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가 배봉산공원을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도심형 복합공원으로 가꿔가고 있다. 한때 주민들이 가볍게 오르내리던 산책형 녹지에 머물렀던 배봉산은 이제 숲해설과 유아숲체험, 인공암벽장, 숲속폭포, 미디어파사드(건물 외벽이나 구조물 표면에 영상과 빛을 투사해 입체적 장면을 연출하는 야간 시각 콘텐츠), 황톳길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진 생활권 대표 공원으로 위상을 높이고 있다.
![]() [코리안투데이] 배봉산 숲속폭포(사진제공: 동대문구청) ⓒ 박찬두 기자 |
무엇보다 배봉산의 변화는 접근성과 체류성의 확장에 있다. 배봉산은 4.5㎞ 순환형 무장애 숲길을 품고 있어 유모차를 이용하는 가족과 고령자, 보행약자도 비교적 편안하게 숲길을 누릴 수 있다. 급경사나 높은 문턱 같은 물리적 장벽을 줄인 무장애 동선은 단순한 편의 차원을 넘어, 누구나 일상적으로 자연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공공성의 기반이 된다. 도심 한가운데서도 부담 없이 걷고, 쉬고, 머무를 수 있다는 점에서 배봉산은 생활권 공원의 모범적인 진화 사례로 읽힌다.
이 공원의 강점은 ‘자연을 바라보는 공원’에서 멈추지 않는 데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운영되는 숲해설 프로그램은 전문 해설사와 함께 숲을 걸으며 생태를 배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민들은 나무와 꽃, 계절의 변화, 숲의 구조와 생명 순환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되고, 공원은 단순한 산책 공간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태 교실이 된다. 유아숲체험원 역시 아이들이 오감으로 자연을 익히는 체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흙을 밟고 바람을 느끼며 나뭇잎과 곤충, 숲의 소리를 경험하는 과정은 유아기 감수성과 생태 감각을 키우는 교육적 자산이 된다. 여기에 치유 프로그램까지 더해지면서 아이에게 숲은 배움의 공간이 되고, 어른에게는 분주한 일상 속 호흡을 가다듬는 쉼터가 되고 있다.
활동적인 체험을 원하는 주민을 위한 공간도 마련돼 있다. 2017년 조성된 높이 7m 규모의 인공암벽장은 배봉산의 역동성을 상징하는 시설 가운데 하나다. 암벽장은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이용자는 전문강사의 지도 아래 장비 사용법과 기본 등반 기술을 배울 수 있으며, 사전 안전교육과 안전요원 배치가 이뤄져 초보자도 비교적 안심하고 체험할 수 있다. 사전 예약과 현장 접수를 병행하고, 이용료는 무료다. 공공공원이 단순한 휴식의 장소를 넘어 주민 건강과 도전, 여가 활동을 북돋는 생활체육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과 콘텐츠도 배봉산의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여름철이면 배봉산 열린광장에 조성된 숲속폭포가 시원한 경관을 선사한다. 폭포는 5월부터 9월까지 하루 5회,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가동되며, 폭 41m, 최대 높이 19m 규모로 도심 속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인상적인 수경관(水景觀·물을 활용해 조성한 경관)을 형성한다. 무더위 속에서 주민들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더위를 식히는 쉼터이자,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는 계절감을 오롯이 체감할 수 있는 여름 명소로 기능한다.
밤이 되면 같은 공간은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숲속폭포 일대는 주말마다 미디어파사드 무대로 전환된다. 미디어파사드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부터 8시 30분까지 3회 운영되며, 회당 30분씩 상영된다. ‘돌의 숨, 숨의 빛’을 주제로 한 이 야간 콘텐츠는 ‘피어나다’, ‘루미니아’ 등의 작품을 통해 숲과 물, 빛과 영상이 어우러지는 몰입형 경관을 연출한다. 자연의 물성과 디지털 기술이 충돌하지 않고 조화롭게 겹쳐지는 이 장면은 배봉산공원이 전통적 녹지공간에서 체험형 문화공간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낮의 배봉산이 걷고 쉬는 숲이라면, 밤의 배봉산은 감각적으로 체험하는 도시 문화무대가 되는 셈이다.
최근 높아진 맨발 걷기 수요에 맞춰 황톳길도 새롭게 정비됐다. 배봉산근린공원 황톳길은 휘경광장에서 히어리광장까지 이어지는 355m 구간으로, 올해 4월 리모델링을 마쳤다. 구는 미끄럼 방지용 안전난간을 설치하고 국내산 황토를 새로 포설(깔거나 펴서 설치하는 작업)했으며, 세족장과 신발보관함 등 편의시설도 확충했다. 이를 통해 주민들은 보다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맨발 걷기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단순히 유행을 반영한 시설 보완이 아니라, 시민 건강과 이용 만족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생활밀착형 정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숲길과 황톳길, 체험시설, 계절형 수경관, 야간 콘텐츠가 하나의 공원 안에서 촘촘하게 연결되면서 배봉산은 사계절 내내 주민 발길이 이어지는 동대문구 대표 여가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봄철 철쭉과 벚꽃, 가을 꽃무릇 등 계절마다 다른 자연 경관이 펼쳐지고, 정상에서는 노을과 새소리를 함께 느낄 수 있어 도심 속에서도 자연을 깊이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가까이 있어 더 자주 찾게 되고, 자주 찾을수록 더 많은 기능을 발견하게 되는 공원, 그것이 지금의 배봉산이다.
생활권 공원의 역할은 이제 단순한 녹지 확보를 넘어선다. 주민의 건강을 지키고, 아이들의 배움을 돕고, 가족의 여가를 품고, 도시의 밤까지 아름답게 밝히는 공공자산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배봉산의 변화는 하나의 공원 정비 사업을 넘어 도시가 주민의 일상과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만하다. 자연과 체험, 휴식과 문화가 공존하는 배봉산의 진화는 앞으로 동대문구 생활권 공원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풍경이 되고 있다.
김기현 동대문구청장 권한대행 부구청장은 “배봉산은 자연과 체험이 어우러진 도심 속 힐링 공간”이라며 “주민들이 더 안전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 개선과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