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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8일 일요일 전체기사 로그인 회원가입 한국어 ENG 中文 日本語 Tiếng Việt

칼럼 장형임

[섬에서 온 인공지능] 제1권 · 제18장 · 물때를 읽는 할머니의 시계와 밤에도 꺼지지 않는 기계의 시계 사이에서

기사입력 기사번호 58778

지난주 화요일 아침 일곱 시, 저는 화도면 선수 선착장에 서 있었습니다. 주문도로 들어가는 첫 배를 기다리는 사람은 저를 빼면 다섯이었고, 그중 한 할머니는 보따리 두 개를 발치에 두고 바다 쪽만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제가 배가 몇 시에 오느냐고 여쭈자 할머니는 시계도 보지 않고 대답하셨습니다. “오늘은 물이 늦어. 스무 분은 더 있어야 돼.” 정말로 스무 분쯤 지나서야 배는 방파제 끝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코리안투데이] 선수 선착장에서 첫 배를 기다리는 아침 © 장형임 칼럼니스트

섬에서 배를 타고 오가는 분들은 시간표를 외우고 삽니다. 그런데 그 시간표는 벽에 붙은 종이와는 조금 다릅니다. 종이에는 출발 시각이 적혀 있지만, 몸에 적힌 시간표에는 물때와 바람과 계절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선착장 앞에서 민박을 하시는 분은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종이 시간표는 손님 보라고 붙여 놓는 거고, 우리는 물을 보고 살아요.” 저는 그 말을 들으며 시간표를 읽는 일과 시간을 사는 일이 다르다는 것을 처음 실감했습니다.

저는 강화에 오기 전까지 휴대전화 시계에 맞춰 살았습니다. 약속은 분 단위로 잡았고, 몇 분 늦으면 사과부터 했습니다. 그런데 섬에서는 배를 놓치면 다음 배가 아니라 내일이 옵니다. 하루에 몇 번 오지 않는 배 앞에서 분 단위의 초조함은 아무 힘이 없습니다. 대신 그 자리에 다른 것이 들어옵니다. 오늘 못 가면 내일 가면 된다는, 조금 느슨하고 조금 단단한 마음입니다.

요즘 저는 인공지능과 함께 글을 쓰고 자료를 정리합니다. 이 기계는 언제나 켜져 있습니다. 새벽 세 시에 물어도 대답하고, 명절 아침에 불러도 대답합니다. 기계에는 물때가 없고, 첫 배도 막배도 없습니다. 처음에는 그것이 참 편했습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라는 것이 이렇게 가벼운 것인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새벽, 답이 순식간에 화면에 올라오는 것을 보다가 문득 선착장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기계에게서 답을 받는 동안 한 번도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선착장에서는 달랐습니다. 배를 기다리는 스무 분 동안 할머니는 제게 주문도 어느 집 김치가 맛있는지 알려 주셨고, 저는 할머니의 보따리 하나를 배까지 들어 드렸습니다. 기다림이 있어서 오간 말들이었습니다.

기계의 시간과 섬의 시간이 다른 점은 빠르고 느린 데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계의 시간은 끊기지 않고, 섬의 시간은 끊깁니다. 끊기는 시간에는 틈이 생기고, 그 틈으로 사람이 들어옵니다. 할머니가 시계 없이 “스무 분”을 맞히신 것도 오랜 세월 물을 보며 몸에 쌓인 시간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기계는 쌓인 자료로 답하고, 할머니는 쌓인 아침으로 답하십니다.

저는 언제나 켜져 있는 기계를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밤에도 대답해 주는 도구 덕분에 이 글도 조금 더 일찍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그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만큼, 기다리는 법을 잊지는 말자고 스스로에게 이릅니다. 답이 늦게 오는 사람 곁에서 조금 더 서 있어 주는 일, 그것은 기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물어보면 바로 답이 오는 시간에 익숙해져서, 누군가의 느린 답을 기다리는 일이 어느새 불편해지지는 않으셨는지요. 오늘 하루 중에 시계를 보지 않고 무언가를 기다린 순간이 있으셨는지 한번 떠올려 보셨으면 합니다.

배가 주문도를 향해 떠난 뒤, 저는 다음 배 시간을 수첩에 적었습니다. 그러다 펜을 멈추고 대신 바다를 잠시 바라보았습니다. 기계는 오늘 밤에도 켜져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저는 가끔 꺼져 있어도 괜찮겠다고, 선착장의 바람 속에서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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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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