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적·상습적으로 국가 연구비를 부정 사용한 연구자는 앞으로 최대 20년간 국가연구개발활동 참여가 제한돼 연구현장에서 사실상 퇴출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배경훈)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일부개정법률 공포안이 9월 8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 [코리안투데이] 「국가연구개발혁신법」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 © 장형임 기자 |
개정 법률은 지난 8월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2027년 3월부터 시행된다. 이번 개정은 연구자의 자율성과 도전성은 높이되 연구부정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우는 방식으로, 신뢰와 책임에 기반한 국가연구개발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취지다.
가장 큰 변화는 연구부정에 대한 제재 수위의 대폭 상향이다. 연구부정행위 등에 따른 국가연구개발활동 참여제한 기간의 상한이 현행 10년에서 20년으로 두 배 늘어난다. 이미 지급한 정부지원연구개발비를 기준으로 물리는 제재부가금 상한도 기존 5배에서 30배로 크게 오른다. 이에 따라 학생인건비 편취나 연구비의 사적 유용 같은 중대한 부정행위에는 최대 20년의 참여제한과 함께 정부지원연구개발비의 30배에 이르는 제재부가금이 부과될 수 있다.
다만 모든 위반에 일률적으로 최고 수준의 제재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제재처분은 제재사유의 중대성, 위반행위의 고의성과 위반 횟수, 연구개발과제의 수행 단계와 진행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
범죄 혐의가 있는 부정행위에 대한 대응 근거도 명확해졌다.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연구부정행위에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관할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수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중대한 부정행위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책임을 강화하는 동시에 도전적 연구를 촉진하기 위한 과제평가 체계 개편도 함께 이뤄진다. 과제 선정 단계부터 ‘연구목표의 혁신성’을 핵심 평가 요소로 삼아, 안전지향적 과제 대신 높은 목표를 제시한 연구자를 적극 지원한다. 단계·최종 평가에서는 결과물 중심 등급제 폐지의 후속 조치로 ‘성과의 우수성’과 ‘도전적 연구 과정’을 중심으로 한 정성평가로 전환해 우수과제를 선별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특히 학문적·기술적 파급효과가 큰 ‘우수과제’뿐 아니라, 혁신적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더라도 시행착오를 통해 탁월한 지식을 창출한 ‘우수도전 과제’도 후속 연인천강화 이어질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수행 과정이나 결과가 우수한 과제는 해당 연구책임자나 연구기관을 별도 공모 절차 없이 지정해 지원할 수 있다.
연구결과가 극히 불량한 과제에 대한 제재처분 기준도 완화된다. 앞으로는 법령 위반, 협약 의무 미이행, 연구부정 등 수행 과정이 중대하게 부적절한 경우에만 제재한다. 연구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제재받을 수 있다는 연구현장의 우려를 해소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 연구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개정은 연구자의 삶과도 직결된다. 성실하게 도전한 연구자는 실패하더라도 후속 연구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반면, 연구비를 사적으로 유용한 연구자는 사실상 연구현장을 떠나야 하는 구조가 자리 잡는 셈이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되는 연구개발비가 보다 투명하게 쓰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이기도 하다.
과기정통부는 법 시행에 맞춰 2027년 3월까지 현장 의견 수렴을 거쳐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령」 등을 정비할 계획이다.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이번 법 개정은 지난 6월 연구혁신비 신설, 간접비 네거티브 전환, 연구개발(R&D) 서식 간소화 등 연구자의 자율성 확대에 이어, 중대한 부정행위에는 그에 걸맞은 책임을 부과하기 위한 것”이라며 “연구자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연구 자율성은 더욱 확대하고, 성실한 도전과 우수한 연구는 더 과감하게 지원해 ‘신뢰와 책임에 기반한 혁신 연구 생태계’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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