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6년 10월 18일 일요일 전체기사 로그인 회원가입 한국어 ENG 中文 日本語 Tiếng Việt

칼럼 박수진

[실버 브릿지] 실버 브릿지: 그들의 하루 · Chapter 2 · 후통에서 배우는 노인 돌봄의 미래

베이징 후통과 한국의 노인 돌봄 비교

기사입력 기사번호 50293

몇 해 전, 베이징의 후통을 방문했을 때의 경험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좁고 복잡한 골목길 사이로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체스를 두고, 새장을 들고 공원을 산책하며 일상을 즐기는 모습은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골목이 아니라, 노인들이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는 작은 사회였습니다.

베이징 후통(胡同) — 수백 년 된 골목길 커뮤니티에서 노인들이 일상을 나누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중국의 60세 이상 노인 인구가 사상 최초로 3억 명을 돌파했습니다. 전체 인구의 22%에 해당하는 3억 1,031만 명. 그 거대한 숫자 속에서 가장 오래된 형태의 노년 생활이 펼쳐지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베이징의 ‘후통(胡同)’입니다. 원나라 때부터 이어져 온 좁은 골목길 사이, 사합원(四合院)이라 불리는 전통 가옥에서 노인들은 이웃과 체스를 두고, 새장을 들고 공원을 산책하며, 골목 어귀의 작은 식당에서 아침 두유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후통은 단순한 골목길이 아닙니다. 베이징 동청구와 시청구를 중심으로 남아 있는 후통 지역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자연 발생적 노인 커뮤니티’입니다. 2024년 베이징시 60세 이상 상주 노인 인구는 514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3.5%에 달합니다. 전년 대비 19만 2천 명이 증가한 수치이며, 그중 80세 이상 초고령 인구는 68만 7천 명에 이릅니다.

이러한 후통의 모습은 서울의 종로구 북촌이나 서촌의 한옥 마을과도 닮아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전통 한옥 마을은 관광지화되면서 실제 거주 노인은 크게 줄고, 남은 어르신들은 경로당이라는 공간에 모이는 형태로 커뮤니티를 유지합니다. 한국에서 경로당은 전국에 약 6만 7천 곳이 운영되며, 노인들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거점입니다.

베이징의 후통은 노인들이 자신의 터전에서 나이를 먹어가며, 이웃과 자연스러운 관계를 맺는 공간입니다. 이는 ‘9073 양로 모델’이라는 중국 정부의 정책 덕분에 가능해졌습니다. 전체 노인의 90%는 재택, 7%는 커뮤니티, 3%만 시설에서 돌봄을 받는다는 구조입니다. 후통의 노인들은 대부분 ‘원거주지 양로’를 선택합니다. 요양원이 아니라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골목에서 늙어가는 것이죠.

한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됩니다. 고령자 가구 중 1인 가구가 37.8%로 가장 많다는 것은, 한국 노인의 상당수가 혼자 늙어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서울의 구도심에서도 젊은 세대의 유출로 자연 발생적 노인 밀집 지역이 생기고 있지만, 후통과 달리 커뮤니티 기반 돌봄 인프라가 부족합니다.

후통 모델의 핵심은 ‘물리적 근접성 + 공공 서비스 거점’의 결합입니다. 양로역참이 골목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노인들은 집에서 5분 거리에서 식사와 건강 체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한국의 무료 급식소가 정해진 시간에 한 장소로 모여야 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초고령 노인에게 ‘5분 거리의 돌봄’과 ’30분 거리의 돌봄’은 완전히 다른 세상입니다.

한국의 노인 돌봄은 ‘시설 중심’과 ‘방문 요양’ 두 축에 의존하고 있어, 일상적 교류와 정서적 돌봄에는 빈틈이 있습니다. 후통이 보여주는 ‘골목길 양로’의 가능성은, 한국이 반드시 참고해야 할 대안적 모델입니다. 노인이 살던 곳에서 계속 살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가장 인간적이고, 동시에 가장 비용 효율적인 돌봄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제 책 「실버 브릿지: 그들의 하루」 제2장에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도서 링크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박수진 칼럼니스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