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미희 칼럼니스트

하루의 끝에 남는 것은 손이다
돌봄이라는 일은 대부분 손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아침에 부모님 식사를 챙기고, 약봉지를 뜯고, 병원 서류에 도장을 찍고, 설거지를 하고, 필요하면 몸을 씻겨드리는 것까지, 하루의 움직임 대부분이 두 손을 거쳐 갑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손 자체를 돌아볼 틈은 좀처럼 나지 않습니다.
저도 부모님을 돌보던 시절을 떠올려 보면, 밤에 잠자리에 들 때가 되어서야 손등이 유난히 뻣뻣하고 거칠다는 걸 알아차리곤 했습니다. 낮에는 그럴 틈이 없었던 겁니다. 손끝이 갈라지고 손톱 주변 살이 일어나 있어도,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또 그 손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지요.
이런 날들이 쌓이면 손이 보내는 작은 신호들을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 손이 뻣뻣하다, 손등이 당긴다, 손끝이 시리다 하는 감각은 사실 몸이 잠깐 멈추라고 보내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거창한 처방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하루에 잠깐이라도 내 손을 눈으로 살펴보는 것, 그것부터가 시작입니다.
손을 쓰다듬는 짧은 시간이 마음에 닿는 이유
손은 우리가 세상과 가장 자주 맞닿는 부위입니다. 그래서인지 손을 스스로 쓰다듬는 행동은 단순한 보습을 넘어서, 나 자신을 잠깐이라도 챙기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 손에 무언가를 정성껏 발라주는 그 몇 초의 동작 자체가 ‘지금은 나를 위한 시간’이라는 신호가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돌봄에 익숙해지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손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거울 속 얼굴은 매일 들여다봐도, 손등은 몇 달째 제대로 살펴본 적이 없다는 걸 문득 깨닫는 순간이지요. 갈라진 손톱, 거칠어진 마디, 예전보다 자주 붓는 손가락을 보면서 ‘언제 이렇게 됐나’ 싶어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하루 중 아주 짧게라도 손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손을 씻은 뒤 물기를 닦고 크림을 바르는 그 1, 2분 동안만큼은 다른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손의 감촉에만 마음을 두는 것입니다.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저 잠깐 멈추는 연습에 가깝습니다.
부모님의 손을 잡는 시간, 나의 손도 함께 쉰다
부모님을 돌보다 보면 말이 오가지 않는 시간이 늘어갈 때가 있습니다. 기력이 예전 같지 않으신 부모님과 마주 앉아 있으면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막막해지는 순간도 많습니다. 그럴 때 손을 잡고 로션을 발라드리는 동작은, 말로 다 못하는 것들을 대신 전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손등부터 천천히, 손가락 하나하나를 짚어가며 크림을 발라드리다 보면 부모님의 손이 예전보다 훨씬 작아지고 마디가 굵어졌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 손으로 오랫동안 자식을 키우고 살림을 꾸려오셨다는 사실이 손끝을 통해 전해지는 것 같은 순간입니다. 대화를 애써 이어가지 않아도, 손을 맞잡고 있는 그 자체로 시간이 채워지곤 합니다.
이런 시간을 가질 때는 서두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님이 손을 만지는 것을 불편해하시거나 대화를 원치 않으실 때도 있으니, 그럴 때는 억지로 이어가지 않고 잠깐 손만 살며시 잡아드리는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하루 중 5분 남짓이라도 이런 시간을 정해두면, 돌보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 모두에게 작은 쉼표가 되어줍니다.
나만의 손케어 의식 만들기
매일 반복되는 작은 의식은 생각보다 힘이 셉니다. 거창한 준비물이나 긴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라, 협탁 위에 핸드크림 하나, 작은 오일 병 하나를 두는 것만으로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마른 꽃잎을 함께 두거나 부드러운 수건을 곁에 두는 것도, 그 자리를 ‘나를 위한 자리’로 느끼게 해주는 작은 장치가 됩니다.
저는 잠들기 전 손에 크림을 바르는 시간을 오래도록 지켜왔습니다. 특별한 효능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그 시간이 하루를 정리하는 저만의 마침표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크림을 바르며 손끝의 촉감에 잠시 집중하다 보면, 낮 동안 쌓인 긴장이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 들곤 했습니다.
향을 더하고 싶다면 좋아하는 향 한두 방울을 무향 크림에 섞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다만 향은 어디까지나 기분을 다독이는 요소로 즐기는 것이지, 그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고 접근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만의 순서, 나만의 향, 나만의 시간을 정해두면 그것이 곧 매일 반복해도 지치지 않는 작은 의식이 되어줍니다.
오늘의 마음돌봄 실천
★☆☆손을 씻은 뒤 물기가 살짝 남은 상태에서 핸드크림을 손등에 올리고, 양손을 마주 대어 크게 원을 그리듯 열 번 정도 문질러 주세요. 크림이 골고루 스며들 뿐 아니라, 잠깐 손동작에 집중하는 그 자체가 하루 중 작은 쉼이 되어줍니다.
★★☆반대쪽 엄지손가락으로 손가락 마디를 뿌리부터 손끝까지 하나씩 꾹꾹 눌러 주세요. 하루 종일 물건을 쥐고 움직이느라 굳어 있던 손의 긴장이 조금씩 풀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유가 있는 저녁이면 좋아하는 향 한두 방울을 무향 크림에 섞어 나만의 핸드크림을 만들고, 잠들기 전 손에 발라주며 오늘 하루 중 감사했던 일 한 가지를 떠올려 보세요. 향과 함께하는 짧은 의식이 하루를 부드럽게 마무리하는 나만의 시간이 되어줍니다.
향 원료를 새로 쓰실 때는 팔 안쪽에 소량 먼저 발라보시고, 상처나 트러블이 있는 부위는 피해 주세요. 바른 뒤 붉어지거나 가려운 느낌이 있으면 바로 씻어내고 사용을 멈추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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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마테라피스트이자 한국셀프힐링협회에서 활동하는 김미희 칼럼니스트는 부모님 돌봄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돌보는 사람의 마음을 함께 다독이는 글을 씁니다. 코리안투데이 인천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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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희 기자: incheonsouth@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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