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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 명작선-7] 날 선 말들의 시대, 내면의 빛을 말하다

박유인 시인의 디카시 「결백」

기사입력 기사번호 55948

수련 한 송이가 넓은 잎들 사이에서 고요히 피어 있다. 짙은 초록의 수련잎 사이에서 한 송이 꽃이 선명한 빛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과 짧은 시가 만나 하나의 의미를 만들어내는 디카시의 특징이 박유인 시인의 「결백」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코리안투데이] 박유인 시인의 디카시 「결백」  © 장시백 기자

사진 속 화면을 가득 채운 잎들은 시의 ‘허공을 떠도는 수많은 입들’과 겹쳐 읽힌다. 여기저기에서 쏟아지는 말들, 서로를 향해 끊임없이 판단하고 규정하는 목소리를 떠올리게 한다. 그 가운데 한 송이 수련은 소란 속에서도 자신의 빛을 잃지 않은 채 피어 있다.

이어지는 ‘날 선 말끝으로 세상을 잘라 놓을 때’라는 표현은 언어가 가진 폭력성을 드러낸다. 말은 마음을 이어주는 통로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르고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그러나 작품의 시선은 바깥을 떠도는 말에서 안으로 향한다. ‘빛은 안에서 번져 나온다’는 마지막 행은 날 선 언어와는 다른 힘의 방향을 보여준다.

흔히 ‘결백’은 자신의 무고함을 밝히는 말로 쓰인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결백은 바깥의 말로 증명되기보다 ‘안에서 번져 나오는 빛’을 통해 드러나는 내면의 상태로 읽힌다. 누군가의 판단과 평가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지켜온 맑음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행 ‘빛은 안에서 번져 나온다’가 오래 남는다. 밖에서 비춰주는 빛이 아니라 자신의 안에서 번져 나오는 빛이다. 넓은 초록 잎과 어두운 물빛 사이에서 수련 한 송이가 밝게 떠 있는 모습도 이 마지막 문장과 잘 어우러진다.

말이 넘쳐나는 시대다. 누군가를 쉽게 판단하고, 짧은 말 한마디로 사람을 규정하는 일도 흔해졌다. 박유인 시인의 「결백」은 그런 시대를 향해 조용한 질문을 던진다.

나는 지금 바깥의 말에 휘둘리고 있는가. 아니면 그 말들 속에서도 내 안의 빛을 지켜내고 있는가.

수많은 ‘입들’과 ‘날 선 말끝’ 사이에서도 끝내 남는 것은 안에서 번져 나오는 한 줄기 빛이다. 그것이 이 짧은 작품이 말하는 ‘결백’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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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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