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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8일 일요일 전체기사 로그인 회원가입 한국어 ENG 中文 日本語 Tiếng Việt

칼럼 김미희

잠 못 드는 밤을 위한 저녁 마음 루틴

하루를 잘 닫아야, 밤이 우리를 쉬게 합니다

기사입력 기사번호 53223
위아쌤 마음돌봄 신호 · 제 4회

글 김미희 칼럼니스트

위아쌤 마음돌봄 신호
돌보는 하루를 보내고 자리에 누우면, 몸은 녹초인데 이상하게 눈은 말똥해지는 밤이 있습니다. 낮에는 미룰 수 있었던 걱정들이 어둠 속에서 하나씩 고개를 들고, 옆방의 작은 기척에도 귀가 먼저 깨어 있지요. 오늘은 그런 밤을 보내는 분들과 함께, 하루를 부드럽게 닫는 저녁의 작은 루틴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돌보는 사람의 밤은 왜 쉽게 잠들지 못할까

누군가를 돌보는 사람의 하루는 저녁이 되어도 완전히 끝나지 않습니다. 식사를 챙기고 약을 확인하고 잠자리를 봐 드리고 나서도,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근무 중이기 때문입니다. 밤사이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이 몸보다 먼저 깨어 있으니, 자리에 누워도 긴장이 스르르 풀리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잠이 안 오는 것은 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그만큼 오래 일하고 있었다는 증거인 셈입니다.

불을 끄고 누우면 낮의 장면들이 다시 재생되기도 합니다. 아까 조금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했던 일, 병원 예약을 잊을 뻔했던 일, 다음 주에 처리해야 할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몸은 이불 속에 있는데 머리는 여전히 하루를 살고 있는 상태, 많은 분들이 고개를 끄덕이실 풍경일 것입니다.

그래서 잠을 잘 자려면 잠자리에 드는 순간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앞선 저녁 시간부터를 돌봐야 합니다. 하루 종일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마음의 줄을 저녁 동안 조금씩 느슨하게 풀어 주는 것입니다. 갑자기 끈을 놓으려 하면 오히려 잘 되지 않지만, 천천히 단계를 밟으면 몸도 마음도 따라올 준비를 하게 됩니다.

하루를 닫는 나만의 경계선 만들기

저녁의 어느 시점에, ‘오늘의 돌봄은 여기까지’라고 스스로에게 선언하는 경계선을 만들어 보시길 권합니다. 부모님 잠자리를 봐 드리고 방문을 조용히 닫는 순간이어도 좋고, 설거지를 마치고 부엌 불을 끄는 순간이어도 좋습니다. 그 순간에 마음속으로, 혹은 작게 소리 내어 ‘오늘은 여기까지. 나머지는 내일의 나에게 맡기자’라고 말해 보는 것입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말로 맺어 준 하루는 마음속에서도 한결 잘 접힙니다.

경계선을 넘은 뒤의 시간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표시해 두면 좋습니다. 집안의 밝은 불을 절반쯤 끄고 스탠드의 은은한 불빛만 남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환한 빛 아래에서는 마음도 낮처럼 일하려 하지만, 낮은 불빛 아래에서는 몸이 ‘이제 하루가 저물었구나’ 하고 알아차리기 쉬워집니다. 텔레비전 뉴스나 휴대전화 속 소식처럼 마음을 다시 바쁘게 만드는 것들은, 이 시간만큼은 잠시 내려놓아도 괜찮습니다.

물론 돌봄의 현실에서는 경계선이 자주 무너집니다. 밤중에 부르는 소리에 다시 일어나야 하는 날도 있지요. 그런 날에는 경계선을 지키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대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짧게라도 같은 말을 반복해 주시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지키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닫는 나만의 신호를 마음에 심어 두는 일입니다.

머리보다 몸을 먼저 내려놓기

생각을 멈추려고 애쓸수록 생각은 더 크게 들리곤 합니다. 그럴 때는 머리와 씨름하는 대신 몸을 먼저 편안하게 해 주는 쪽이 훨씬 수월합니다. 몸이 따뜻해지고 느슨해지면, 마음은 뒤따라 조용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저녁 시간에 따뜻한 물로 손과 발을 씻고, 좋아하는 담요를 무릎에 덮고 앉는 것만으로도 몸은 쉼의 신호를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느린 호흡을 더해 보시면 좋습니다. 카페인이 없는 따뜻한 차를 한 잔 우려 두 손으로 찻잔을 감싸고, 김이 오르는 것을 바라보며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들이쉴 때보다 조금 더 길게 내쉬어 봅니다. 서너 번만 반복해도 어깨가 슬며시 내려가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향을 다루는 일을 해 온 사람이라, 이 시간에 은은하고 좋아하는 향을 곁에 두는 것을 즐깁니다. 라벤더든 귤껍질의 향이든, 좋아하는 향은 하루의 긴장으로 굳은 기분을 부드럽게 다독여 주는 좋은 동반자가 되어 줍니다.

다만 향이든 차든 담요든, 그 자체가 잠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들은 ‘이제 쉬어도 된다’는 신호를 몸에 보내 주는 다정한 소품에 가깝습니다. 매일 저녁 비슷한 순서로 반복하다 보면, 그 소품들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몸이 먼저 쉴 준비를 하게 되니, 나에게 맞는 한두 가지를 골라 나만의 저녁 의식으로 삼아 보시길 바랍니다.

머릿속 걱정은 종이 위로 옮겨 두기

누워서 하는 걱정은 해결되지 않고 맴돌기만 합니다. 어둠 속에서는 작은 걱정도 실제보다 크게 부풀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잠자리에 들기 전, 머릿속을 떠도는 것들을 종이 위로 옮겨 두는 일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머리는 ‘잊으면 안 되는 일’을 붙잡고 있느라 밤새 깨어 있으려 하는데, 종이에 적어 두면 붙잡고 있을 이유가 하나 줄어드는 셈입니다.

방법은 단순할수록 좋습니다. 머리맡에 작은 수첩과 연필을 두고, 자기 전에 마음에 걸리는 일을 세 줄만 적어 봅니다. ‘내일 병원에 전화하기’, ‘약이 며칠분 남았는지 확인하기’처럼 할 일이어도 좋고, ‘오늘 어머니께 좀 퉁명스러웠던 것이 마음에 걸린다’처럼 감정이어도 좋습니다. 다 적었으면 수첩을 덮으며 ‘이건 내일 낮의 내가 맡는다’라고 정해 주는 것입니다. 걱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걱정의 보관 장소를 머릿속에서 수첩으로 옮기는 일입니다.

이왕 수첩을 폈다면, 마지막 한 줄에는 오늘 그래도 괜찮았던 순간을 하나 적어 보셔도 좋습니다. 부모님이 반찬을 맛있게 드시던 얼굴, 창밖으로 보인 고운 노을 같은 사소한 것이면 충분합니다. 하루의 끝 문장을 걱정이 아니라 작은 다행으로 맺어 주면, 잠들기 전 마음의 표정이 조금은 달라집니다.

그래도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정성껏 저녁을 닫아도 잠이 오지 않는 밤은 있습니다. 그런 밤에 가장 피해야 할 것은 ‘왜 또 못 자지’ 하며 스스로를 다그치는 일입니다. 잠은 붙잡으려 할수록 달아나는 성질이 있어서, 자야 한다는 조바심 자체가 눈을 더 말똥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잠이 안 오는 나를 혼내는 대신, ‘오늘은 마음이 아직 할 말이 남았나 보다’ 하고 한 발 물러서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불 속에서 오래 뒤척이기만 한다면, 차라리 잠시 일어나 스탠드의 낮은 불빛 아래 앉아 보시길 권합니다. 어렵지 않은 책을 몇 쪽 읽거나, 담요를 두르고 가만히 앉아 느린 숨을 쉬다가, 눈꺼풀이 무거워질 때 다시 자리에 드는 것입니다. 침대가 ‘잠들려 애쓰며 뒤척이는 곳’이 아니라 ‘졸리면 돌아가는 곳’으로 남아 있어야, 밤과 나의 사이가 틀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것만은 기억해 주세요. 밤에 푹 쉬는 일은 나 하나 편하자는 사치가 아니라, 내일도 누군가를 돌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준비입니다. 내가 무너지면 돌봄도 함께 흔들리니, 나의 잠을 챙기는 일은 곧 사랑하는 사람을 챙기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오늘 밤, 나를 재우는 일에 조금 더 정성을 들여 보셔도 좋겠습니다.

오늘의 마음돌봄 실천

★☆☆오늘 밤, 잠자리에 들기 한 시간쯤 전에 집안의 밝은 불을 절반쯤 끄고 스탠드나 작은 등만 남겨 보세요. 그리고 소리 내어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한마디 해 봅니다. 낮은 불빛과 맺음말은 몸과 마음에 하루가 끝났다는 신호를 보내 주어, 긴장을 내려놓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카페인이 없는 따뜻한 차를 한 잔 우려 두 손으로 찻잔을 감싸 쥐고 앉으세요. 손바닥의 온기를 느끼며 코로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입으로 조금 더 길게 내쉬기를 다섯 번 반복합니다. 내쉬는 숨을 길게 하면 몸의 긴장이 풀리는 쪽으로 기울어, 마음이 차분해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머리맡에 작은 수첩과 연필을 마련해 두고, 자기 전에 세 줄을 적어 보세요. 첫 줄과 둘째 줄에는 마음에 걸리는 일이나 내일 할 일을, 마지막 줄에는 오늘 그래도 괜찮았던 순간 하나를 적고 수첩을 덮습니다. 걱정을 종이에 맡겨 두면 머리가 밤새 붙잡고 있을 짐이 줄어,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눈을 감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살며시 당부
잠들기 어려운 날이 오래 이어지거나 낮 생활이 힘들 만큼 지치신다면, 혼자 견디지 마시고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상담해 보시길 바랍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치료가 아니라, 하루를 부드럽게 닫는 생활의 습관에 관한 것입니다.
돌보는 사람의 밤은 종종 낮보다 깁니다. 그러나 하루를 정성껏 닫아 주는 작은 의식들이 쌓이면, 밤은 조금씩 우리를 쉬게 하는 시간으로 돌아옵니다. 오늘 밤에는 은은한 불빛 아래에서, 누구보다 애쓴 나를 가장 먼저 재워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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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미희 칼럼니스트
아로마테라피스트이자 한국셀프힐링협회에서 활동하는 김미희 칼럼니스트는 부모님 돌봄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돌보는 사람의 마음을 함께 다독이는 글을 씁니다. 코리안투데이 인천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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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희 기자: incheonsouth@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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