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선전(深圳) 출장길에서, 저는 낯선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화려한 마천루 아래 카페마다 노트북을 켠 이삼십 대 청년들이 가득했고, 거리에는 배달 오토바이가 쉴 새 없이 오갔습니다. 평균 연령 32.5세, 중국에서 가장 젊다는 이 도시에서 저는 문득 대전의 유성구, 대덕연구단지 앞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어느 은퇴 연구원의 얼굴을 떠올렸습니다. “여기서 평생 반도체를 만들었는데, 이제 이 동네에 저 같은 사람이 너무 많아요.” 그분의 말이 선전의 활기 속에서 오히려 더 선명하게 되살아났습니다.
같은 ‘신흥 혁신도시’라는 이름표를 달고도, 두 도시는 정반대의 시계를 살고 있었습니다. 대전은 1993년 엑스포 이후 ‘과학기술의 요람’으로 불렸지만,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아이 울음소리가 줄면서 어느새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20년 14.4%에서 2025년 17.2%로 올라섰습니다. 초고령사회 문턱인 20%까지 앞으로 채 2~3년, 대덕구 한 곳에서만 2025년 한 해 노인복지시설 83곳을 점검하고 신규 장기요양기관 19건이 새로 문을 열었다는 통계를 들었을 때, 저는 이 도시가 이미 ‘노년’이라는 현실 한복판에 들어와 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반면 선전은 아직 60세 이상 인구가 5.36%에 불과합니다. 국제기준으로 고령사회 문턱(7%)조차 넘지 않은, 중국에서 유일하게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메가시티입니다. 그런데 이 도시의 공무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저는 뜻밖의 긴장감을 느꼈습니다. 선전 인구의 약 67%가 호적을 다른 지역에 둔 이주민이라는 것, 그리고 그 이주민 1세대, 즉 1980년대 경제특구 지정 직후 몰려든 청년들이 이제 곧 한꺼번에 은퇴 연령에 접어든다는 것이었습니다. 2029년이면 선전의 60세 이상 인구가 10.52%로 뛴다는 수치 앞에서, 이 도시는 ‘아직 젊다’는 착시와 싸우고 있었습니다.
대전에서 만난 한 요양보호사는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기는 이미 현장이에요. 계획 세울 시간이 없어요, 오늘 당장 어르신을 돌봐야 하니까.” 실제로 대전은 ETRI가 돌봄로봇과 AI 헬스케어를, KAIST 노인정신의학센터가 치매 조기진단 AI를 연구하고 있지만, 그 성과가 실제 요양원과 가정으로 흘러들어가는 속도는 더디기만 합니다. 반대로 선전에서는 아직 절박함이 크지 않은 지금, 오히려 여유를 두고 미래를 설계하고 있었습니다. 2025년 말까지 모든 가도(街道)에 노인돌봄 서비스센터를 두겠다는 계획, 그리고 2024년 10월 선전 국제 스마트 양로산업 박람회에서 처음 만난 휴머노이드 돌봄로봇 ‘샤란’이 이듬해 3월 실제 요양원에 배치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저는 두 도시가 같은 문제를 서로 다른 시차 속에서 풀어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가 이 두 도시를 나란히 취재하며 가장 오래 곱씹은 대목은, ‘준비된 노년’과 ‘이미 다가온 노년’ 사이의 간격이었습니다. 대전은 준비할 겨를 없이 현장에서 답을 찾고 있고, 선전은 절박함이 없는 상태에서 미리 답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 도시 모두에게 부족한 건 결국 같았습니다. 연구실의 기술을 실제 어르신의 손과 눈앞까지 가져다주는 마지막 한 걸음, 이른바 ‘사회 실장’의 속도였습니다. 좋은 기술이 있어도 그것이 요양원 문턱을 넘지 못하면, 그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걸 저는 두 도시에서 거듭 확인했습니다. 선전 사람들이 화웨이, DJI, 유비텍 같은 자국 기업의 로봇을 먼저 떠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시장이 열리는 순간 곧바로 경쟁이 시작된다는 것도 함께 배웠습니다.
이런 시차는 비단 두 도시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는 나라 중 하나이고, 중국은 그 뒤를 무서운 속도로 좇아오고 있습니다. 2035년이면 중국 실버경제 규모가 19.1조 위안, 전체 소비의 28%에 이른다는 수치를 들었을 때, 저는 이것이 단지 시장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두 나라가 함께 통과해야 할 ‘세대의 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전에서 먼저 검증된 돌봄 기술이 광둥성 1,500만 고령인구가 기다리는 주강삼각주로 건너간다면, 그것은 단순한 수출이 아니라 먼저 늙은 도시가 나중에 늙을 도시에게 건네는 경험의 다리가 될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우리 동네의 노년은 지금 어느 시간대를 살고 있을까요. 이미 현장의 한복판에 있는 대전의 시간일까요, 아니면 아직 여유가 남아 있다고 믿는 선전의 시간일까요. 저는 두 도시를 오가며, 준비할 시간이 있을 때 준비하지 않으면 결국 대전처럼 현장에서 허둥대며 답을 찾게 된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 답은 로봇이나 알고리즘 이전에, 먼저 늙은 이들의 이야기를 얼마나 진지하게 들어주는가에서 시작된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 책 「실버 브릿지: 디지털 실버」 제20장에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선전과 대전, 두 신흥도시가 그려가는 서로 다른 노년의 풍경과 그 사이에서 발견한 한중 실버 비즈니스의 시차에 대해 더 깊이 나누고 싶은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책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iabook.com/books/silverbridge-vol04-kr/
THE KOREAN TODAY × WIA 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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