움직여야 한다.

경찰과 소방, 의료진과 공무원도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시는 이미 2026년 7월 13일 시행된 「서울특별시 2027 제41차 서울 세계청년대회 지원 조례」를 통해 지원체계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조례는 안전관리와 재난 예방, 교통·숙박·급식·의료·관광, 관계기관 협력, 자원봉사자 지원 등을 종합지원계획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중앙부처와 서울시교육청, 자치구, 조직위원회 등이 참여할 수 있는 협의체와 분야별 지원단 근거도 마련돼 있다.

서울시교육청도 2026년 7월 9일부터 별도의 지원 조례를 시행해 학교와 학교시설 활용 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것은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우리가 바라야 할 것은 하나다.

가톨릭교회가 자신의 몫을 충실히 하고, 대한민국 사회가 그것을 함께 도와주는 아름다운 협력이다.

교회는 정부에 모든 것을 의지하지 않는다.

정부 역시 종교행사의 신앙적 영역을 대신하려 하지 않는다.

각자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교회는 영적 준비와 순례자 환대, 공동체와 봉사를 맡는다.

정부와 지자체는 안전과 교통, 공공시설과 행정지원에 힘을 보탠다.

기업과 대학, 병원과 시민사회는 전문성과 자원을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시민은 대한민국의 주인으로 세계 청년을 따뜻하게 맞는다.

이렇게 역할이 연결될 때 WYD는 비로소 가톨릭교회의 행사이면서 대한민국 전체가 함께 기뻐할 수 있는 세계인의 축제가 될 수 있다.

 서울 WYD, 한 걸음 더① ― ‘기도 한 단, 친절 한 번’은 어떨까

여기에서 작은 제안을 하나 해보고 싶다.

이 연재에서는 매회 과거 WYD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서울에서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는 아이디어 하나 이상을 제안하려 한다.

첫 번째 제안은 아주 작다.

가칭 “기도 한 단, 친절 한 번”이다.

묵주기도를 바친 뒤 생활 속에서 작은 친절 하나를 실천해보는 것이다.

가족에게 먼저 전화한다.

혼자 있는 교우에게 말을 건다.

길을 묻는 외국인을 돕는다.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한다.

본당 청소를 돕는다.

아픈 사람을 방문한다.

가난한 청년의 WYD 참가를 위해 작은 금액을 나눈다.

기도가 행동으로 이어지게 해보자는 것이다.

묵주기도 10억 단이 10억 번의 작은 선행과 연결된다면 어떨까.

물론 이것은 조직위원회의 공식 프로그램이 아니라 이 칼럼이 제안하는 아이디어다.

하지만 이런 방향은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

기도가 마음을 바꾸고, 바뀐 마음이 행동을 바꾸고, 그 행동이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신앙의 자연스러운 모습 아닐까.

 서울 WYD, 한 걸음 더② ― ‘Welcome Parish’를 생각해보자

두 번째 아이디어는 본당이다.

외국 청년들이 머무르게 될 본당에 단순한 숙박시설의 역할만 맡기지 않았으면 한다.

각 본당이 하나의 작은 Welcome Parish, 즉 ‘환대 본당’이 되는 것이다.

거창한 행사는 필요 없다.

신자가 순례자를 맞이한다.

간단한 한국어 인사를 알려준다.

본당 주변 지도를 설명한다.

근처 병원과 약국, 지하철역을 안내한다.

한국 가정의 식사문화도 소개한다.

미사시간을 알려준다.

청년들이 함께 짧게 기도한다.

마지막 날에는 서로 연락처를 교환할 수도 있다.

한 본당과 한 외국 교구가 장기적으로 자매공동체처럼 이어질 수도 있다.

WYD가 끝났다고 관계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세계청년대회가 세계교회의 만남이라면 본당이 바로 그 만남의 가장 작은 현장이 될 수 있다.

서울 WYD, 한 걸음 더③ ― ‘한국인의 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세 번째는 한국다운 환대다.

한국에는 손님이 오면 식사를 챙기는 문화가 있다.

“밥 먹었어요?”

이 말은 단순히 배가 고픈지 묻는 말이 아니다.

상대방을 걱정하는 인사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정(情)’은 오랜 관계 속에서 쌓이는 따뜻한 마음과 유대를 뜻한다.

‘예(禮)’는 상대방을 존중하고 바르게 대하려는 태도다.

이 두 가지를 세계청년대회에 담아보면 어떨까.

거창한 한정식을 제공하자는 뜻이 아니다.

김과 밥, 간단한 국과 반찬이어도 좋다.

무엇을 먹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

다만 진정한 환대라면 상대방의 음식문화부터 물어야 한다.

알레르기는 없는지.

먹지 않는 음식은 없는지.

종교나 건강상의 이유로 피해야 할 음식은 없는지.

“한국 음식이니 한번 먹어보세요”보다

“어떤 음식을 드실 수 있습니까?”

라고 먼저 묻는 것이 더 좋은 환대다.

이런 세심함까지 갖춘다면 한국의 정과 예는 세계인이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환대가 된다.

 [코리안투데이]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의 한국형 환대는 화려한 공연보다 작은 배려에서 시작될 수 있다. 세계 청년의 문화와 식습관을 먼저 존중하고 함께 식탁을 나누는 모습은 한국의 정(情)과 예(禮)를 자연스럽게 전하는 방법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 지승주 기자

첨단 대한민국이라면 기술도 사람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또 하나의 강점은 기술이다.

하지만 WYD에서 기술을 자랑하기 위해 기술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기술은 사람의 불편을 줄이는 데 사용하면 된다.

예를 들어 외국 청년이 지하철에서 길을 잃었다고 생각해보자.

스마트폰을 열면 자신의 언어로 목적지를 찾을 수 있다.

행사장 혼잡도를 확인할 수 있다.

급수대와 화장실을 찾을 수 있다.

휠체어 이동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

몸이 아프면 다국어로 의료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긴급상황에서는 자신의 언어로 안전정보를 받을 수 있다.

이런 기술이야말로 대한민국이 자랑할 수 있는 기술이다.

‘우리가 AI 강국이다’를 보여주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당신이 낯선 서울에서 불편하지 않도록 우리가 준비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기술이다.

첨단기술과 따뜻한 환대가 만나는 순간 K-Technology는 K-Hospitality가 된다.

장애가 있는 청년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WYD가 되었으면 한다

가장 좋은 국제행사는 가장 편한 사람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행사가 아니다.

가장 불편할 수 있는 사람도 함께할 수 있도록 만든 행사다.

공식 FAQ는 장애 등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참가자도 모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세부 방안을 마련 중이며 관련 정보를 계속 공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청년.

시각장애가 있는 청년.

청각장애가 있는 청년.

발달장애가 있는 청년.

만성질환이나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청년.

장거리 보행이 어려운 사람.

모두 똑같이 귀한 손님이다.

그렇다면 우리 신자들도 생각해볼 수 있다.

본당에 휠체어가 들어오기 편한가.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는가.

청각장애인이 미사를 이해할 수 있는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가 있는가.

이런 질문은 WYD 때문만이 아니다.

WYD를 준비하면서 우리 본당이 평소 얼마나 모든 사람에게 열린 공간인지 돌아볼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세계청년대회가 한국교회 자체를 조금 더 따뜻하고 포용적인 교회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서울의 순교 역사는 ‘전시’가 아니라 삶으로 보여줘야 한다

서울은 한국 천주교 순교신앙의 중요한 장소다.

공식 서울 WYD 소개자료도 당고개, 새남터, 서소문, 절두산 등 서울의 순교성지를 소개하면서 서울대교회가 순교자들의 희생 위에 성장한 교회임을 설명한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교구에는 2024년 통계 기준 약 152만 명의 가톨릭 신자와 233개 본당이 있다. 

세계 청년들에게 이 역사를 소개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순교신앙을 유적지 안내로만 보여줘서는 아쉽다.

순교자들이 왜 목숨을 걸었는지를 우리의 삶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약자를 존중한다.

생명을 귀하게 여긴다.

정직하게 살아간다.

다른 사람을 용서한다.

평화를 위해 노력한다.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

이것이 살아 있는 순교신앙의 후손다운 모습이다.

세계 청년들이 성지를 방문한 뒤

“한국에는 훌륭한 순교성지가 많다”고 기억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더 아름다운 기억은 이것일 것이다.

“한국 신자들을 만나보니 왜 그들이 순교자들의 후손이라고 말하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평화를 이야기하기에 서울만큼 상징적인 장소도 드물다

서울 WYD는 분단된 한반도에서 열린다.

조직위원회는 서울 2027을 분단국가에서 열리는 첫 WYD이자 비그리스도교 문화권에서 열리는 첫 WYD,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 국제 WYD라는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조직위원회는 진리·사랑·평화를 핵심 영성으로 제시했다. 

그래서 서울에서 세계 청년들이 평화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특별하다.

세계 곳곳에서는 지금도 전쟁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청년들이 전쟁터로 끌려간다.

가족을 잃는다.

고향을 떠난다.

서로 다른 정치와 종교, 인종 때문에 미워한다.

서울 WYD가 단지 “세계 청년들이 즐겁게 모였다”는 행사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세계의 젊은이들이 분단된 한반도에서 함께 기도하며

“전쟁이 아니라 대화가 필요하다.”

“미움보다 화해가 필요하다.”

“사람의 존엄은 국적보다 먼저다.”

라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교황 레오 14세도 세계 청년들에게 무기로 갈등을 해결하는 세상이 아니라 우정과 대화가 가능한 세상을 만들어가자고 요청했다. 

이것이야말로 서울에서 WYD를 개최하는 깊은 의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환경도 신앙의 일부라는 준비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서울 WYD 준비에는 생태적 실천도 포함돼 있다.

조직위원회는 ‘Breath of Life’ 캠페인을 통해 서울시와 산림청 등과 협력해 나무심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식 계획은 약 2천 명의 청년이 참여해 2027년까지 1만 그루 이상을 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조직위원회는 이를 단순 환경행사가 아니라 창조질서를 지키는 신앙적 실천과 탄소중립을 위한 행동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것 역시 좋은 방향이다.

WYD를 위해 새로운 쓰레기를 많이 만들면서 환경을 이야기하는 것은 모순이다.

개인 물병을 사용한다.

분리배출을 잘한다.

일회용품을 줄인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행사장 주변을 깨끗하게 사용한다.

작은 행동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이 역시 신자가 할 수 있는 준비다.

 서울 WYD, 한 걸음 더④ ― ‘한 사람, 한 나라, 한 친구’

세계청년대회에는 수많은 국적의 청년들이 온다.

그렇다면 한국의 본당이나 청년단체가 특정 국가 또는 해외교구 하나와 미리 연결돼 서로를 공부하고 기도하는 프로그램도 생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한 본당이 아프리카의 한 교구에서 오는 청년들을 맞는다면 행사 몇 달 전부터 그 나라를 공부한다.

그 나라의 인사를 배운다.

문화를 배운다.

교회의 역사를 알아본다.

그 나라의 어려움을 위해 기도한다.

대회가 끝난 뒤에도 온라인으로 교류한다.

가칭 “One Parish, One Friendship” 같은 것이다.

이것 역시 공식 프로그램이 아니라 하나의 제안이다.

하지만 이런 관계가 수백 개 만들어진다면 WYD는 열흘짜리 행사를 넘어 평생의 우정으로 발전할 수 있다.

 서울 WYD, 한 걸음 더⑤ ― 돌아갈 때까지가 손님맞이다

우리 문화에서는 손님이 집에 오면 잘 맞이하는 것뿐 아니라 돌아가는 길도 챙긴다.

문 앞까지 배웅한다.

멀리 가는 사람이라면 “잘 도착하면 연락하세요”라고 말한다.

이 마음을 WYD에도 적용하면 어떨까.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Welcome to Korea.”

돌아갈 때는

“See You Again in Korea.”

라고 인사한다.

입국에서 출국까지 하나의 환대 여정을 만드는 것이다.

세계 청년들이 비행기에 오르며

“한국 사람들이 우리를 정말 기다렸구나.”

그리고 떠날 때

“우리가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는구나.”

라고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그 경험이 바로 국가브랜드가 된다.

억지로 한국을 홍보하지 않아도 된다.

좋은 기억을 가진 사람이 스스로 한국의 이야기를 한다.

가톨릭 신자인 나는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이 연재에서는 앞으로 매회 이 질문을 하려고 한다.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보자.

기도하자.

묵주기도 한 단이라도 정성껏 바치고 WYD 공식기도를 함께 바쳐보자.

청년 한 사람을 위해 기도하자.

이름을 몰라도 좋다. 2027년 한국을 찾아올 세계의 어느 청년을 위해 기도하자.

본당의 WYD 소식에 관심을 가져보자.

“청년들 행사”라고 넘기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물어보자.

봉사할 수 있는 시간을 생각해보자.

하루가 어려우면 몇 시간도 좋다.

홈스테이가 가능한지 가족과 이야기해보자.

어렵다면 다른 형태의 봉사를 찾으면 된다.

작은 기부를 생각해보자.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의 청년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연대할 방법을 찾아보자.

외국인을 볼 때 먼저 웃어보자.

영어를 잘하지 못해도 괜찮다. 친절에는 완벽한 문법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 본당의 불편한 곳을 살펴보자.

장애가 있는 사람, 외국인, 처음 온 사람이 이용하기 어려운 곳은 없는지 찾아보자.

질서를 지키자.

대규모 행사에서는 질서를 지키는 것 자체가 중요한 봉사다.

다른 문화에 대해 배우자.

우리가 보여주는 것만큼 그들에게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이 정도부터 시작하면 된다.

누구도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모두가 한 가지씩은 할 수 있다.

정부와 서울시에는 ‘요구’보다 ‘협력’을 말하고 싶다

이 연재에서는 정부와 서울시에 필요한 준비도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교통.

폭염.

응급의료.

군중안전.

통신.

화장실.

숙박.

식사.

쓰레기.

장애인 접근성.

미성년자 보호.

공항.

지하철.

다국어 안내.

사이버 안전.

수많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기본 자세를 분명하게 하고 싶다.

“왜 준비하지 않았습니까?”

보다

“교회도 이렇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공공역량이 함께한다면 더 안전하고 아름다운 행사가 될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다.

서울시도 이미 법적 지원체계를 마련했고 조직위원회도 2025년 마스터플랜 발표 이후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갔다. 따라서 공개되지 않은 세부계획을 두고 준비가 없다고 단정하지 않을 것이다.

잘하는 것은 잘한다고 말하겠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조심스럽게 제안하겠다.

해외의 좋은 사례도 소개하겠다.

그러나 외국이 했으니 우리도 똑같이 하라는 식으로 말하지 않겠다.

서울은 서울의 방식이 있어야 한다.

과거 WYD를 배우되 서울은 서울다워야 한다

세계청년대회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공식 서울 WYD 자료에 따르면 국제 WYD는 1986년 로마에서 시작해 세계 여러 도시를 거쳐 왔으며, 누적 참가자는 2,350만 명 이상이다. 1995년 마닐라 대회에는 수백만 명이 모였고 2023년 리스본 대회 마지막 행사에도 150만 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조직위원회는 소개하고 있다.

우리는 이 개최도시들의 경험을 공부할 것이다.

어떻게 숙박했는가.

어떻게 이동시켰는가.

더위에 어떻게 대응했는가.

의료체계를 어떻게 운영했는가.

자원봉사자를 어떻게 교육했는가.

지역주민과 어떻게 소통했는가.

그 경험을 배워야 한다.

그러나 서울은 리스본의 복사본이 될 필요가 없다.

크라쿠프의 복사본도 아니다.

마닐라의 복사본도 아니다.

대한민국이 잘하는 것과 한국교회의 특성을 더해야 한다.

첨단 정보통신기술.

편리한 대중교통.

높은 의료역량.

시민들의 질서의식.

한국 천주교 순교신앙.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오랫동안 중요하게 생각해온 정과 예.

이것들을 잘 연결하면 서울만의 WYD가 만들어질 수 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가장 큰 WYD’가 아니라 ‘가장 따뜻하게 기억되는 WYD’다

100만 명.

이 숫자 때문에 세계의 언론이 서울을 바라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목표로 삼을 것은 숫자가 아니었으면 한다.

역대 최대인지 아닌지도 중요하지 않다.

더 화려한 무대를 만들었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대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이 무엇을 기억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서울은 안전했다.”

“한국 사람들은 친절했다.”

“길을 잃었는데 누군가 끝까지 도와줬다.”

“장애가 있어도 함께할 수 있었다.”

“홈스테이 가족과 함께 먹은 밥이 기억난다.”

“한국 신자들의 기도가 인상적이었다.”

“순교자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다.”

“분단된 한반도에서 평화를 위해 기도한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마지막에

“한국에 다시 가고 싶다.”

라고 말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이면 충분하다.

세계 청년 100만 명보다 먼저 ‘한 사람’을 바라보자

100만이라는 숫자는 너무 커서 사람의 얼굴을 잊게 만든다.

그러니 숫자를 잠시 지워보자.

한 청년이 한국에 온다.

처음 아시아에 오는 청년일 수도 있다.

비행기를 처음 타는 청년일 수도 있다.

몇 년 동안 돈을 모아 겨우 서울에 온 청년일 수도 있다.

전쟁 중인 나라에서 온 청년일 수도 있다.

신앙에 깊은 고민을 안고 오는 청년일 수도 있다.

한국어는 한마디도 모른다.

무더운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고 낯선 본당을 찾아간다.

그때 문 앞에 한국인 신자 한 사람이 서 있다.

그리고 웃으며 말한다.

“어서 오세요.”

그 순간 그 청년에게 대한민국은 경복궁도 아니고 K-pop도 아니다.

그 사람이다.

그 사람의 표정이다.

그 한마디다.

국가는 결국 사람을 통해 기억된다.

교회도 사람을 통해 기억된다.

신앙도 사람의 행동을 통해 전달된다.

우리의 초심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이 30회 연재는 누군가를 심판하는 글이 되지 않으려고 한다.

관계자의 노력을 먼저 살펴볼 것이다.

잘하고 있다면 박수를 보낼 것이다.

해외의 좋은 사례가 있다면 함께 공부할 것이다.

혹시 더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조심스럽게 제안할 것이다.

그리고 항상 우리 자신에게도 묻겠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정부에 묻기 전에 교회에 묻겠다.

교회에 묻기 전에 나 자신에게 묻겠다.

묵주기도 10억 단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기도의 끝에 우리의 마음이 조금 더 따뜻해졌으면 한다.

미사를 더 정성스럽게 봉헌하고,

세계 청년을 위해 기도하고,

시간을 나누고,

집을 나누고,

밥을 나누고,

재능을 나누고,

친절을 나누면 좋겠다.

교회가 먼저 움직이자.

그리고 대한민국에 함께해 달라고 손을 내밀자.

대한민국 사회도 기꺼이 그 손을 잡아주었으면 한다.

그렇게 준비한 서울 WYD라면 단지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한국교회에도 무언가를 남길 것이다.

대한민국에도 무언가를 남길 것이다.

그리고 세계 청년들의 마음에도 오래 남을 것이다.

 2027년 8월, 이런 말을 듣고 싶다

세계청년대회가 끝나는 날을 상상해본다.

세계의 청년들이 인천공항으로 향한다.

누군가는 한국 친구와 포옹한다.

누군가는 홈스테이 가족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다.

누군가는 받은 묵주를 손에 쥔다.

누군가는 서울에서 찍은 사진을 바라본다.

비행기에 오르기 전 한국 친구에게 말한다.

“Thank you.”

“Gracias.”

“Merci.”

“Obrigado.”

“Grazie.”

그리고 자기 나라로 돌아간 뒤 친구에게 서울 이야기를 한다.

그때 이런 이야기가 들렸으면 한다.

“WYD도 아름다웠지만, 한국에서 만난 사람들이 정말 따뜻했어.”

그 한마디면 좋겠다.

그 한마디를 위해 지금 우리가 기도하고 준비하는 것이 아닐까.

세계청년대회의 첫날은 2027년 7월 29일일 수 있다.

서울 본대회의 첫날은 2027년 8월 3일이다.

그러나 신앙의 순례는 이미 시작됐다.

묵주기도 한 단을 바치는 오늘,

세계의 어느 청년을 위해 기도하는 오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처음 고민하는 오늘,

어쩌면 바로 오늘이

나의 WYD 첫날인지도 모른다.

가톨릭 신자인 나는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 1회의 작은 약속

이번 주에는 거창한 일을 하지 않아도 좋다.

묵주기도를 바치며 2027 서울 WYD와 세계의 청년들을 기억해보자.

그리고 기도가 끝난 뒤 자신에게 한 가지를 물어보자.

“주님, 제가 이 대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일은 무엇입니까?”

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기도일 수도 있다.

봉사일 수도 있다.

기부일 수도 있다.

홈스테이일 수도 있다.

통역일 수도 있다.

미소 한 번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시작하는 것이다.

서울 WYD, 한 걸음 더 —  제안

이번 회차에서는 다섯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① 기도 한 단, 친절 한 번

묵주기도를 일상 속 작은 선행과 연결하는 신자 실천운동.

② Welcome Parish

순례자 숙소를 넘어 신앙과 문화, 사람을 연결하는 환대 본당.

③ Korean Welcome Table

한국 음식을 자랑하기보다 먼저 상대의 문화와 식습관을 존중하며 함께 나누는 식탁.

④ One Parish, One Friendship

한국의 본당·청년공동체와 해외 교구·청년공동체를 연결해 WYD 이후까지 우정을 이어가는 방식.

⑤ Welcome to Korea → See You Again in Korea

입국에서 출국까지 하나의 따뜻한 환대 여정으로 만드는 대한민국형 손님맞이.

이 다섯 가지는 현재 조직위원회의 공식사업이 아니라 본 칼럼이 제안하는 아이디어다. 실제 적용에는 교회와 관계기관의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다음 칼럼

 [WYD 2027 대한민국은 준비됐는가 ②]

세계 청년 100만 명이 서울에 모인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2회에서는 ‘100만 명’이라는 숫자를 자극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실제 도시의 언어로 풀어본다.

공항에서 입국한 한 명의 청년이 숙소로 이동하고, 식사를 하고, 지하철을 이용하고, 화장실을 찾고,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행사장에 들어가고, 아프면 치료받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전체 과정을 따라가 본다.

교통·숙박·식사·식수·화장실·통신·의료·폭염·쓰레기·장애인 이동은 따로 존재하는 문제가 아니다.

한 사람의 경험 안에서 모두 연결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도 다시 묻는다.

정부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교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그리고

가톨릭 신자인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지승주

코리안투데이 서울지사장·칼럼니스트

본 칼럼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의 성공을 위해 애쓰고 있는 교황청과 조직위원회, 한국 천주교회, 정부·서울시·지방자치단체, 경찰·소방·의료기관, 교육기관, 본당 공동체와 자원봉사자들의 노고를 존중하고 응원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공개된 공식자료와 역대 국제행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준비를 평가하거나 폄하하기보다 “혹시 한 가지를 더 준비할 수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건설적인 제안을 이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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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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