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6년 10월 17일 토요일 전체기사 로그인 회원가입 한국어 ENG 中文 日本語 Tiếng Việt

칼럼 박수진

[실버 브릿지] 제5권 · 제6장 · 청두의 여성이 남긴 한 마디, 한중 연금의 불안을 잇다

기사입력 기사번호 57238

몇 해 전 서울 구로의 한 경로당에서 만난 어르신 한 분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국민연금을 받고 계시냐고 여쭤보니 “받긴 받는데, 그걸로 병원비도 못 낸다”며 웃으셨습니다. 그 웃음이 왜 그렇게 오래 남았는지, 이번 장을 쓰면서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오늘은 한국과 중국의 연금 제도가 마주한 지속가능성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실버 브릿지 주제 이미지

「실버 브릿지」 제5권을 쓰면서 저는 숫자보다 사람을 먼저 봤습니다. 하지만 이번 장에서만큼은 숫자를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2023년 한국 국민연금 제5차 재정계산은 기금 고갈 시점을 2057년에서 2055년으로 앞당겼습니다. 저는 이 소식을 접했을 때, 구로 경로당에서 만난 그 어르신의 웃음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분에게 2055년은 먼 미래의 숫자가 아니라, 자녀 세대가 감당해야 할 청구서일 것입니다.

취재를 다니며 정리한 통계는 정직했습니다.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 소득 빈곤율은 39.7%로, OECD 회원국 평균 14.8%의 약 세 배에 달합니다. 부동의 1위입니다. 2024년 기준 구연금 재정 부족분의 현재가치는 약 609조 원, 한국 GDP의 26.9%에 이릅니다. 반면 중국은 2024년 말 기준 도시근로자 양로보험 퇴직 수급자가 1억 4,739만 명을 돌파했고, 전체 기본양로보험 가입자는 10억 7,282만 명으로 세계 최대 규모입니다. 숫자의 크기는 다르지만, 두 나라 모두 ‘벌 사람은 줄고 받을 사람은 늘어나는’ 같은 방정식 앞에 서 있습니다.

중국 취재 중에 만난 한 여성분의 이야기도 이 장에 함께 담았습니다. 청두 외곽의 농촌 지역에서 만난 그분은 도시근로자가 아니라 ‘거민(居民)’ 신분으로, 매달 받는 기초 연금이 200~300위안, 우리 돈으로 4만 원에서 6만 원 남짓이라고 했습니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도시와 농촌의 격차가 이렇게 크다는 것을, 저는 그분의 담담한 말투에서 오히려 더 무겁게 느꼈습니다. 한국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사이의 딜레마로 고민한다면, 중국은 도시와 농촌이라는 이원 구조 자체와 씨름하고 있었습니다.

취재 노트를 다시 펼치며 그 여성분이 했던 말을 그대로 옮겨봅니다. “우리는 도시 사람들처럼 매달 나오는 돈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저 안 끊기기를 바랄 뿐이에요.” 저는 이 한 문장을 이번 장의 부제로 삼았습니다. 이 말을 듣던 순간, 예전에 한국의 기초연금 수급 어르신에게서 들었던 “많고 적음보다 끊기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 겹쳐 떠올랐습니다. 나라도 언어도 다른 두 분이 결국 같은 불안을 같은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저는 이 책을 쓰며 몇 번이고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이 두 만남을 나란히 놓고 보면서 저는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연금 개혁은 미루는 순간 비용이 기하급수로 커지는 정책이라는 것입니다. 한국은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3%로 올리는 개혁안으로 고갈 시점을 2063년까지 8년 늦추려 하고, 중국은 2025년부터 15년에 걸쳐 정년을 남성 60세에서 63세로, 여성은 50·55세에서 55·58세로 늦추는 개혁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두 나라 모두 ‘얼마나 올릴지’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움직일지’를 묻고 있다는, 어느 연구팀의 지적이 취재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사회적 맥락을 짚어보면 더 선명해집니다. 한국의 노인부양비는 2025년 27.4명에서 2070년 103.3명으로 3.6배 늘어날 전망입니다. 중국의 노령인구 의존율도 2024년 21.2%에서 2041년 두 배로 늘어난다고 하니, 이는 이미 고령사회를 겪은 일본의 19년보다도 빠른 17년짜리 속도입니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동시에 밀려오는 두 나라에서, 정년 연장이나 보험료 인상 같은 정책 하나하나는 결국 세대 간 약속을 다시 쓰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2025년 처음으로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중국 역시 60세 이상 인구가 3억 명을 돌파해 전체의 22%에 이릅니다. 두 나라 모두 유례없는 속도로 늙어가는 사회를 향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저는 이 통계가 단순한 배경 설명이 아니라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금 제도를 손보는 일은 숫자를 조정하는 일을 넘어, 효를 대하는 태도와 가족이 서로를 부양하는 방식까지 함께 바꿔야 하는 일이 아닐까요. 여러분의 부모님 세대는, 혹은 여러분 자신은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가, 혹은 우리 자신이 받게 될 연금은 몇 년 뒤에도 그대로 있을까요. 그리고 그 답을 지금 세대가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저는 이 질문에 정답을 내놓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문제를 남의 나라 이야기나 먼 훗날의 일로 미뤄두지는 말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한국과 중국이 서로의 시행착오를 반면교사이자 동반자로 삼을 때, 실버 브릿지는 비교의 다리를 넘어 해법의 다리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 책 「실버 브릿지: 함께 늙어가는 법」 제6장에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구로 경로당 어르신과 청두 농촌 여성분의 이야기, 그리고 더 많은 통계와 현장의 목소리를 책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도서 상세 페이지는 다음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iabook.com/books/silverbridge-vol05-kr/

THE KOREAN TODAY × WIA CODE

이 기사의 WIA Code

WIA Code — 이 기사 인증

WIA Code 스캐너로 비추면 인터넷 없이 발행 사실과 위·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휴대폰 기본 카메라로 찍으면 스캐너 안내 페이지가 열립니다 — 기사 바로 열기

📱 스트림 코드 보기

움직이는 코드(스트림) 한 장에 기사 전문(사진 포함)이 담겨 있습니다 — WIA Code 스캐너로 약 32초 비추면 폰에 저장되어 인터넷 없이도 읽을 수 있습니다. Stream.mp4 도 여기서 받습니다.

WIA Code · 코리안투데이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박수진 칼럼니스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