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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8일 일요일 전체기사 로그인 회원가입 한국어 ENG 中文 日本語 Tiếng Việt

칼럼 장형임

[섬에서 온 인공지능] 제2권 · 제6장 · 예산의 지도와 사람의 지도는 서로 다른 모양이었습니다

기사입력 기사번호 58770

지난주 목요일 아침, 강화읍의 한 민박집 마당에서 저는 주인 어르신이 휴대전화를 들고 한참을 서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예약 사이트에 새로 올린 방 사진이 며칠째 바뀌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사진이 너무 큰 건지 인터넷이 느린 건지 제가 몇 마디 여쭤보자, 그분은 잠깐 웃으시다가 이렇게 말하셨습니다. “이런 걸 물어볼 사람이 여기엔 없어요.” 저는 그 문장을 수첩에 적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인천 남동구에서 있었던 어느 개소식 소식을 읽었습니다.

  [코리안투데이] 강화 민박집 마당의 아침 © 장형임 칼럼니스트

인천시와 인천테크노파크는 2026년 8월 25일 남동구 백범로 357 한국교직원공제회 인천회관 3층에 ‘인천 ICT콤플렉스’를 열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지원하는 ICT이노베이션스퀘어 확산사업의 거점입니다.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를 배우고 싶은 시민과 기업이 찾아가 강의를 듣고 장비를 만져 볼 수 있는 자리입니다. 저는 이 소식이 반가웠습니다. 인천에 이런 공간이 생기기를 오래 기다렸기 때문입니다.

자료를 조금 더 들여다보았습니다. 인천 ICT이노베이션스퀘어는 거점 한 곳과 교육장 두 곳으로 이루어지고, 교육장은 미추홀구와 남동구에 있습니다. 강화군과 옹진군에는 시설이 없습니다. 사업비는 국비 12억 원에 지방비 3억 원을 더해 모두 15억 원입니다. 지도 위에 점 세 개를 찍어 보니, 그 세 점은 모두 서로 삼십 분 거리 안에 모여 있었습니다.

이 사업은 2020년 공모에서 동남권과 동북권, 호남권, 충청권이 먼저 선정되었고 인천은 2026년에야 문을 열었습니다. 부산과 울산, 경남 쪽은 여섯 해를 앞서 시작한 셈입니다. 늦게 도착하는 자리의 마음을 저는 조금 압니다. 강화에서 오래 그 자리에 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천이 마침내 받은 이 몫이 아깝게 쓰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큽니다.

행정안전부가 분기마다 집계하는 생활인구 통계를 보면, 2024년 2분기 강화군의 생활인구는 65만 8,902명으로 주민등록인구의 약 9.58배였습니다. 주말마다 초지대교가 밀리는 이유가 숫자로 적혀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같은 인천 안에서 강화군과 옹진군은 인구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사람이 이토록 오고 가는 곳이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적히는 일을, 저는 오래 들여다보았습니다.

예산의 지도와 사람의 지도가 서로 다른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산의 지도는 인구가 밀집한 곳, 기업이 모인 곳, 전철이 지나는 곳을 따라 그려집니다. 그 셈법이 틀렸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고, 그 자리에도 예산은 필요합니다. 다만 사람의 지도는 민박집 마당과 시장 좌판, 마을 경로당의 마루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사진 한 장을 올리지 못해 손님을 놓치는 하루도 그 지도 안에 있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거점을 섬으로 옮겨 달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강사가 다리를 건너, 배를 타고 들어오는 순회 교육 한 줄이 사업 계획서에 적히기를 바랍니다. 마을 경로당과 면사무소 회의실은 이미 있고, 필요한 것은 그날 문을 열어 줄 사람과 오가는 차비뿐입니다. 온라인 강의 링크를 보내는 것으로 갈음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 적어 둡니다. 물어볼 사람이 없다는 말은 링크로는 풀리지 않습니다.

저는 이 연재를 쓰는 동안, 인공지능이 결국 배운 사람에게만 도구가 된다는 사실을 자주 확인했습니다. 같은 기술이 어디에서는 창업의 연장이 되고, 어디에서는 여전히 소문으로만 남습니다. 예산이 지나간 자리와 지나가지 않은 자리의 차이는 몇 해가 지나면 사람의 살림에서 드러납니다. 여러분이 사시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배움의 자리는 몇 분 거리에 있는지요. 배우고 싶은 것이 있는데 물어볼 사람이 마땅치 않았던 날,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저는 그 민박집 주인께 사진 크기를 줄이는 방법을 알려 드리고 왔습니다. 며칠 뒤에 새 사진을 보고 전화를 걸어 온 손님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만 제가 바라는 것은 그런 우연이 아니라, 제가 아니어도 물어볼 사람이 이 섬에 있는 일입니다. 15억 원의 지도에 점 하나를 더 얹는 값은 그 전체에서 아주 작은 부분일 것입니다.

이 이야기와 이어지는 기록은 제가 강화에서 쓰고 만든 책과 서비스에도 담겨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에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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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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