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6년 10월 18일 일요일 전체기사 로그인 회원가입 한국어 ENG 中文 日本語 Tiếng Việt

칼럼 박수진

[실버 브릿지] 제3권 · 제12장 · 칠순 남녀의 손잡은 뒷모습에서 시작된 이야기

기사입력 기사번호 54242

실버 브릿지 · 제3권 제12장 (hero)

몇 해 전 서울 종로의 한 노인복지관 로비에서, 저는 손을 꼭 잡고 나란히 걸어 나오는 칠순 남녀를 본 적이 있습니다. 직원에게 넌지시 물었더니 “요즘 부쩍 늘었어요, 이런 분들”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 짧은 장면 하나가 이번 장, 「황혼연애: 용감한 추구인가 사회금기인가?」를 쓰게 된 계기였습니다. 노년의 사랑은 어디까지 허락되는 걸까, 저는 그날부터 이 질문을 붙들고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자료를 뒤지고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취재 노트의 첫 줄에 적은 것은 2024년 한국 통계청 발표였습니다. 전체 혼인건수 22만 2천 건 가운데 60세 이상 남성의 혼인이 7,221건으로 전년 대비 6.3% 증가했다는 수치였습니다. 2025년에는 전체 혼인건수가 24만 건으로 8.1% 더 늘었고, 그 안에서 고령층 혼인의 비중도 함께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챕터를 쓰며 몇 번이고 곱씹었던 문장이 있습니다. “모든 연령대에서 결혼이 줄어드는 시대에 유독 60세 이상만 역주행하고 있다.” 저는 이 ‘역주행’이라는 표현이 참 정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들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시대에, 인생의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다시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있다는 뜻이니까요. 2024년 평균 재혼연령이 남성 51.6세, 여성 47.1세로 전년보다 조금씩 높아졌다는 대목에서는, 늦은 사랑일수록 더 신중하게 결심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바다 건너 중국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그 갈망은 더 크고 절박합니다. 2020년 제7차 인구조사 결과 중국의 독거노인 가구는 3,729만 가구로 전체 노인 가구의 21.38%에 달했습니다. 2021년 ‘중국 도시·농촌 노인 생활상황 표본조사’에서는 노인 인구 중 기혼이 74.7%, 사별이 22.0%였고, 특히 80세 이상 여성의 사별률은 57.0%에 이른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 숫자를 마주했을 때 저는 한동안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중국사회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사별 노인의 80%가 재혼을 원한다고 답했지만, 실제로 혼인신고까지 이어지는 비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원하는 마음과 이루어지는 현실 사이의 간극이 이토록 클 수 있다는 것을, 저는 이 책을 쓰며 처음 실감했습니다.

그 간극이 어디서 오는지는 상하이에서 더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인민공원의 주말 맞선 시장은 원래 자녀의 배우자를 찾아주려는 부모들의 공간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자신의 반려자를 직접 찾으러 나온 60~70대 노인들로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고 하지요. “자녀 짝 찾아주러 왔다가 부모끼리 연애하게 됐다”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서울경제의 보도를 접했을 때, 저는 웃음이 났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같은 감정이 훨씬 조심스럽게, 때로는 숨죽인 채로 표현됩니다. 자녀의 반대,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2년도 안 됐는데”라는 식의 도덕적 비난이 여전히 가장 흔한 장벽이라는 것을 저는 여러 상담 사례에서 확인했습니다. 남성 노인의 재혼은 그나마 ‘돌봄이 필요해서’라는 이유로 관대하게 받아들여지는 반면, 여성 노인의 재혼은 ‘고인에 대한 불충’으로 읽히는 이중 잣대가 여전하다는 것도 취재 내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저는 이 두 풍경을 나란히 놓고서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노년의 사랑을 가로막는 것은 나이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랑에 얽힌 재산과 자식과 체면이라는 사실을요. 절강사범대학 법정학원의 허하이보 교수는 “노인의 재혼 문제는 단순히 자녀가 반대한다로 설명될 수 없다. 주택, 연금, 의료, 상속이 하나의 사슬처럼 엮여 있어 현실이 자녀 간섭보다 훨씬 복잡하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 말을 취재 수첩 맨 앞장에 옮겨 적었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중국에서 노인의 주택은 자녀 세대의 사실상 유일한 자산 기반이 되어, 부모의 재혼이 곧 재산 유출로 여겨지는 현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중국 노인 커플이 법적 혼인 대신 ‘동거’를 택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황혼 동거 계약서’가 공증사무소에서 흔히 작성된다는 사실은, 사랑보다 앞서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용히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들어섰고, 혼자 사는 노인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60세 이상 이혼 상담이 지난 30년간 남성 17배, 여성 18배로 폭증했고 2024년에는 60세 이상 남성의 이혼 상담이 전체의 49.1%를 차지했다는 사실도, 이 세대가 결혼과 이혼 양쪽에서 얼마나 큰 격동을 겪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실버 인터넷 이용자가 3억 2,500만 명에 이르는 중국에서는 온라인 매칭 시장이 300억에서 500억 위안 규모로 커졌고, 한국에서도 시니어 전용 결혼정보회사와 지자체 주관 만남 프로그램이 늘면서 시장 규모가 2,000억 원대에 이른다고 합니다. 사회는 이미 이 흐름을 외면할 수 없는 지점에 와 있습니다.

저는 이 장을 쓰면서 스스로에게 자주 물었습니다. 만약 제 부모님이, 혹은 제가 언젠가 그 나이가 되어 새로운 인연을 만난다면, 저는 축복할 수 있을까 하고요. 독자 여러분께도 같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부모 세대의 사랑을 ‘효도’와 ‘재산’이라는 잣대로만 재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그 잣대를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말입니다.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지만, 적어도 질문을 품고 사는 것이 시작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노년의 사랑이 ‘금기’에서 ‘존중’으로, ‘간섭’에서 ‘지지’로 옮겨가는 과정을 저는 이 책에 담고 싶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 책 「실버 브릿지: 돈과 관계」 제12장에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도서 상세 페이지: https://wiabook.com/books/silverbridge-vol03-kr/

THE KOREAN TODAY × WIA CODE

이 기사의 WIA Code

WIA Code — 이 기사 인증

WIA Code 스캐너로 비추면 인터넷 없이 발행 사실과 위·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휴대폰 기본 카메라로 찍으면 스캐너 안내 페이지가 열립니다 — 기사 바로 열기

WIA Code 스트림 — 이 기사 전체가 담겨 있습니다

움직이는 코드는 스트림입니다 — WIA Code 스캐너로 약 10초 비추면 기사 전문(사진 포함)이 폰에 저장되어 인터넷 없이도 읽을 수 있습니다.

⇓ Stream.mp4 다운로드

WIA Code · 코리안투데이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박수진 칼럼니스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