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취재차 방문한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관리사무소 직원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여기 산 지 8년 됐다는 어르신이, 바로 옆집 이름을 모르세요.” 저는 그 말을 듣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8년을 살았는데, 서로의 이름조차 모른다는 것. 그날 저는 제 책 「실버 브릿지: 그들의 하루」 제6장을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오늘은 한국과 중국 노인들이 이웃과 맺는 관계, 그 온도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취재를 하며 가장 마음에 남았던 문장이 있습니다. “远亲不如近邻(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중국 속담인데, 한국에도 ‘이웃사촌’이라는 거의 같은 뜻의 말이 있다는 걸 저는 새삼 되짚어 보게 되었습니다. 같은 말을 갖고 있으면서도, 지금 두 나라가 걸어가는 길은 사뭇 다릅니다. 제가 만난 중국 산둥성의 한 사구(社区) 활동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희는 이웃이 서로를 챙기는 게 당연한 일이에요. 그게 특별한 복지가 아니라 그냥 사는 방식이죠.” 그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습니다.
숫자로 보면 그 차이는 더 선명해집니다. 한국 통계청의 2024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의 사회적 고립도는 40.7%로 19~29세(24.5%)보다 16.2%포인트나 높습니다. 혼자 사는 고령자 가구는 213만 8천 가구, 전체 고령자 가구의 37.8%에 이르고 이 중 18.7%는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중국의 제5차 도농 노인 생활실태 표본조사(2024년 발표)를 보면, 노인의 62.1%가 이웃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농촌에서는 그 비율이 70.4%까지 올라갑니다.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인데도, 저는 이 숫자들을 보며 두 나라가 서로 다른 시간을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만난 또 한 분, 서울 구로구에 사는 78세 어르신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예전엔 옆집에 김치도 나눠주고 그랬는데, 요즘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도 인사만 하고 끝이에요.” 한국은 전체 주택의 60% 이상이 아파트입니다. 층간 소음으로 다투는 일은 있어도, 정작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반면 중국의 사구는 주민위원회(居委会)를 중심으로 한 자치 조직이 노인을 위한 식사 배달, 건강 체크, 문화 활동을 사구 단위로 운영합니다. 2024년 말 기준 전국에 446곳의 시범 커뮤니티 재가양로 서비스 네트워크가 구축되었고, 노인의 49.5%, 농촌에서는 53.8%가 이웃 간 상호 돌봄인 ‘호조양로(互助养老)’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2024년 한국에서 고독사로 세상을 떠난 분은 3,924명, 전년 대비 7.2% 증가했습니다(보건복지부, 2025). 이분들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아십니까. 임대인이나 경비원이 43.1%로 가장 많았고, 이웃주민은 겨우 12.0%였습니다. 이웃이라는 안전망이 이미 무너져 있었던 겁니다. 제도가 그 빈자리를 메우려 애쓰고 있지만, 사람의 온기를 서류로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을, 저는 이 통계 앞에서 다시 확인했습니다.

한국의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은 사회적 고립 위험군 발굴과 맞춤형 지원을 핵심으로 내세우지만, 정책의 무게중심은 복지 인력 투입에 쏠려 있고 이웃 간 자생적 관계망을 되살리는 투자는 아직 미미합니다. 반면 중국 국무원은 2025년 1월 ‘양로 서비스 개혁과 발전 심화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며 2029년까지 사구 기반 양로 서비스 네트워크의 기본 구축을 국가 의제로 삼았습니다. 도시화 속도, 인구 구조, 정책의 우선순위가 다르니 어느 한쪽이 정답이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저는 이웃이라는 사회적 자본을 국가 전략의 한 축으로 세웠다는 그 발상 자체에서, 우리가 눈여겨볼 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취재 수첩을 다시 펼쳐보면, 그냥 지나칠 뻔한 문장이 하나 있습니다. 산둥성 사구 활동가는 제게 이런 말도 덧붙였습니다. “우리는 노인을 시설로 보내는 걸 마지막 선택으로 여겨요. 이웃과 자녀, 사구가 함께 돌보는 게 먼저죠.” 실제로 중국은 오래전부터 ‘9073’ 양로 구조 — 노인의 90%는 집에서, 7%는 사구 지원으로, 3%만 시설에서 노후를 보낸다는 정책 목표를 세워 왔습니다. 반면 한국은 2024년 기준 전국 경로당이 6만 8천여 개소에 이르지만, 실제 이용률은 고령자의 27.3%에 그칩니다(보건복지부, 2024). 공간은 있으나 발걸음이 뜸한 것이지요. 저는 이 대목에서, 시설과 제도의 숫자보다 ‘오늘도 찾아가고 싶은 곳’이 있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렇다면 관계는 저절로 회복되는 것일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호조양로가 사구 조직이라는 제도적 그릇 안에서 자라난 것처럼, 한국에서도 이웃 간의 정을 다시 엮어낼 작은 그릇 하나가 필요하다고 저는 봅니다. 그 그릇이 반상회일 수도, 아파트 단지의 작은 텃밭일 수도, 혹은 이 칼럼을 읽는 누군가의 용기 있는 노크 한 번일 수도 있겠지요. 여러분이 사는 동네에는, 노인을 위한 그런 그릇이 있습니까.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여쭙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옆집에 사는 분의 이름을 알고 계신가요. 오늘 저녁,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이웃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거창한 복지 시설이 아니라, 현관 앞에 놓인 작은 반찬 한 접시에서 노년의 행복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걸, 저는 이번 취재를 통해 다시 배웠습니다. 담장 너머의 온기는 결국 누군가가 먼저 손을 내밀 때 전해지는 것이니까요.
이 이야기는 제 책 「실버 브릿지: 그들의 하루」 제6장에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한중 양국 노인들의 이웃관계를 둘러싼 더 많은 사례와 통계, 그리고 담장 너머로 온기를 잇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책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iabook.com/books/silverbridge-vol02-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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