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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수진

[실버 브릿지] 제5권 · 제26장 · 같은 파도 위, 다른 배를 탄 두 나라가 서로에게 배울 것

기사입력 기사번호 58964

책상 위에 사진 두 장을 나란히 놓고 한참 들여다본 적이 있습니다. 한 장에는 서울 강서구 통합돌봄센터의 방문간호사가, 다른 한 장에는 상하이 푸둥의 시간은행 자원봉사자가 있었습니다. 하는 일은 같았습니다. 혼자 사는 어르신의 문을 두드리고, 안부를 묻고, 약 드셨는지 확인하는 일이지요. 그런데 두 사람이 서 있는 자리는 전혀 달랐습니다. 오늘은 그 두 사람이 제게 남긴 질문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2024년 12월 23일,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기며 초고령사회에 들어섰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였습니다. 같은 해 중국 국가통계국은 60세 이상 인구가 3억 1,031만 명, 전체의 21.1%라고 발표했습니다. 국무원은 2035년까지 은발경제 규모를 30조 위안으로 키우겠다는 계획도 내놓았습니다. 저는 이 칼럼을 97회 이어 오는 동안 두 나라의 노년을 견주어 왔습니다. 이번에는 그동안 쌓인 자료를 모아, 서로에게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적어 보려 합니다.

같은 파도를 타고 있지만 두 나라는 배가 다릅니다. 한국은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도입해 제도를 먼저 세우고 그 위에 시장을 얹었습니다. 중국은 2013년 양로서비스업을 서둘러 키운 뒤, 시장이 커진 다음에 제도를 덮어 나갔습니다. 순서가 다르다 보니 지금 잘 풀리는 문제와 막혀 있는 문제도 거의 거꾸로입니다. 한국은 속도가, 중국은 규모가 앞섭니다. 한국에서 노인 한 명을 부양하는 생산연령인구는 약 4명인데, 2050년이면 1.2명까지 줄어듭니다. 중국은 도시와 농촌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습니다.

먼저 중국이 한국에서 배울 만한 것을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의 장기요양보험은 가입자 모두가 같은 보험료율, 2024년 기준 소득의 0.9182%를 내고, 전국 어디서든 같은 등급 판정과 같은 수가로 서비스를 받습니다. 수급자는 114만 명입니다. 중국은 2016년부터 49개 도시에서 시범을 했지만 도시마다 보험료도 급여도 달라 ’49개의 제도’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요양보호사 자격도 비슷한 대비를 이룹니다. 한국은 240시간 교육과 국가시험으로 자격을 관리해 현업 종사자가 54만 명이고, 중국은 유효 등급 보유자 30만 명에 노동력 공백이 55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치매국가책임제와 256개 치매안심센터도 중국 학자들이 자주 짚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반대편에서 한국이 배울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중국의 9073 모델은 재가 90%, 사구 7%, 시설 3%로 돌봄 재정을 나누는 원칙입니다. 그 결과 중국 노인의 92.3%가 집에서 노후를 보냅니다. 한국은 요양시설 급여 비중이 30%를 웃돌아 감사원에서 시설 중심 지출 구조를 지적받았습니다. 시간은행도 인상 깊었습니다. 60대가 80대를 돌보고 그 시간을 저축했다가 자신이 늙었을 때 꺼내 쓰는 방식인데, 2024년 기준 전국 2만여 개 지점에 회원 160만 명입니다. 저는 사진 속 푸둥의 자원봉사자가 어쩌면 몇 해 뒤 자기 시간을 돌려받을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돌봄이 시혜가 아니라 서로 맡겨 둔 시간이 되는 셈입니다.

이 자료를 정리하면서 가장 오래 머문 대목은 한 학자의 말이었습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원신 주임은 2024년 한중 고령화 포럼에서 “한국은 제도를 먼저 짜고 기술을 채운 나라이고, 중국은 기술로 달리다가 제도를 뒤에서 조이는 나라다. 두 모델은 경쟁이 아니라 보완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 말이 우열을 가리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OECD 기준 38.2%로 1위이고, 중국 농촌의 공적연금은 월평균 205위안에 그칩니다. 제도가 있어도 가난은 남고, 규모가 커도 빈틈은 남습니다. 각자 못 채운 곳이 다르다는 사실이 서로를 볼 이유가 됩니다.

사회 흐름으로 보면 이 배움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중국 국가의료보장국은 전국 단일화 로드맵을 만들며 한국의 장기요양보험을 가장 많이 참고했고, 한국은 2024년 돌봄통합지원법으로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제도화했습니다. 중국은 2023년부터 도심 아파트 1층에 10분 안에 닿는 주간돌봄 거점을 3천 곳 가까이 넣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에게는 장기요양 전산시스템이나 요양보호사 교육 과정, 치매 조기진단 도구처럼 제도 경험을 나눌 자리도 생기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남의 것을 그대로 옮겨 오는 일에는 조심스럽습니다. 중국의 효친법이 한국에 낯설듯, 제도는 그 사회의 오래된 습관 위에서만 뿌리를 내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독자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우리 동네에는 어르신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그리고 그 일을 하는 사람의 시간은 어디에 적립되고 있을까요. 제도가 있는 나라도, 규모가 큰 나라도 결국 마지막 몇 걸음은 이웃이 걷습니다. 옆 나라의 좋은 방식을 배우는 일은 정책 담당자만의 숙제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오늘 저녁 옆집에 안부 한 줄 건네는 것에서부터 함께 늙어가는 법은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이 이야기는 제 책 「실버 브릿지: 함께 늙어가는 법」 제26장에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한국이 중국에 배울 다섯 가지와 중국이 한국에 배울 다섯 가지, 그리고 양국 지표를 나란히 놓은 비교표까지 실려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살펴봐 주십시오. 도서 상세 페이지는 https://wiabook.com/books/silverbridge-vol05-kr/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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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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