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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수진

[실버 브릿지] 제5권 · 제25장 · 같은 공원, 다른 의자 — 96회를 쓰고 나서 적은 두 나라 노년의 지도

기사입력 기사번호 58863

서울 종로의 탑골공원과 베이징의 천단공원에는 저마다 장기판이 놓여 있습니다. 저는 두 공원의 풍경을 나란히 떠올릴 때마다 같은 생각을 합니다. 말을 옮기는 손의 모양도, 옆에서 훈수를 두는 어르신의 목소리도 이렇게 닮았는데, 이분들이 해 질 녘에 돌아가 앉을 의자는 어쩌면 이렇게 다를까 하는 생각입니다.

실버 브릿지 주제 이미지

오늘은 제 책 「실버 브릿지」를 96회까지 쓰고 나서 마지막에 정리한 대목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는 독거노인의 하루, 백세노인의 장수 비결, 노년 창업자, 국제연애, 임종유언, 치매가정까지 한국과 중국 노년의 여러 길목을 걸었습니다. 회를 거듭할수록 선명해진 사실은 하나였습니다. 두 나라 노인은 놀랍도록 닮은 얼굴을 하고 있는데, 그분들이 앉아 있는 의자의 단단함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책에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같은 유교 문화권에서 효(孝)를 공유하면서도 연금 한 통장의 무게는 다르고, 같은 공원에서 장기를 두면서도 내일 아침의 병원비 걱정은 다르다.”

먼저 숫자부터 펼쳐 보겠습니다. 통계청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1,051만 4,000명으로 전체의 20.3%입니다. 다섯 명 중 한 명이 고령자라는 뜻입니다. 전남(27.4%), 경북(26.1%), 강원(25.7%), 전북(25.4%)은 이미 초고령 지역이 되었습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2024년 말 집계에서는 65세 이상이 15.6%로 한국보다 4.7%p 낮습니다. 그런데 사람 수로 세면 2억 2,023만 명이고, 60세 이상은 3억 1,031만 명(22%)입니다. 비율은 낮아도 한국 전체 인구의 4배를 훌쩍 넘는 사람들이 늙어 가고 있습니다.

속도도 다릅니다. 한국은 2000년 고령화사회, 2017년 고령사회, 2025년 초고령사회까지 25년이 걸렸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기록입니다. 중국은 2000년 고령화사회에 들어선 뒤 20여 년 동안 곡선이 완만했지만, 2022년 총인구가 줄기 시작한 뒤로는 곡선이 가팔라졌습니다. 2035년경에는 60세 이상이 4억 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저는 이것을 한국은 이미 도착한 초고령, 중국은 곧 들이닥칠 거대 고령이라고 적었습니다. 한림대 석재은 교수의 말이 이 차이를 잘 요약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은 ‘부자가 되기 전에 늙었다(未富先老)’는 말을 중국의 고민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우리가 먼저 그 말의 주인이 되었다. 중국은 규모로, 한국은 속도로 같은 문제를 다른 문법으로 풀고 있다.”

닮은 점도 많았습니다. 가장 깊은 것은 자식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노부모 부양을 가족과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답한 사람이 60.4%로, 10년 전보다 17%p 늘었습니다. 중국의 2024년 전국 노인실태조사에서는 자식과 함께 살고 싶다는 응답이 28.1%에 그쳤습니다. 겉으로 보면 자립이지만, 저는 속내가 폐 끼치지 않기에 더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두 공원에서 장기를 두던 분들이 유난히 말을 아끼던 까닭을 이 숫자에서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디지털 앞에서도, 돌봄 앞에서도 두 나라는 닮아 있었습니다. 한국 70대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85%이고, 중국은 60세 이상 위챗 월간 이용자가 2억 명을 넘습니다. 그런데 키오스크 주문 실패, 모바일 병원 예약 포기, 보이스피싱 피해는 두 나라 모두 다른 연령대의 3배를 넘습니다. 접속은 되었는데 연결은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돌봄 인력도 부족합니다. 한국은 요양보호사 1인이 맡는 수급자가 평균 2.5명이지만 농촌에서는 5명에 가깝고, 중국은 양로 간호사가 500만 명 모자랍니다. 두 나라 모두 오래 며느리와 딸에게 기대 온 돌봄이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차이는 무엇보다 연금 통장에서 갈렸습니다. 한국의 노인 상대빈곤율은 39.7%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고, 평균(14.8%)의 2.7배입니다. 소득대체율은 31%로 OECD 평균 42%에 못 미칩니다. 중국은 도시 근로자의 평균 연금이 월 3,600위안이고 농촌은 200위안이라 18배 차이가 납니다. 돌봄 제도는 한국이 2008년 장기요양보험을 도입해 18년째 이어 오고 수급자가 120만 명입니다. 중국은 2016년 49개 도시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한 단계이고, 전국 단일 제도는 아직 없습니다. 그래서 민간 실버타운이 먼저 움직이고 제도가 뒤따라가는 모양새입니다.

이 비교를 쓰면서 제가 가장 조심한 것은 오독이었습니다. 은발경제가 2030년 25조 위안 규모가 된다는 숫자는 상하이·베이징·광저우를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중서부 농촌 노인의 구매력은 한국 지방도시 노인과 비슷하거나 더 낮습니다. 양국이 다 기초연금이라는 말을 쓰지만, 한국은 국민연금을 보완하는 공적 부조이고 중국은 도농을 아우르는 기본 공적연금입니다. 같은 75세라도 한국은 전쟁과 산업화를, 중국은 대약진과 문화대혁명을 겪은 세대입니다. 돈을 아끼는 습관의 뿌리가 서로 다릅니다.

96개의 조각을 다 맞춰 보고 나서 저는 이렇게 결론을 냈습니다. 한국은 중국의 20년 뒤 모습이 아니고, 중국도 한국을 열 배로 키운 모습이 아닙니다. 한국은 제도의 촘촘함으로 속도를 견디고, 중국은 시장의 활력으로 규모를 견딥니다. 한국이 노년의 존엄을 개인의 권리로 정의해 왔다면, 중국은 가족과 공동체의 품에서 먼저 찾아왔습니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서로의 시행착오를 거울로 삼을수록 이 파도를 덜 다치고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자님께 한 가지 여쭙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 부모님이 앉아 계신 의자는 얼마나 단단합니까? 그리고 몇십 년 뒤 우리가 앉을 의자는 지금 누가 만들고 있습니까?

이 이야기는 제 책 「실버 브릿지: 함께 늙어가는 법」 제25장에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표와 출처, 두 나라 노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한 장에 모아 두었으니 천천히 펼쳐 보셨으면 합니다. 도서 상세 페이지는 https://wiabook.com/books/silverbridge-vol05-kr/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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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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