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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7일 토요일 전체기사 로그인 회원가입 한국어 ENG 中文 日本語 Tiếng Việt

칼럼 박수진

[실버 브릿지] 제5권 · 제32장 · 일흔셋에 유튜브를 시작한 김 어르신이 제게 가르쳐 준 것, 실버는 끝이 아니었다

기사입력 기사번호 59415

서울 구로의 한 경로당에서 일흔셋에 유튜브를 시작하셨다는 김 어르신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속으로 놀랐습니다. 그리고 그 놀라움이 얼마나 낡은 선입견에서 나온 것인지 곧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104회 연재의 마지막 장, 맺음말에 담았던 이야기를 여러분께 조심스럽게 꺼내 보고 싶습니다. 긴 여정을 마무리하는 자리이니, 제가 만난 얼굴들부터 천천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실버 브릿지 주제 이미지

2년 전 실버 브릿지의 첫 문장을 적던 때, 저는 숫자가 두려웠습니다. 2025년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1,051만 4천 명으로 전체의 20.3%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들어섰고,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3억 2,300만 명, 전체의 약 23%에 이르렀습니다. 종이 위의 숫자는 차갑습니다. 그런데 104회에 걸쳐 두 나라의 마을과 시장, 요양원과 창업 현장을 다니며 저는 정반대의 것을 배웠습니다. 숫자 뒤에는 ‘길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를 묻는 얼굴들이 있었고, 그 얼굴들은 하나같이 끝이 아니라 시작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구로 경로당의 김 어르신은 일흔셋에 유튜브를 시작하셨습니다. 상하이 쉬후이구에서는 리(李) 사장님이 일흔에 커피 브랜드를 만드셨고요. 전남 장흥에는 ‘할머니 셰프’ 밴드가 있었고, 청두에는 ‘광장무 크리에이터’가 있었습니다. 만난 장소도 말투도 달랐지만, 헤어질 때 남기신 문장은 거의 같았습니다. “나이는 끝을 세는 숫자가 아니라, 새로 무엇을 시작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숫자다.” 취재 중에 받아 적은 말 가운데 가장 짧았고, 가장 오래 남은 말이었습니다.

통계도 같은 이야기를 조용히 들려줍니다. 한국의 65세 이상 비중은 2022년 17.4%에서 2025년 20.3%로 단숨에 올랐고, 전남은 27.4%, 경북 26.1%, 강원 25.7%로 네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인 풍경이 일상입니다. 중국은 2024년 말 60세 이상 인구가 3억 1,031만 명(22.0%)이었는데, 1년 만에 1,200만 명이 더 늘었습니다. 2024년 한 해에만 실버경제 관련 기업 8만 2,400곳이 새로 등록되었고, 2025년 1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양로 서비스 개혁에 관한 의견을 내놓자 31개 성 가운데 24개가 실버경제를 올해 과제로 꼽았습니다. 고령화는 먼 미래가 아니라 ‘올해의 예산안’이 되었습니다.

두 나라는 닮았으면서도 다릅니다. 한국은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까지 7년 만에 도달해 속도로 기록을 세웠고, 중국은 3억 명이라는 규모 자체로 세계의 풍경을 바꾸고 있습니다. 중국이 국가가 설계하는 산업을 택했다면, 한국은 민간의 시장 실험을 더 넓게 허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경로당에서도, 중국의 광장무 무리에서도 어르신들은 놀랍도록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오래 사는 게 무섭지 않다. 의미 없이 사는 게 무섭다.”

저는 이 문장이 104회 취재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잘 되는 서비스는 첨단 기술이 아니라 말동무, 산책 동반, 커뮤니티였습니다. 지갑은 의료비보다 취미와 여행과 학습 앞에서 열렸고, 구매를 결정하는 곳은 혼자 있는 방이 아니라 또래의 모임이었습니다. 외로움이 가장 큰 이유였다는 사실을 저는 오래 곱씹었습니다. 어르신들이 원하신 것은 오래 사는 방법이 아니라 함께 사는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숫자만 보며 두려워하던 제 시선이 얼마나 먼 곳에 있었는지, 그분들 곁에서 배웠습니다.

사회 흐름으로 보면 이 이야기는 더 무겁게 다가옵니다. 한국은 2036년 30.9%, 2050년에는 40%를 넘길 것으로 추계되고, 중국의 은발경제(银发经济)는 2024년 14조 위안에서 2035년 30조 위안, GDP의 10% 규모까지 커진다고 내다봅니다. 한국의 75세 이상 초고령층은 평균소비성향이 다시 오를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아껴 두었던 돈과 시간을 이제야 나를 위해 쓰기 시작한 세대라는 뜻입니다. 다만 중국에는 1인당 GDP 1.3만 달러 수준에서 고령사회에 들어선 ‘미부선로(未富先老)’의 그늘이 있고, 효(孝)의 풍경도 ‘자녀가 책임진다’에서 ‘내가 소비한다’로 빠르게 옮겨 가는 중입니다. 한국과 중국이 서로의 거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여쭙고 싶습니다. 이번 주, 가족 중 어르신께 마지막으로 안부 전화를 드린 것은 언제였습니까. 한 통의 전화, 한 번의 동행, 한 줄의 기록이면 충분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국의 1,051만 명과 중국의 3억 2,300만 명, 합쳐 3억 3,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금 같은 질문을 안고 살아갑니다. 길어진 내 삶을 어떻게 의미 있게 쓸 것인가.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어르신들을 지켜보는 사람이 아니라, 머지않아 같은 질문을 받을 사람들입니다. 함께 걸어가 주시겠습니까.

실버 브릿지는 제104회를 끝으로 연재를 마치지만, 여러분의 다리는 이제 막 놓이기 시작했다고 저는 믿습니다. 은발(银发)은 저물지 않고, 가장 깊은 색으로 빛나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어르신들께 배웠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 책 「실버 브릿지: 함께 늙어가는 법」 제32장에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도서 상세 페이지는 https://wiabook.com/books/silverbridge-vol05-k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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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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