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6년 10월 18일 일요일 전체기사 로그인 회원가입 한국어 ENG 中文 日本語 Tiếng Việt

사회 복지 정책

골목마다 이어지는 나눔…이웃이 이웃을 살핀다

동대문구, 장안1동·전농1동·제기동서 기부와 안부 확인, 식사 나눔 잇따라
주민·상점·민간단체 선행이 복지 사각지대 메우는 생활밀착형 돌봄으로 확산
작은 관심이 고독사 예방과 위기가구 발굴로 이어지는 지역공동체의 힘

기사입력 기사번호 50250

서울 동대문구 곳곳에서 주민과 상점, 민간단체가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나눔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 생일에 전해진 아이스크림, 매달 건네는 파스, 10년째 이어온 피자와 치킨, 홀몸 어르신을 향한 안부 확인, 이름을 밝히지 않은 어르신의 새 옷 기부까지 크고 화려한 행사는 아니지만 생활 가까이에서 쌓이는 선행이 지역의 복지안전망을 두텁게 하고 있다.

 [코리안투데이] 동대문구 장안1동 두드림(do dream) 활동단(사진제공: 동대문구청) ⓒ 박찬두 기자

서울 동대문구는 장안1동, 전농1동, 제기동 등 지역 곳곳에서 주민과 상점, 민간단체가 어려운 이웃을 돕는 나눔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정의 제도적 지원만으로는 닿기 어려운 복지 사각지대(제도나 행정망에서 미처 발견되지 못해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영역)를 주민 스스로 살피고 메우는 흐름이 골목 단위에서 확산되는 모습이다.

장안1동에서는 지역 상점과 주민의 꾸준한 후원이 눈길을 끈다. 지정환피자 장안점은 2016년부터 한부모가정과 다자녀가정 5가구에 매월 피자, 치킨, 스파게티, 음료 세트를 지원해 왔다. 10년 가까이 이어진 이 나눔의 누적 환산액은 약 2600만 원에 이른다. 단발성 기부가 아니라 매월 일정하게 이어지는 지원이라는 점에서, 해당 가정에는 생활 속 든든한 응원이 되고 있다.

지역 인사의 지속적인 나눔도 이어지고 있다. 장해규 회장은 2022년부터 매년 장학금과 후원금을 기탁하고, 백미와 김장김치 후원까지 펼치며 저소득 가정과 아이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 장학금은 아이들의 학업 지속을 응원하는 투자이고, 백미와 김장김치는 취약계층의 일상 식생활을 지탱하는 실질적 지원이다. 지역사회가 아이들의 미래와 가정의 현재를 함께 돌보는 방식이다.

이웃을 직접 찾아가는 돌봄 활동도 활발하다. 장안1동 주민센터와 장안종합사회복지관은 지난 13일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두드림(do dream) 활동’을 진행했다. 활동단원들은 장안1동 주민센터 앞과 장평중학교 앞에서 주민들을 만나 위기가구 제보 방법을 안내하고, 주변 이웃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두드림’은 도움이 필요한 이웃의 문을 두드리고 꿈을 응원한다는 의미를 함께 담은 활동으로, 위기가구 발굴을 주민 참여형으로 넓히는 데 목적이 있다.

장안1동 우리동네돌봄단의 활동도 지역 돌봄의 중요한 축이다. 우리동네돌봄단(지역 주민이 취약계층의 안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복지서비스로 연결하는 생활밀착형 돌봄 조직)은 지역 내 1인가구 120여 명을 대상으로 주 1회 이상 안부 전화와 방문을 이어가고 있다. 고위험 가구에는 주 2회 이상 연락하며 건강과 안전 상태를 확인한다. 고위험 가구란 건강 악화, 고립,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위기 가능성이 큰 가구를 뜻한다.

돌봄단원 이강영 씨는 “전화를 드리거나 방문했을 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반갑게 맞아주시는 이웃들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말에는 지역 돌봄의 본질이 담겨 있다. 복지는 서류와 제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문 앞을 찾아가고, 평소와 다른 신호를 알아차리는 관계의 힘이 있어야 비로소 생활 속 안전망이 작동한다.

전농1동에서는 주민 생활 가까이에서 전해지는 나눔이 이어지고 있다. 작은사랑나눔운동본부는 지난 12일 김치 2㎏ 71상자를 전농1동 주민센터에 기탁했다. 기탁된 김치는 홀몸 어르신과 저소득 취약계층 71세대에 전달됐다. 김치는 한국인의 식탁에서 가장 기본적인 반찬 가운데 하나로, 취약계층에게는 단순한 식품을 넘어 식생활 안정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물품이다.

지역 상점의 나눔도 꾸준하다. 서생당약국은 3년 넘게 저소득층 주민에게 매달 파스를 지원하고 있다. 파스는 근육통이나 관절 통증 완화에 사용하는 외용제(피부에 붙이거나 바르는 약)로, 고령층이나 육체노동을 하는 주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큰손갈비도 주민센터 쿠폰을 지참한 저소득층 주민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한 끼 식사는 단순한 음식 제공을 넘어 이웃에게 존중과 환대를 전하는 방식이 된다.

 [코리안투데이] 동대문구 장안1동 두드림(do dream) 활동단(사진제공: 동대문구청) ⓒ 박찬두 기자

아이들을 위한 세심한 지원도 계속되고 있다. 전농1동 주민센터와 희망복지위원회는 지역 상점과 협력해 한부모가정 초등학생 자녀에게 생일 축하 아이스크림을 지원하고 있다. 작은 선물일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지역사회가 나를 기억하고 응원한다”는 따뜻한 경험으로 남는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으로 생일을 챙기기 어려운 가정에는 이 같은 배려가 정서적 지지의 역할까지 한다.

전농1동 주민센터에는 이름 없는 기부도 찾아왔다. 정부 지원을 받으며 생활하는 한 어르신이 새 재킷과 니트, 바지, 신발이 담긴 쇼핑백을 맡기며 “나보다 더 힘든 사람에게 전해달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어르신은 주민센터를 나서며 “다들 잘되게 매일 기도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기부 물품은 관내 고시원 거주자에게 전달됐다. 도움을 받는 처지에서도 더 어려운 이를 먼저 생각한 마음은 지역공동체가 지닌 품격을 보여준다.

제기동에서는 작은 이상 신호를 놓치지 않은 복지 활동이 소중한 생명을 지켰다. 건강음료 지원사업 대상자인 76세 홀몸 어르신에게 평소 배달되던 음료가 전달되지 않고 연락도 닿지 않자, 담당 직원은 즉시 자택 확인과 가족 연락에 나섰다. 이후 서울에 사는 손자녀가 방문해 쓰러져 있던 어르신을 발견했고, 119와 관계기관 연계로 병원 이송까지 이어졌다.

건강음료 지원사업은 홀몸 어르신 등 취약계층에게 정기적으로 음료를 전달하면서 안부를 함께 확인하는 사업이다. 단순히 물품을 배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음료 수령 여부나 연락 상태를 통해 이상 징후를 파악하는 돌봄 기능을 갖는다. 이번 사례는 일상적인 안부 확인이 위기 상황을 조기에 발견하고 생명을 지키는 장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대문구는 이러한 나눔과 돌봄이 공공복지의 빈틈을 메우는 중요한 힘이라고 보고 있다. 행정은 제도와 서비스를 마련하고, 주민과 상점, 단체는 생활 가까이에서 이웃을 살핀다. 이 두 축이 함께 움직일 때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고독사 예방도 한층 촘촘해질 수 있다. 고독사 예방은 홀로 생활하는 주민이 사회적 고립 속에서 위기 상황을 맞지 않도록 정기적인 안부 확인과 관계망을 구축하는 일을 포함한다.

지역사회 복지의 핵심은 거창한 구호보다 꾸준한 실천에 있다. 매달 전해지는 음식과 약품, 누군가의 생일을 기억하는 작은 선물, 연락이 닿지 않는 어르신을 확인하는 세심한 대응은 모두 한 방향을 가리킨다. 이웃을 행정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동대문구 골목마다 이어지는 나눔은 바로 그 시선에서 출발한다.

김기현 동대문구청장 권한대행 부구청장은 “동대문구 곳곳에서 이어지는 선행은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구민들의 따뜻한 마음에서 시작된다”며 “공공복지와 민간 나눔이 함께 작동하도록 동 주민센터와 지역 기관의 협력을 강화하고, 도움이 필요한 주민이 제때 지원받을 수 있는 복지안전망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동대문구의 나눔 사례는 지역 복지가 더 이상 행정기관의 일방적 지원에만 머물 수 없음을 보여준다. 주민, 상점, 민간단체, 복지기관, 동 주민센터가 서로의 역할을 나누고 연결될 때 생활 속 위기 신호는 더 빨리 발견되고 도움은 더 가까이 도착한다. 골목마다 이어지는 작은 선행들이 모여, 이웃이 이웃을 살피는 도시의 따뜻한 안전망을 만들어가고 있다.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박찬두 기자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