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6년 10월 18일 일요일 전체기사 로그인 회원가입 한국어 ENG 中文 日本語 Tiếng Việt

칼럼 박수진

[실버 브릿지] 제3권 · 제5장 · 제가 만난 부부는 자식이 아닌 스스로 고른 여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기사입력 기사번호 53683

실버 브릿지 · 제3권 제5장 (hero)

지난여름, 인천에서 상하이를 거쳐 제주로 이어지는 크루즈 갑판 위에서 저는 한 부부를 만났습니다. 남편은 예순여덟, 아내는 예순다섯. 난간에 기대 노을을 바라보던 두 분은 제가 취재수첩을 꺼내자 웃으며 먼저 말을 걸어오셨습니다. “우리 자식들은 우리가 집에서 손주나 봐주길 바라던데, 우리는 아직 볼 게 더 많아서요.” 그 한마디가 이번 장의 시작이었습니다.

취재를 준비하며 다시 펼쳐본 자료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습니다. “60세는 더 이상 여행의 끝이 아니라 시작점이다. 2025년 중국 여행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계층은 65~75세의 ‘액티브 시니어’이며, 그들은 자녀 세대보다 객단가가 2배 이상 높다.” 중국여유연구원 다이빈 원장의 이 말을 크루즈 갑판에서 다시 떠올렸습니다. 제가 만난 그 부부도 정확히 그 통계 안에 있었습니다.

숫자로 보면 이 흐름은 더 선명해집니다. 2024년 중국문화여유부 발표로 중국 60세 이상 시니어 여행 소비 규모는 1조 800억 위안, 우리 돈으로 약 205조 원에 이르렀고 이는 전체 국내 관광 지출의 25.8%를 차지합니다. 한국도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관광공사 자료를 보면 55세 이상의 해외여행 출국자가 전년 대비 37.2% 급증해 팬데믹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습니다. 하나투어·모두투어를 합산한 자료에서는 60대 이상 패키지 예약이 2019년 대비 141% 늘었다고 나옵니다. 부양의 의무를 마친 세대가, 이제는 소비의 중심에 서 있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건 두 나라의 여행 방식이 갈라지는 지점입니다. 제가 만난 그 부부는 해외 크루즈를 택했지만, 같은 취재 기간 윈난성 쿤밍에서 만난 상하이 출신 노부부는 정반대였습니다.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넉 달을 쿤밍에 머물며 한방치료와 요가를 병행하는 ‘康养旅居(강양여거)’ 상품을 이용하고 계셨습니다. 평균 체류 기간은 12.3일이 아니라 통째로 겨울 한 철, 이른바 越冬游였습니다. 한국의 60대는 226만 원을 들여 짧고 굵게 해외로 떠나고, 중국의 60대는 7,850元을 들여 길고 느리게 국내에 머무릅니다. 같은 세대, 다른 리듬이었습니다.

그 부부와 대화를 나누며 제가 곱씹은 것은 소비 금액이 아니라 태도의 변화였습니다. 예전 같으면 “그 나이에 무슨 여행이냐”는 말을 들었을 세대가, 지금은 자신의 건강과 시간을 스스로 설계하고 있었습니다. 동청여유 조사에서 50세 이상 응답자의 71.4%가 “가이드는 필요하지만 자유시간이 더 긴 상품”을 원한다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깃발 든 단체관광의 시대가 저물고, 시니어 스스로 일정의 주인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었습니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인구구조가 있습니다. 중국은 60세 이상이 2억 9,697만 명으로 전체의 21.1%에 달하고, 그중 약 1.3억 명이 건강과 가처분소득을 함께 갖춘 ‘활동적 시니어’로 분류됩니다. 한국은 65세 이상이 1,024만 명, 19.2%로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고, 시니어 소비지출 중 여행·레저 비중은 2019년 6.8%에서 2024년 10.4%로 뛰었습니다. 2024년 11월 한국 무비자 시행 이후 중국 시니어 단체의 방한이 450% 폭증했다는 수치를 보면, 이 흐름이 정책 한 줄에도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는지 실감이 갑니다.

다만 제가 현장에서 거듭 확인한 것은 숫자 뒤에 남는 위험입니다. 2016년부터 2019년 사이 있었던 저가 쇼핑 강요 단체관광의 기억은 시니어층에게 유독 오래갑니다. 위챗 단톡방 하나에서 실망감이 퍼지는 속도는 청년층의 열 배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이 시장이 속도가 아니라 신뢰로 굴러간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60대 이상의 여행보험 청구 비율이 20대의 4.7배에 달한다는 사실도, 이 세대의 여행에는 응급의료 체계와 동행 통역이 선택이 아니라 기본값이어야 함을 말해줍니다.

챕터 뒷부분에는 이런 문장도 있었습니다. “여행은 더 이상 효도의 증거가 아니라, 스스로 번 자유의 증거다.” 취재 노트에 옮겨 적으며 저는 이 문장이 유독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실제로 정책도 이 흐름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한국은 2024년부터 문화누리카드 사용처에 여행업 결제를 포함시켰고, 중국은 각 성마다 발급하는 老年优待证(노년우대증)을 통해 60세 이상에게 국내선 철도와 관광지 입장료를 최대 50% 할인해줍니다. 두 나라 모두 노년의 이동을 복지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의 방향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한 가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65세 이상 1인 가구는 2024년 기준 213만 가구로 전체 고령 가구의 36%를 차지하고, 중국 역시 독거노인이 1억 명을 넘어섰다는 통계를 취재 중 접했습니다. 자녀와 떨어져 사는 것이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 다수가 된 시대에, 여행이 그 외로움을 메우는 방편이 되고 있다는 것을 저는 여러 차례 확인했습니다. 부모 세대의 짐을 덜어드리는 일이 곁을 지키는 것뿐일까요, 아니면 그분들이 혼자서도 떠날 수 있도록 등을 밀어드리는 일도 포함되는 것은 아닐까요.

저는 이 취재를 마치며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부모 세대의 여행을 여전히 ‘효도 상품’으로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정작 그분들이 원하는 것은 자녀의 결제가 아니라 자신의 결정권은 아니었는지 말입니다. 갑판 위 그 부부는 자식이 보낸 여행이 아니라 스스로 고른 여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부모님, 혹은 여러분 자신은 어떤 여행을 그리고 계신가요.

중국어 ‘夕阳红’은 지는 해가 아니라 가장 붉게 타오르는 순간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합니다. 크루즈 갑판에서 만난 그 부부의 웃음이 꼭 그랬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 책 「실버 브릿지: 돈과 관계」 제5장에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위아북 상세 페이지(https://wiabook.com/books/silverbridge-vol03-kr/)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THE KOREAN TODAY × WIA CODE

이 기사의 WIA Code

WIA Code — 이 기사 인증

WIA Code 스캐너로 비추면 인터넷 없이 발행 사실과 위·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휴대폰 기본 카메라로 찍으면 스캐너 안내 페이지가 열립니다 — 기사 바로 열기

WIA Code 스트림 — 이 기사 전체가 담겨 있습니다

움직이는 코드는 스트림입니다 — WIA Code 스캐너로 약 10초 비추면 기사 전문(사진 포함)이 폰에 저장되어 인터넷 없이도 읽을 수 있습니다.

⇓ Stream.mp4 다운로드

WIA Code · 코리안투데이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박수진 칼럼니스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