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는 계산을 자주 합니다. 2050년이면 저는 몇 살이 되어 있을지, 그때 제 아침은 어떤 모습일지를 헤아려 보는 계산입니다. 「실버 브릿지」를 쓰며 한국과 중국의 숫자를 나란히 놓고 들여다보다가, 어느 순간부터 그 숫자가 통계표가 아니라 제 앞에 올 아침 풍경으로 읽히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제5권 「함께 늙어가는 법」에서 25년 뒤의 노년을 그려 본 장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책에는 2050년 베이징의 한 아파트에서 시작되는 장면이 나옵니다. 78세 할머니의 하루는 휴머노이드 로봇 ‘샤오아이(小爱)’가 혈압과 수면 데이터를 읽어 주는 것으로 열립니다. 중국에서는 이런 로봇을 ‘전자 손주(电子孙子)’라 부른다고 합니다. 이 장면은 제가 상상으로 그린 것입니다. 다만 아주 먼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025년 6월 국가 노인돌봄 로봇 파일럿을 시작했고, 참여 기업마다 최소 200가구에 6개월 이상 실제 가정에 로봇을 들이도록 의무화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돌봄 인력 550만 명이 모자라고, 도움이 필요한 장애 노인이 4,000만 명에 이른다는 현실이 있습니다.
이 장면 뒤에 놓인 숫자를 한 번 천천히 읽어 보겠습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2023)에 따르면 2049년 한국의 노인 인구는 약 2,000만 명이고 중위연령은 53세입니다. 한국은 2000년에 고령화 사회가 되었고, 24년 만인 2024년에 65세 이상이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들어섰습니다. 2050년에는 그 비중이 40%에 이르러 열 명 가운데 네 명이 노인입니다. Pew Research는 한국의 65세 이상 비율이 2010년 11.1%에서 2050년 34.9%로 오르며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곡선이 가파르다는 것은, 우리가 준비할 시간이 그만큼 짧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중국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비율로 보면 2050년 65세 이상이 26% 정도로 한국보다 낮지만, 사람 수로는 3억 6,600만 명입니다. 미국과 영국 인구를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60세 이상까지 넣으면 5억 2천만 명, 전체의 37.8%입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2024년 말 이미 60세 이상이 3억 1천만 명을 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책에서 저는 이 차이를 이렇게 적었습니다. 한국의 고령화는 “각자의 삶을 어떻게 꾸릴 것인가”를 묻고, 중국의 고령화는 “도시 시스템 전체를 다시 설계하라”고 요구합니다. 같은 ‘초고령’이라는 말로 묶이지만, 두 나라가 받아 든 숙제는 서로 다릅니다.
그 차이가 서로에게 길을 열어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이 먼저 겪은 문제, 예를 들어 홀로 사는 어르신을 위한 AI 돌봄, 시니어 금융, 저염·저당·연하식 같은 맞춤 식품, 인지재활 콘텐츠는 중국이 2040년에서 2050년 사이에 대규모로 필요로 할 해법과 겹칩니다. 한국 실버시장은 2030년 168조 원, 중국 은발경제는 2035년 30조 위안으로 내다보는 자료가 있습니다. 그래서 책에서는 ‘규모의 중국, 정밀의 한국’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한국은 초고령 사회에 먼저 들어선 일종의 ‘리빙 랩’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였습니다. 다만 상하이에서 통한 방식을 3·4선 도시에 그대로 옮기면 실패하고, 중국 농촌에는 젊은이가 떠나 노인만 남은 ‘노인섬(老人島)’이 늘어난다는 점을 함께 적었습니다. 건강 데이터는 중국 법에 따라 국경 밖으로 내보내기 어렵다는 현실도 있습니다.
이 장을 쓰면서 가장 오래 머문 문장은 듀크대 노년학연구소 윤쩡 교수의 말이었습니다. 2050년의 노년은 부양받는 대상이 아니라 데이터를 만들고 쓰는 주체가 된다고 합니다. 그는 AI가 노인의 손자이자 주치의이자 친구가 되겠지만, 고독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하고 고독의 형태를 바꿀 뿐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 말이 정직하다고 느꼈습니다. 로봇이 혈압을 읽어 줄 수는 있어도, 그 숫자를 함께 걱정해 주는 사람의 자리까지 채울 수는 없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책에서도 로봇만으로는 서비스가 완성되지 않고, AI와 사람 케어매니저, 가족이 쓰는 앱이 세 갈래로 묶여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사회 흐름으로 보면 이제 질문의 무게가 달라졌습니다. 평균 수명이 한국과 중국 모두 85세를 넘어서면서,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남은 10년에서 20년을 얼마나 건강하게 보내느냐가 중요해졌습니다. 유전체 기반 맞춤 약물, 경증 알츠하이머 단계의 디지털 치료제, VR 인지재활 같은 것들이 이미 두 나라에서 보험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이 2025년 초 국가 치매 대응 시스템을 공식 선언한 것도, 2050년 약 2,760만 명으로 추정되는 알츠하이머 환자를 마주한 선택으로 읽었습니다. 치료보다 예방과 지연으로 무게가 옮겨 가는 흐름입니다.
그래서 저는 독자 여러분께 하나만 여쭙고 싶습니다. 2050년에 우리가 가장 먼저 합의해야 할 것은 기술의 사양이 아니라 “어떤 노년이 좋은 노년인가”가 아닐까요? 서구에서 들여온 ‘액티브 에이징’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한국과 중국이 오래 함께 지녀 온 효(孝)와 공동체, 스스로를 닦는 수양의 전통 위에 21세기 기술을 얹는 길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답은 아직 모릅니다. 다만 25년이라는 시간은 길지 않고, 그 아침에 누가 곁에 있을지는 지금 우리가 어떤 관계를 쌓아 두느냐에 달려 있다고 믿습니다. 오늘 부모님께 전화 한 통 드리는 일도 그 준비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 책 「실버 브릿지: 함께 늙어가는 법」 제27장에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2050년 한중 인구 지도와 AI 돌봄 시장,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조심해야 할 함정까지 데이터와 함께 적어 두었습니다. 책의 상세 정보는 위아북 도서 상세 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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