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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수진

[실버 브릿지] 제1권 · 제4장 · 중국 공원에서 만난 노년의 활기

중국 노년 생활의 이면을 들여다보다

기사입력 기사번호 50180

중국에서의 첫 아침, 저는 새벽 6시에 눈을 떴습니다. 호텔 창문 너머로 이미 공원에는 사람들이 가득했습니다. 한국이라면 새벽에 등산복을 입고 산을 오르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떠오르겠지만, 중국의 아침은 전혀 달랐습니다. 공원 곳곳에서 태극권을 수련하는 노인들이 마치 무용수처럼 느린 동작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태극권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중국 노인들의 아침 의식과도 같았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옆에서 벌어지는 풍경이었습니다. 어떤 분은 붓글씨를 물로 바닥에 쓰고 계셨고, 또 다른 그룹은 제기차기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베이징의 한 공원에서는 정부가 건전한 야외 활동을 장려하면서 제기차기가 마작 대신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이야기를 현지 어르신에게 직접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노인 여가라고 하면 경로당, 게이트볼, 혹은 무료급식소 줄이 먼저 떠오르는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39.7%로 OECD 1위입니다. OECD 평균 14.8%의 거의 3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경제적 여유가 부족하니 여가 활동에 쓸 돈도,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부족합니다. 반면 중국의 도시 노인들은 — 물론 농촌과의 격차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 적어도 공원이라는 무료 공간에서 매일 사회적 교류와 운동을 동시에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중국의 공원 문화는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국가 의료비를 절감하는 사회적 처방전입니다. 매일 아침 공원에서 1시간 태극권을 하는 노인은 병원 방문 횟수가 연간 30% 적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는 한국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중국에서 돌아온 뒤, 저는 아파트 단지의 작은 공원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시는 어르신 한 분이 계셨습니다. 홀로. 조용히. 만약 이 공원에 매일 아침 태극권 모임이 있었다면, 저녁마다 광장무 음악이 흘러나왔다면, 그분의 하루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이 이야기는 제 책 「실버 브릿지: 두 나라의 늙어감」 제4장에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도서 상세 페이지

실버 브릿지 주제 이미지

2025년,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3%를 넘어서며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바다 건너 중국 역시 60세 이상 인구가 3억 2,300만 명, 전체 인구의 23%에 달하며 세계 최대의 고령 인구를 보유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숫자로 보면 두 나라 모두 ‘회색 쓰나미’ 한가운데에 서 있지만, 막상 거리에 나가 노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그 풍경은 놀라울 만큼 다릅니다. 저는 중국에서 생활하며 매일 아침 공원에서, 저녁 광장에서, 골목의 마작 테이블 앞에서 ‘늙어간다는 것’이 한국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펼쳐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오늘은 한국인인 제가 직접 체험한 중국 노년 생활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저녁의 광장무, 그리고 ‘공동체’라는 이름의 처방전. 광장무 — 중국판 실버 피트니스의 진화. 해가 질 무렵, 중국 도시의 광장은 완전히 다른 세계로 변합니다. 스피커에서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면,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의 중장년 여성들이 일사불란하게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바로 ‘광장무’입니다. 1990년대 개혁개방 이후 도시화와 조기 은퇴자 증가가 맞물리면서 탄생한 이 현상은, 2010년대에 이르러 전국적인 생활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처음 광장무를 본 날, 저는 솔직히 당황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 나이대 여성들이 저렇게 공개적으로, 저렇게 당당하게, 저렇게 즐겁게 춤추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어르신들에게 “광장에서 춤을 춰보세요”라고 한다면, 대부분 “창피하다”고 손사래를 치실 겁니다. 그러나 중국의 아이마(阿姨妈, 아줌마)들은 달랐습니다. 그들에게 광장무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사회적 소속감, 건강 관리, 그리고 자기표현의 수단이었습니다.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도 광장무의 핵심 매력입니다. 한국에서 노인이 문화센터 강좌를 듣거나 스포츠 클럽에 가입하려면 월 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의 비용이 듭니다. 그러나 광장무는 광장과 스피커만 있으면 됩니다. 소음 갈등으로 일부 지역에서 시간·음량 규제가 도입되기도 했지만, 오히려 온라인 플랫폼과 숏폼 영상을 통해 안무가 공유되면서 하나의 산업으로까지 확장되었습니다. 2025년 현재, 광장무는 젊은 층까지 참여가 확대되며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마작 테이블의 사회학 — 고독사를 막는 네 사람의 탁자. 중국 거리를 걷다 보면, 골목 어귀나 공원 나무 그늘 아래에 마작 테이블이 놓여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합니다. 네 명이 둘러앉아 패를 부딪히는 소리는 중국 일상의 배경음악과도 같습니다. 한국에서 화투를 치는 어르신들이 가끔 보이긴 하지만, 중국에서의 마작은 차원이 다릅니다. 그것은 도박이 아니라 ‘사회적 인프라’입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만나는 마작 동료들은 서로의 건강을 확인하고, 집안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생활 정보를 교환합니다. 한국에서는 노인 고독사가 심각한 사회 문제입니다. 1인 가구 비율이 급증하고, 경로당마저 코로나 이후 이용률이 회복되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반면 중국의 마작 문화는 노인의 사회적 고립을 자연스럽게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물론 과도한 도박으로 이어지는 부작용도 있지만, 적어도 “오늘 왜 안 왔어?”라고 물어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고독사 예방의 첫 번째 방어선이 됩니다.

실버 브릿지 데이터 그래프

저는 중국의 노년 생활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노인들은 나이 듦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공원에서 큰 소리로 노래하고, 광장에서 거리낌 없이 춤추며, 마작 테이블에서 호탕하게 웃습니다. 한국의 노인들이 ‘폐 끼치기 싫다’며 움츠러드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또한, 중국의 공원과 광장은 노인에게 운동·사교·문화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종합 복지관’ 역할을 합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만나는 루틴이야말로 최고의 노년 처방전입니다. 태극권은 매일 아침 6시, 광장무는 매일 저녁 7시. 이 리듬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동시에 지켜줍니다.
한국이 중국의 노년 생활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이 중국의 공원에서, 광장에서, 마작 테이블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해답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공원 기반의 공동체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저비용 사회적 인프라를 확대하며, 디지털 실버 콘텐츠를 육성하는 등의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한국의 노년 생활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요?
이 이야기는 제 책 「실버 브릿지: 두 나라의 늙어감」 제4장에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도서 상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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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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