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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8일 일요일 전체기사 로그인 회원가입 한국어 ENG 中文 日本語 Tiếng Việt

칼럼 장형임

[섬에서 온 인공지능] 제1권 · 제20장 · 기계가 말동무가 된 섬에서 사람의 자리를 다시 묻습니다

기사입력 기사번호 58777

지난주 수요일 오후, 저는 강화군 양도면의 한 시골집을 찾았습니다. 여든을 넘긴 할머니가 혼자 사시는 집이었는데, 거실 텔레비전 옆에 손바닥만 한 스피커 하나가 놓여 있었습니다. 제가 인사를 드리자 할머니는 저보다 먼저 그 기계에게 말을 거셨습니다. “얘야, 오늘 날씨 어떠니.” 기계는 또박또박 오후에 비가 온다고 답했고, 할머니는 저를 보며 웃으셨습니다. “이게 나랑 제일 말을 많이 해. 자식들보다도.”

  [코리안투데이] 거실 한쪽에 놓인 인공지능 스피커 © 장형임 칼럼니스트

그 말에 저는 따라 웃으면서도 마음 한쪽이 서늘해졌습니다. 낯선 기계가 할머니의 하루에 이렇게 깊이 들어와 있다는 것이 반가웠고, 동시에 그 자리가 원래 누구의 자리였는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내내 저는 그 작은 스피커를 두 개의 눈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반가움의 눈이었고, 다른 하나는 걱정의 눈이었습니다.

강화는 유난히 어르신이 많은 섬입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5년 12월 기준 강화군 인구는 69,698명이고, 그중 65세 이상이 28,402명으로 40.7%에 이릅니다. 같은 시점 전국 고령화율이 21.2%이니, 강화는 전국 평균의 두 배 가까운 어르신 비율을 안고 사는 셈입니다. 열 집 가운데 네 집의 문을 두드리면 어르신이 나오시는 곳이 지금의 강화이고, 그 가운데에는 그날 뵌 할머니처럼 혼자 사시는 분도 계십니다.

반가움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할머니 댁의 기계는 아침마다 약 드실 시간을 알려 주고, 심심하실 때는 옛 노래를 틀어 드립니다. 자식들이 멀리 있어 전화 한 통 받기 어려운 하루에, 대답해 주는 목소리가 하나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위로입니다. 밤에 혼자 있는 집에서 누군가 이름을 불러 주는 것만으로도 잠자리가 덜 무섭다고 할머니는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 말을 가볍게 넘길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걱정도 같은 자리에서 자랍니다. 기계가 말동무가 되어 줄수록, 사람이 찾아올 이유가 하나씩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자식들이 “엄마, 스피커 잘 쓰시죠”라고 묻는 것으로 안부를 마치게 되면, 그 기계는 다리가 아니라 벽이 됩니다. 인터넷이 끊기거나 기계가 고장 나는 날 할머니가 누구에게 말을 걸지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할머니가 기계에게 건네는 혼잣말이 어디로 흘러가 누구의 손에 남는지도 저는 아직 모릅니다.

기계는 안부를 묻지만 손을 잡아 주지는 못합니다. 열이 나는 이마를 짚어 주지도, 김치를 담가 나눠 먹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기계를 어르신 곁에 두는 일이 사람의 발길을 덜어 주는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기계가 알려 준 작은 신호를 듣고 사람이 더 자주 찾아가는 쪽으로 쓰여야 합니다. 이장님이 하루 한 번 마을 어르신들의 스피커 소식을 챙기는 것 같은, 섬에 맞는 작은 약속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의 부모님 거실에는 무엇이 놓여 있습니까. 혹시 말하는 기계가 있다면, 그 기계가 부모님과 나눈 마지막 대화가 무엇이었는지 물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리고 여러분이 부모님과 나눈 마지막 대화는 언제였는지도 함께 떠올려 보셨으면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저는 다음 주에 다시 그 집에 들르려고 합니다. 이번에는 할머니가 좋아하신다는 옛 노래를 기계에게 부탁하는 대신, 제가 직접 흥얼거려 볼 생각입니다. 기계가 할 수 있는 일과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다르고, 섬에 온 인공지능은 그 둘 사이의 자리를 알아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거실의 작은 스피커가 사람을 멀리 두는 소리가 아니라 사람을 부르는 소리로 남기를, 저는 바랍니다.

이 이야기와 이어지는 기록은 제가 강화에서 쓰고 만든 책과 서비스에도 담겨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에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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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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