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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8일 일요일 전체기사 로그인 회원가입 한국어 ENG 中文 日本語 Tiếng Việt

칼럼 박수진

[실버 브릿지] 제4권 · 제6장 · 매일 아침 앱이 물 마시라고 알려줘요, 어느 어르신의 하루

기사입력 기사번호 55015

실버 브릿지 · 제4권 제6장 (hero)

서울 구로구의 한 경로당, 김순옥 어르신을 처음 뵌 건 늦여름 오후였습니다. 손에 든 스마트폰 화면에는 알림창이 떠 있었고, 어르신은 그걸 저에게 자랑하듯 보여주셨습니다. “이거 보세요. 물 마시라고 알려주는 거예요.” 저는 그 화면을 들여다보며 이번 취재가 예상과는 다른 이야기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매일 아침 앱이 물 마시라고 알려줘서 잊지 않고 먹어요. 혈압도 앱에 기록하니까 의사 선생님이 좋아하세요.” 일흔여섯 김순옥 어르신은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처음엔 자녀가 억지로 깔아준 앱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자 어르신 스스로 아침마다 화면을 먼저 열게 됐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 변화가 궁금했습니다. 기능이 좋아서가 아니라, 매일 아침 의사 선생님께 보여드릴 기록이 쌓이는 게 뿌듯하다고 하셨거든요.

취재를 하며 숫자를 찾아봤습니다. 한국의 디지털 헬스 시장은 2024년 93.7억 달러에서 2033년 377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조사됐고, 연평균 성장률은 14.94%에 달합니다. 대표적인 건강관리 앱 ‘캐시워크’ 이용자의 약 40%가 50대 이상이고, 의료 서비스 앱 ‘캐시닥’도 50대 이상 비중이 36%에 이릅니다(2025년 기준).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눈에 띈 숫자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절반가량은 앱을 스스로 설치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김순옥 어르신도 처음 설치는 딸이 해주셨다고 했습니다. ‘사용한다’와 ‘설치할 수 있다’ 사이에는 아직 거리가 있다는 걸, 저는 그 순간 다시 확인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저는 베이징에서 일흔둘 장 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 아주머니는 위챗(微信) 미니프로그램으로 매일 걸음 수를 가족 단체방에 공유하고 계셨습니다. “손자가 ‘좋아요’ 눌러주면 그날 하루가 뿌듯해요.” 김순옥 어르신이 의사 선생님께 보여드릴 기록을 쌓는다면, 장 아주머니는 손자에게 보여줄 걸음 수를 쌓고 계셨습니다. 같은 앱이라도 누구를 향해 열어보는지가 다르다는 걸, 저는 두 분을 나란히 떠올리며 느꼈습니다. 중국의 실버 인터넷 사용자는 이미 3.29억 명을 넘었고, 월평균 129시간을 온라인에서 보낸다고 합니다. 하루로 치면 4시간이 넘는 시간입니다. 중국소비자협회 조사에서는 앱의 ‘적로화(适老化·노인 친화 설계)’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76.2%로 나왔습니다. 다만 저는 이 숫자를 뒤집어서도 읽어봤습니다. 네 명 중 한 명은 여전히 불편을 겪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두 분을 만나고 나서 제가 든 생각은 이것이었습니다. 앱이 건강을 지켜주는 게 아니라, 앱을 계속 열게 만드는 이유가 건강을 지켜준다는 것입니다. 김순옥 어르신께는 의사 선생님의 칭찬이, 장 아주머니께는 손자의 ‘좋아요’가 그 이유였습니다. 기능은 두 나라 모두 이미 충분히 갖춰져 있었습니다. 혈압을 기록하고, 걸음 수를 세고, 복약 시간을 알려주는 기술은 한국도 중국도 뒤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족한 건 그 기록을 누군가 봐준다는 실감, 그리고 그것을 매일 반복하게 만드는 작은 동기였습니다. 디지털 헬스앱이 복약 순응도를 평균 27% 높이고 수축기 혈압을 3~5mmHg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결국 ‘꾸준히 쓰는 사람’에게서만 나온 숫자라는 걸 취재하며 거듭 확인했습니다.

이런 흐름은 각자의 인구 구조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한국은 2025년 초 65세 이상 인구가 1,024만 명, 20.3%를 넘기며 초고령사회에 들어섰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의 ‘나의건강기록’ 앱은 이미 500만 다운로드를 넘겼고, 동네 병원에서 찍은 엑스레이를 상급종합병원 의사가 바로 열람하는 수준까지 인프라가 갖춰졌습니다. 중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2억 2,023만 명(2024년, 15.6%)에 이르며, 노인 건강관리 산업 규모는 2023년 이미 4,102억 위안, 우리 돈으로 약 78조원을 넘어섰습니다. 다만 접근하는 방식은 사뭇 다릅니다. 한국은 공공 플랫폼과 보상형 앱이 나란히 시니어를 끌어들이는 반면, 중국은 별도 앱 설치 자체를 최소화하고 위챗이나 알리페이 안에서 가족이 함께 들여다보는 구조를 택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쪽이 낫다기보다, 각자 살아온 가족 문화가 기술 설계에 그대로 배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부모님 휴대전화에는 지금 어떤 앱이 켜져 있나요. 혹시 설치만 해드리고, 그 뒤로는 함께 들여다본 적이 없지는 않으신가요. 김순옥 어르신이 앱을 계속 여시는 이유가 딸의 성화가 아니라 의사 선생님의 칭찬이었듯이, 어쩌면 우리 부모님께 필요한 건 더 정교한 기능이 아니라 그 기록을 함께 봐드리는 짧은 통화 한 통일지도 모릅니다. 다음 회차에서는 이 디지털 접근성의 이면, 즉 인터넷 사기와 보이스피싱으로부터 노인을 어떻게 보호할지를 한중 시니어의 실태와 함께 다뤄보려 합니다.

이 이야기는 제 책 「실버 브릿지: 디지털 실버」 제6장에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더 많은 사례와 데이터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도서 상세 페이지를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https://wiabook.com/books/silverbridge-vol04-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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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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