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겨울, 하얼빈에서 온 한 노부부를 야룽완 해변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반팔 차림으로 태극권을 마치고 나란히 앉아 계셨던 그분들께 “언제 돌아가시느냐”고 여쭈니, 남편분이 웃으며 답하셨습니다. “3월에 눈이 녹으면요. 여기가 우리 겨울집입니다.” 그 한마디가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저는 오늘 그 겨울집 이야기, 싼야와 제주라는 두 섬이 노년의 휴양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제 책 「디지털 실버」 제22장을 쓰며 가장 먼저 손에 잡은 자료는 항공편 통계였습니다. 창춘·하얼빈발 항공편의 70세 이상 승객 비율이 3분의 1에 달한다는 인민일보의 보도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이것이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이주에 가깝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실제로 만난 어르신들의 언어도 그랬습니다. 그들은 싼야를 “여행 간다”고 하지 않고 “내려간다”고 표현했습니다. 호텔이 아니라 월세 아파트(月租房)를 3~5개월 단위로 빌리고, 같은 고향 출신 이웃들과 커뮤니티 식당에서 함께 밥을 지어 먹으며, 저녁이면 해변 광장에서 광장무(广场舞)를 추는 생활. 이것은 관광이라기보다 계절을 따라 옮겨가는 또 하나의 삶이었습니다.
숫자로 보면 이 흐름의 규모가 더 선명해집니다. 2024년 말 기준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3억 1,031만 명, 65세 이상은 2억 2,000만 명을 돌파해 전체 인구의 15.6%에 이릅니다. 싼야는 호적 인구가 73만 명에 불과하지만, 반년 이상을 머무는 실거주 인구는 106만 명을 넘어섭니다. 그 차이만큼이 바로 북방에서 내려온 ‘후조노인(候鸟老人)’입니다. 같은 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301만 5,036명으로 다시 1,300만 선을 넘겼지만, 60세 이상의 평균 체류일수는 3.8일에 그쳤습니다. 싼야의 겨울 체류가 평균 127일이라는 수치와 나란히 놓으면, 저는 두 섬이 ‘휴양’이라는 같은 단어를 얼마나 다르게 쓰고 있는지 새삼 느꼈습니다.
제주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풍경은 또 달랐습니다. 서귀포치유의숲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입장료 1,000원을 내며 “여기는 하루면 충분하다”고 하셨습니다. 편백나무 사이 완만한 목재 데크를 천천히 걸으며 피톤치드를 들이마시고,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나면 그날의 치유가 끝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이곳 방문객 중 60세 이상 비중은 41%에 이르고, 올레길 1·6·10번 코스는 2023년부터 시니어 친화 코스로 별도 지정되어 쉼터와 비상벨이 두 배로 늘었습니다. 싼야가 ‘머물러 사는 겨울’을 판다면, 제주는 ‘정해진 시간에 깊이 걷는 하루’를 팝니다. 저는 이 대비를 챕터에 쓰면서,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제가 이 두 섬을 나란히 놓고 싶었던 이유는, 이것이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하이난대학교 리우 허핑 교수는 제 취재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싼야는 관광지가 아니라 노년의 두 번째 집입니다. 제주가 ‘치유의 사흘’을 판다면, 우리는 ‘따뜻한 다섯 달’을 팝니다. 두 모델은 경쟁이 아니라 보완 관계입니다.” 이 말을 듣고 저는 싼야가 2023년부터 가동한 ‘타지양로 의료보험 실시간 정산 시스템’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북방 도시의 의료보험 카드를 싼야 현지 병원에서 곧바로 쓸 수 있게 한 이 제도는, 계절 이주형 노년의 삶을 국가가 뒤늦게 따라간 결과였습니다. 사람이 먼저 움직이고, 제도가 그 뒤를 좇은 셈입니다.
한국도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2025년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섰고, 제주도는 이미 WHO 고령친화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해 배리어프리 트레일과 전용 택시 ‘두리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은 사흘짜리 치유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장기 체류형 노년 인프라는 시작 단계입니다. 반대로 싼야는 인프라는 촘촘하지만 배리어프리 설계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을, 저는 현지 취재에서 직접 확인했습니다. 두 섬 모두 상대가 먼저 걸어간 길에서 배울 것이 있다는 뜻입니다.
독자 여러분께 여쭙고 싶습니다. 우리는 노년의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사흘을 깊게 걷는 제주의 방식일까요, 다섯 달을 느긋하게 사는 싼야의 방식일까요. 혹시 두 방식을 오가며, 여름엔 제주에서 걷고 겨울엔 따뜻한 남쪽에서 지내는 ‘두 개의 집’이 앞으로 우리 세대의 표준이 되지는 않을까요. 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아직 정하지 못했습니다만, 이 물음 자체가 이제 우리 사회가 정면으로 다뤄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는 제 책 「실버 브릿지: 디지털 실버」 제22장에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싼야의 康养 리조트 현장과 제주 치유의숲 인터뷰, 그리고 한국 실버 관광 기업이 하이난에서 찾을 수 있는 구체적인 기회까지 함께 다뤘습니다. 책 상세 페이지는 다음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iabook.com/books/silverbridge-vol04-kr/
THE KOREAN TODAY × WIA CODE
이 기사의 WIA Code
WIA Code 스캐너로 비추면 인터넷 없이 발행 사실과 위·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휴대폰 기본 카메라로 찍으면 스캐너 안내 페이지가 열립니다 — 기사 바로 열기
움직이는 코드(스트림) 한 장에 기사 전문(사진 포함)이 담겨 있습니다 — WIA Code 스캐너로 약 31초 비추면 폰에 저장되어 인터넷 없이도 읽을 수 있습니다. Stream.mp4 도 여기서 받습니다.
WIA Code · 코리안투데이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