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6년 10월 18일 일요일 전체기사 로그인 회원가입 한국어 ENG 中文 日本語 Tiếng Việt

칼럼 박수진

[실버 브릿지] 제5권 · 제18장 · 새벽 5시 40분, 정 할머니의 무릎과 왕 할아버지의 타이치를 따라갔습니다

기사입력 기사번호 58285

시계를 손에 들고 남의 하루를 따라가 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이번에 그렇게 했습니다. 서울 구로의 아흔 살 정 할머니와 상하이 양푸(楊浦)구의 여든두 살 왕(王) 할아버지, 두 분의 스물네 시간을 분 단위로 옆에서 적었습니다. 통계에서 ‘독거’라는 낱말로만 보던 것이 시간표가 되어 눈앞에 놓이자, 숫자가 가리키던 것이 하루하루의 긴 빈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울 구로의 정 할머니는 새벽 5시 40분에 눈을 뜨십니다. 일어나자마자 오른쪽 무릎을 한참 주무르고 나서야 화장실까지 걸어가십니다. 6시에는 뉴스를 틀어 놓고, 전기밥솥에 보온해 둔 밥 한 공기에 김치와 계란 프라이로 아침을 차리십니다. 7시 20분이 되면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생활지원사 김선영 씨(47)의 전화가 옵니다. “어머니, 오늘 혈압약 챙기셨어요?” 삼십 초쯤 되는 통화입니다. 저는 곁에서 시계를 보다가, 이 삼십 초가 할머니의 하루에 처음 들어오는 사람 목소리라는 것을 수첩에 적었습니다. 그 전에 집 안에서 들린 것은 텔레비전 소리였습니다.

실버 브릿지 주제 이미지

숫자를 조금 더 적어 두겠습니다. 2025년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23.6%, 약 223만 명이 혼자 삽니다. 2000년 16.2%였던 독거노인 비율은 25년 사이 7.5%p 올랐고, 2024년 고독사 사망자는 3,924명으로 전년보다 7.2% 늘었습니다. 중국은 규모가 다릅니다. 60세 이상 인구 2.8억 명 가운데 빈 둥지에 남은 공소(空巢)노인이 1.5억 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 숫자를 오래 들여다봤지만 223만이나 1.5억이라는 크기는 좀처럼 몸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시계를 꺼냈던 것입니다.

같은 시각, 상하이 왕 할아버지의 아침은 훨씬 이릅니다. 5시 정각에 루쉰(魯迅)공원에 나가 삼십 분 동안 타이치(太極)를 하십니다. 그러고는 공원 입구 둥베이(東北) 만두집에서 바오쯔 두 개와 더우장(豆漿) 한 그릇을 3위안, 우리 돈으로 570원쯤에 드십니다. 광장에는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모이는 사십여 명의 ‘공원 친구’가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할아버지에게 이 아침 두 시간은 일주일 가운데 유일하게 어딘가에 속해 있다고 느끼는 때였습니다.

낮이 되자 두 나라의 돌봄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정 할머니 집에는 생활지원사가 11시에 들러 혈압을 재고, 반찬 세 가지를 냉장고에 채우고, 삼십 분 동안 말동무가 되어 드립니다. 올해부터는 침대 머리맡에 AI 반려로봇 ‘효돌’도 놓였습니다. 약 드실 시간이라고 말을 걸고, 한 시간 넘게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 보호자와 119에 알린다고 합니다. 왕 할아버지는 10시에 동네 사구(社区) 양로복무중심의 서예 교실에 가시고, 점심은 3~5위안짜리 ‘장수식당(長者食堂)’에서 드십니다. 사구의 일간조호(日間照護)센터는 2024년 말 기준 37만 개소로 늘었고, 혈압 재기와 손톱 깎기, 간단한 물리치료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하니 낮 시간만큼은 가족 비슷한 자리가 되는 셈입니다. 한국에서는 사람과 기계가 집 안으로 들어오고, 중국에서는 어르신이 집 밖 동네로 나오십니다. 저는 이 차이가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런데 해가 기울면 두 분의 하루는 비슷한 색이 됩니다. 정 할머니는 5시에 경로당에서 나와 동네 슈퍼에서 두부 한 모를 사고, 6시 일일드라마를 보며 혼자 저녁을 드십니다. 자녀와의 영상통화는 평균 주 1회, 15분입니다. 밤 9시 이후는 완전한 고립입니다. 왕 할아버지도 저녁 7시에 집에 돌아와 CCTV 뉴스를 켜고 혼자 식사하십니다. 다만 웨이신(微信) 가족방에는 손주가 올린 영상과 며느리의 안부 스티커가 하루 평균 열두 번 올라옵니다. 공소노인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하루 4시간 18분, 한국 독거노인은 2시간 5분이라는 보고서도 있습니다. 자료에는 하루 중 혼자 있는 시간이 한국 독거노인 11.3시간, 중국 공소노인 8.7시간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밤에는 화면 속 목소리가 마지막 돌봄이 되고 있었습니다.

이 표를 다 채우고 나서 제가 붙든 생각은, 고독을 총량이 아니라 ‘끊어지는 횟수’로 재어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정경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독거를 ‘외톨이가 된 상태’가 아니라 ‘관계가 간헐적으로만 켜지는 상태’라고 표현하셨습니다. 그 말을 들고 시간표를 다시 보니, 정 할머니의 삼십 초짜리 전화와 왕 할아버지의 새벽 타이치가 같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꺼져 있던 불이 잠깐 켜지는 순간을 만드는 일입니다. 두 분이 혼자 계신 시간은 길었지만, 저는 그 사이에 불이 몇 번 켜졌는지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이 시간표 뒤에는 인구의 흐름이 있습니다. 한국은 65세 이상이 1,046만 명, 20.3%로 초고령사회에 들어섰습니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받는 분이 62만 명, 현장의 생활지원사가 3.6만 명인데, 독거노인 223만 명에 견주면 손이 닿는 범위는 아직 좁습니다. 여성 독거노인이 71.1%이고 전남(33.1%)과 경북(29.8%) 같은 농촌에 많다는 점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중국은 자녀 한 명 정책의 뒤에서 외동 자녀를 둔 부모가 공소노인의 주류가 되었고, 노후의 90%는 집에서, 7%는 사구에서, 3%는 시설에서 보내는 ‘9073’ 구조로 굴러갑니다. 한국은 중국의 동네 단위 촘촘함에서 공간의 밀도를, 중국은 한국의 데이터에 기댄 맞춤 돌봄에서 시스템의 정밀도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고, 두 사회가 저마다 찾아갈 답은 다를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께 하나 여쭙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 동안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은 횟수를 세어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부모님이나 이웃 어르신께 마지막으로 전화를 드린 때가 언제였는지도 함께 떠올려 보셨으면 합니다. 정 할머니에게 첫 번째 사람 목소리는 삼십 초짜리 안부였습니다. 그 삼십 초는 제가 걸 수도, 여러분이 걸 수도 있습니다. 오늘 밤 9시가 지나기 전에 어르신 한 분께 전화 한 통 드려 보시면 어떨까요. 함께 늙어간다는 것은 아마 그런 작은 일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 이야기는 제 책 「실버 브릿지: 함께 늙어가는 법」 제18장에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두 분의 하루를 시간대별로 더 촘촘하게 적어 두었으니, 읽어 보고 싶으신 분은 위아북 도서 상세 페이지에서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다음 장에서는 제주 가시리와 광시 바마의 장수마을을 걸으며, 백 살을 넘긴 어르신들의 하루를 따라가 보려 합니다.

THE KOREAN TODAY × WIA CODE

이 기사의 WIA Code

WIA Code — 이 기사 인증

WIA Code 스캐너로 비추면 인터넷 없이 발행 사실과 위·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휴대폰 기본 카메라로 찍으면 스캐너 안내 페이지가 열립니다 — 기사 바로 열기

📱 스트림 코드 보기

움직이는 코드(스트림) 한 장에 기사 전문(사진 포함)이 담겨 있습니다 — WIA Code 스캐너로 약 33초 비추면 폰에 저장되어 인터넷 없이도 읽을 수 있습니다. Stream.mp4 도 여기서 받습니다.

WIA Code · 코리안투데이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박수진 칼럼니스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