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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8일 일요일 전체기사 로그인 회원가입 한국어 ENG 中文 日本語 Tiếng Việt

칼럼 장형임

[섬에서 온 인공지능] 제1권 · 제1장 · 인천 ICT콤플렉스가 문을 연 날, 저는 섬에서 그 소식을 들었습니다

기사입력 기사번호 55963

지난 25일 아침, 저는 강화읍 어느 경로당 마루에 앉아 있었습니다. 여든이 넘으신 할머니 한 분이 손자에게 받았다는 스마트폰을 제 앞으로 밀어놓으셨습니다. “이게 자꾸 나한테 뭘 물어보는데, 내가 대답할 줄을 몰라.” 화면에는 말을 걸면 답을 해주는 인공지능 비서 창이 열려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그 네모난 창이 무섭다기보다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 미안하다는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코리안투데이] 강화 경로당 마루에 놓인 스마트폰 © 장형임 칼럼니스트

제가 그 마루에 앉아 있던 바로 그날, 인천 남동구에서는 문 하나가 열렸습니다. 인천시와 인천테크노파크는 2026년 8월 25일 남동구 백범로 357 한국교직원공제회 인천회관 3층에 ‘인천 ICT콤플렉스’를 열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지원하는 ICT이노베이션스퀘어 확산사업의 거점이라고 합니다. 인천에 사는 사람으로서 저는 이 소식이 반가웠습니다. 다만 반가움 뒤에 조용히 따라붙는 계산이 하나 있었습니다. 강화 저희 집에서 그 3층까지는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두 시간 남짓 걸립니다.

인천 ICT이노베이션스퀘어는 거점 한 곳과 교육장 두 곳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교육장은 미추홀구와 남동구에 있습니다. 강화군과 옹진군에는 없습니다. 이 사업에는 국비 12억 원과 지방비 3억 원을 더해 모두 15억 원이 들어갔습니다. 저는 그 15억 원이 아깝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 돈이 놓인 자리에서 섬은 조금 멀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입니다.

순서에 관한 이야기도 해야겠습니다. 2020년 공모에서는 동남권과 동북권, 호남권과 충청권이 먼저 선정되었고, 인천은 2026년에야 문을 열었습니다. 인천은 여섯 해를 기다린 셈입니다. 기다려본 사람은 기다리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압니다. 그런데 그렇게 기다려 받은 것을 나누는 자리에서, 우리는 또 한 번 순서를 정했습니다. 그 순서에서 강화와 옹진의 이름은 아직 불리지 않았습니다.

강화가 배우지 않아도 되는 곳이라서 그런 것은 아닐 겁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보면 2025년 12월 강화군 인구는 69,698명이고, 그중 65세 이상이 28,402명으로 40.7%입니다. 같은 시점 전국 고령화율은 21.2%였습니다. 이 숫자를 두고 사람들은 흔히 그러니 이곳에서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숫자를 거꾸로 읽습니다. 새로운 도구가 사람의 손과 발을 대신해주어야 할 이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 바로 강화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필요는 이미 와 있습니다. 화도면에서 민박을 하시는 분은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예약이 죄다 손전화 앱으로 들어오는데, 손님 물음에 제때 답을 못 해서 놓친 게 올해만 몇 건인지 몰라요.” 외국인 손님에게 답장을 쓰는 일, 밭에서 찍은 사진으로 간단한 안내문을 만드는 일, 농산물 판매 글을 다듬는 일은 지금의 인공지능이 곁에서 거들 수 있는 일들입니다. 다만 그것을 배울 자리가 두 시간 거리에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큰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강화에 새 건물을 하나 더 세워달라는 말이 아닙니다. 이미 있는 마을회관과 군립도서관, 노인복지관을 한 달에 한 번씩 도는 순회 교육이면 시작으로 넉넉합니다. 강사 한 사람과 노트북 몇 대면 차려지는 자리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새로운 기술이 늘 도시에서 먼저 시작해 섬에는 나중에 오거나 끝내 오지 않는 이 순서가,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경로당을 나서기 전, 저는 할머니의 스마트폰에 대고 천천히 말을 걸어보았습니다. 화면 속 글자가 또박또박 답을 내놓자 할머니는 “얘가 내 말을 알아듣네” 하시며 웃으셨습니다. 알아듣는 쪽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준비가 덜 된 것은 그 작은 기계가 아니라, 그것을 어디에 놓을지 정하는 우리의 지도였습니다. 이 연재는 그 지도를 섬에서부터 다시 그려보려는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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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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