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6년 10월 18일 일요일 전체기사 로그인 회원가입 한국어 ENG 中文 日本語 Tiếng Việt

칼럼 김미희

부모님과의 대화, ‘왜’ 대신 건네는 한마디

추궁이 아니라 안부가 되는 말투 하나가, 두 사람의 저녁을 바꿉니다

기사입력 기사번호 52249
위아쌤 마음돌봄 신호 · 제 3회

글 김미희 칼럼니스트

하루 종일 여기저기 다니느라 지친 몸으로 부모님 댁 현관문을 열면, 참았던 말이 툭 튀어나올 때가 있습니다. “왜 약을 안 드셨어요”, “왜 또 그러셨어요” 같은 말들이요. 나쁜 마음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 순간 부모님 얼굴이 굳는 걸 보면 마음 한쪽이 저릿합니다. 오늘은 그 한마디를 조금 다르게 건네는 법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려 합니다.

‘왜’라는 말이 무겁게 내려앉는 이유

‘왜’는 원래 이유를 캐묻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이 나이 든 부모님께 향할 때는,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당신이 뭔가 잘못했다’는 뜻으로 들릴 때가 많습니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스스로도 느끼고 계신 분들에게, ‘왜’로 시작하는 질문은 그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말이 되어버리기 쉽습니다. 우리는 그저 걱정이 앞서 나온 말인데, 듣는 쪽에서는 자신의 부족함을 지적당한 느낌을 받는 것이지요.

실제로 이런 장면은 낯설지 않을 겁니다. 어머니가 아침 약을 챙겨 드시지 않은 걸 보고 “왜 안 드셨어요” 하고 물으면, 어머니는 순간 말문이 막히거나 “너도 맨날 깜빡하잖아” 하며 방어적으로 받아치십니다. 그 자리에서 정말 궁금한 건 ‘왜’가 아니라 ‘괜찮으신지’였는데, 말은 이미 추궁의 모양으로 나가버린 뒤입니다. 그러고 나면 두 사람 다 마음이 편치 않은 채로 하루를 넘기게 됩니다.

돌봄의 하루, ‘왜’가 튀어나오는 순간들

돌봄의 하루는 크고 작은 ‘왜’로 채워지기 쉽습니다. 몇 번이나 했던 이야기를 또 꺼내실 때 “왜 또 그 얘기예요”, 혼자 나가셨다가 넘어질 뻔한 걸 알았을 때 “왜 말도 없이 나가셨어요”, 병원 가자는 말에 손사래를 치실 때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세요” 하는 식으로요. 하나하나는 사소해 보여도, 하루에 몇 번씩 쌓이다 보면 부모님도 나도 지쳐서 서로에게 날이 서는 저녁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 말들이 튀어나오는 건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걱정이 앞서고 몸과 마음이 지쳐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왜 말도 없이 나가셨어요”라는 말 속에는 ‘혹시 다치실까 봐 무서웠어요’라는 마음이 숨어 있습니다. 다만 그 마음이 입 밖으로 나올 때는 걱정의 얼굴이 아니라 짜증의 얼굴을 하고 나가버리는 것이지요.

부모님 입장에서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자꾸 확인받고 지적당하는 느낌이 들면, 그동안 스스로 해오시던 일까지 자신 없어지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왜’가 오가는 대화는 흔히 서로 하고 싶은 말은 못 하고, 방어와 짜증만 주고받다 끝나버리곤 합니다.

‘왜’ 대신 건넬 수 있는 말들

다행히 같은 상황에서도 조금 다른 말을 골라볼 수 있습니다. 약을 안 드셨을 때는 “왜 안 드셨어요” 대신 “오늘 좀 힘드셨어요? 속이 불편하셨나” 하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혼자 나가셨다가 넘어질 뻔했을 때는 “왜 말도 없이 나가셨어요” 대신 “많이 놀라셨겠어요, 저도 걱정했어요” 하고 먼저 마음을 건네볼 수 있고요. 병원 가기를 미루실 때도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세요” 대신 “병원 가는 게 뭐가 제일 마음에 걸리세요” 하고 여쭤보면, 대화의 문이 조금 다르게 열립니다.

이렇게 말을 바꾸면 달라지는 건 표현의 부드러움만이 아닙니다. ‘왜’로 물으면 상대는 이유를 대며 자신을 방어해야 하지만, ‘어땠는지’ ‘어떤 마음이었는지’를 물으면 상대는 그저 자기 이야기를 꺼내놓으면 됩니다. 방어가 아니라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 작은 차이가 쌓이면, 같은 하루도 서로에게 좀 덜 날카로운 하루가 될 수 있습니다.

나 자신에게도 건네야 할 말 한마디

돌봄의 어려움은 부모님께 하는 말뿐 아니라, 나 자신에게 하는 말에서도 드러납니다. 참지 못하고 날 선 말을 뱉고 난 뒤, 혼자 있는 시간에 “나는 왜 매번 이렇게밖에 못 할까” 하고 스스로를 다그치는 분들이 많습니다. 차 안에 혼자 앉아 방금 한 말을 곱씹으며 자책하는 그 순간, 우리는 부모님께 그랬듯 나 자신에게도 ‘왜’로 물으며 몰아세우고 있는 셈입니다.

그럴 때 자신에게도 조금 다른 말을 건네보면 좋겠습니다. “왜 또 그랬어” 대신 “오늘 많이 지쳤구나, 그럴 만도 했어” 하고요. 돌보는 사람도 완벽할 수 없고, 지친 날엔 마음보다 앞선 말이 나올 수 있다는 걸 스스로에게 허락해 주는 것입니다. 부모님께 건네는 말투가 조금씩 부드러워지려면, 먼저 나 자신에게 너그러운 말을 건네는 연습이 함께 필요합니다.

오늘의 마음돌봄 실천

★☆☆오늘 부모님께 ‘왜’로 시작되는 말이 나오려 할 때, 잠깐 멈추고 ‘그랬군요’ 또는 ‘어떠셨어요’로 바꿔 말해 보세요. 말의 방향을 추궁에서 안부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상대가 방어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어요.

★★☆대화 전에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셋을 세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지친 상태에서 바로 튀어나오는 말과, 숨 한 번 고르고 나오는 말은 같은 상황에서도 다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여유가 있는 날엔 오늘 오간 말 중 마음에 걸렸던 한마디를 짧게 적어보고, 좋아하는 향을 곁에 두고 잠시 앉아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하루를 돌아보며 나를 다독이는 시간이 다음 대화를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들어 줄 수 있어요.

살며시 당부
말투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오늘 또 ‘왜’가 튀어나왔더라도 자책하지 마시고, 그저 다음 순간에 한 번 더 시도해 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찻잔 두 개를 마주 놓고 나누는 대화에는, 정답보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먼저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오늘 건넨 말 한마디가 서툴렀어도 괜찮습니다. 내일 다시, 조금 다른 한마디로 부모님과 마주 앉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음돌봄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다면 한국셀프힐링협회에서 만나요.

글 김미희 칼럼니스트
아로마테라피스트이자 한국셀프힐링협회에서 활동하는 김미희 칼럼니스트는 부모님 돌봄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돌보는 사람의 마음을 함께 다독이는 글을 씁니다. 코리안투데이 인천남부.

#마음돌봄 #부모님과의대화 #돌봄일상 #자기돌봄 #위아쌤 #코리안투데이인천남부

[ 김미희 기자: incheonsouth@thekoreantoday.com ]

지역 홍보대사 신청 코리안투데이 지부장 신청 코리안투데이 인천남부

THE KOREAN TODAY × WIA CODE

이 기사의 WIA Code

WIA Code — 이 기사 인증

WIA Code 스캐너로 비추면 인터넷 없이 발행 사실과 위·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휴대폰 기본 카메라로 찍으면 스캐너 안내 페이지가 열립니다 — 기사 바로 열기

WIA Code 스트림 — 이 기사 전체가 담겨 있습니다

움직이는 코드는 스트림입니다 — WIA Code 스캐너로 약 15초 비추면 기사 전문(사진 포함)이 폰에 저장되어 인터넷 없이도 읽을 수 있습니다.

⇓ Stream.mp4 다운로드

WIA Code · 코리안투데이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김미희 기자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