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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수진

[실버 브릿지] 제3권 · 제9장 · 웨이공춘 캠퍼스의 새벽 줄, 배움에는 정말 나이가 없었다

기사입력 기사번호 54038

실버 브릿지 · 제3권 제9장 (hero)

저는 몇 해 전 베이징 하이뎬구의 국가노년대학 웨이공춘 캠퍼스를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봄학기 수강신청 첫날이었는데, 캠퍼스 정문 앞에 이른 아침부터 줄지어 선 어르신들을 보고 저는 걸음을 멈췄습니다. 손에는 저마다 스마트폰을 쥐고, 화면을 몇 번이고 새로고침하며 서예반, 경극반, 태극권반의 접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두꺼운 패딩 위로 목도리를 두른 한 어르신은 접수 시작 시각까지 남은 초를 세면서, 지난 학기에 놓친 장족무용반 이야기를 저에게 몇 번이고 들려주었습니다. 그 풍경이 오늘 제가 나누고 싶은 이야기의 출발점입니다.

그날 만난 그 어르신은 접수 시작 8시간 만에 26개 반이 전원 마감됐다는 소식을 듣고도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업 하나 듣기가 하늘의 별 따기지만, 그래도 매 학기 도전합니다.” 실제로 어느 성의 노년대학에서는 6,929개 신규 학위를 놓고 온라인 접수 시작 1분 만에 약 20만 명이 동시 접속했다고 합니다. ‘일과난구(一课难求)’ — 수업 하나 듣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그 말을, 저는 그 캠퍼스 정문 앞에서 몸으로 실감했습니다.

중국의 노년대학은 1983년 산둥성 지난시에서 처음 문을 연 이래 40여 년 만에 거대한 교육 체계로 성장했습니다. 중국노년대학협회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전국 각급 노년대학은 7만 6,000개에 달하고, 등록 수강생만 2,0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교육부 산하 국가노년대학은 40개 분교, 3,000개 학습센터, 5만 5,000개 학습거점을 구축했고, 온라인 플랫폼 등록자만 234만 명, 누적 학습 서비스는 5,640만 건에 이릅니다. 지난 5년간 노년대학 수는 연평균 4.7% 증가했고, 65세 이상 인구 1만 명당 약 4.3개의 노년대학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인상적인 숫자 이면에는 구조적 부족이 있습니다.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2023년 말 기준 2억 9,700만 명을 넘었지만, 실제 노년대학 수강생 비율은 약 6%에 불과합니다. 제가 그날 목격한 긴 줄은 통계가 아니라 사람의 얼굴을 한 숫자였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의 한 평생학습관을 다시 찾았을 때, 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풍경을 봤습니다. 자서전 쓰기 강좌를 듣던 한 어르신은 제게 “여기 오는 건 사실 뭘 배우려는 것보다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예요”라고 말했습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평생학습 개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79세 고령자 평생교육 참여율은 2023년 기준 23.5%였고, 성인 전체 참여율은 2024년 33.1%를 기록했습니다. 서울시만 해도 비형식 평생교육기관이 1,918개, 운영 프로그램이 12만 6,390개에 이릅니다. 중국이 ‘노년대학’이라는 단일 브랜드로 통합돼 있다면, 한국은 노인대학·평생학습관·대학부설 평생교육원·복지관 교육이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다는 점이 저에게는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그 두 장면 — 베이징의 긴 줄과 서울의 자서전 교실 — 을 겹쳐 보면서, 배움이라는 말 아래 숨어 있는 진짜 동기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서예를 배우든 스마트폰 촬영을 배우든, 결국 그 어르신들이 붙잡고 싶었던 건 지식 그 자체보다 세상과 이어져 있다는 감각이었습니다. ‘학(学)을 핑계로 우(友)를 사귄다(以学为媒,以友为伴)’는 말을 그 캠퍼스에서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이 말이 한중 양국의 노년대학을 관통하는 가장 정직한 문장이라고 느꼈습니다.

이 흐름의 배경에는 각자 다른 절박함이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의료·교통·금융 서비스가 모바일 앱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스마트폰을 다루지 못하는 고령자가 사회적 고립에 처하는 ‘수자홍구(数字鸿沟)’ 문제가 국가 정책 의제로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2025년 봄학기 국가노년대학은 스마트폰 숏비디오 제작, 손자손녀에게 보내는 짧은 영상 편집 같은 실용 과목을 대폭 늘렸습니다. 한국에서는 1인 가구 비율이 늘어나는 고령사회 속에서, 노인대학이 지식 습득의 장을 넘어 고립을 막는 커뮤니티 허브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인공지능 기초나 챗지피티 활용법 같은 강좌가 수도권 평생학습관에 등장한 것도 같은 흐름입니다. 방식은 다르지만 두 나라 모두 교실이 복지의 최전선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은 같았습니다.

저는 이 원고를 정리하면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우리 부모 세대에게, 혹은 언젠가의 우리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건 새로운 자격증 하나가 아니라 매주 정해진 시간에 얼굴을 마주할 사람들이 아닐까요. 여러분의 부모님이나 이웃 어르신은 요즘 어떤 교실을 찾고 계신가요. 혹시 손주가 스마트폰을, 조부모가 서예나 요리를 서로 가르쳐 주는 자리를 만들어 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 질문에서부터 저는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 보려 합니다.

이 이야기는 제 책 「실버 브릿지: 돈과 관계」 제9장 ‘노년대학: 평생학습의 실천’에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웨이공춘 캠퍼스의 접수 풍경부터 한중 노년교육 시장의 비교 데이터, 그리고 이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이 눈여겨볼 만한 지점까지 함께 다루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도서 상세 페이지에서 더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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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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