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구로 지부 사무실에 들렀을 때, 70대 초반의 어르신 두 분이 나란히 앉아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계셨다. 무엇을 그렇게 열심히 비교하시냐고 여쭤보니, 한 분이 웃으며 화면을 돌려 보여주셨다. 하나투어 앱의 크루즈 상품 페이지였다. “다음 달엔 어디로 가지” — 이 질문이 두 분의 대화를 시작하는 첫 마디였다. 예전 같으면 자녀가 대신 예약해 드리던 여행을, 이제는 본인이 직접 가격과 일정을 견주어 결정하신다. 그 장면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이번 호에서는 그 질문 하나가 어떻게 중한 양국에서 서로 다른 산업의 언어로 번역되고 있는지를 짚어보고 싶었다.
중국 상무부 등 9개 부처가 지난 2월 공동 발표한 「은발열차 실시방안」은 2027년까지 전국에 100개 이상의 노년 전용 열차 노선을 구축하고, 연간 2,500회 상시 운행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열차 안에는 상주 의료팀과 산소통, 응급처치함이 배치되고, 이동 중 발생한 의료비는 성(省)을 넘나드는 의료보험 정산 체계로 제도화된다. 차량 안에는 노래방 룸과 마작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다. 취재하며 이 대목을 다시 읽었을 때, “이것은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이동식 종합 요양 복합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숫자로 보면 두 시장의 크기가 더 선명해진다. 중국 문화여유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60세 이상 여행객의 국내 여행 건수는 11억 6천만 건, 전체 국내 여행객의 20.6%를 차지했다. 신화통신은 2025년 중국 은발 여행 시장이 1조 위안(약 190조 원)을 돌파하고 2028년에는 2조 7천억 위안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시기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공식 진입했고, 하나투어의 60세 이상 예약자 비중은 전년 대비 6%포인트 늘어 25%를 돌파했다. 국내 여행 경험률 84.5%를 반영해 추산한 한국의 시니어 여행객 규모는 822만 명, 한국관광공사는 2030년이면 이 숫자가 1천만 명을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예측한다.
흥미로운 것은 두 나라가 완전히 다른 문법으로 같은 문제를 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슝마오(판다) 전용열차는 쓰촨성에서 출발해 소수민족 환영 의식과 전통 공연을 태우고, 산시성의 실크로드 전용열차는 200명 이상을 태우고 널찍한 침대칸과 온도 조절 시스템, 노약자 전용 화장실을 갖춘다. 2017년부터 운행 중인 철새 전용열차는 매년 10월 하얼빈에서 출발해 따뜻한 싼야로 남하했다가 이듬해 4월 초 다시 북상하는 ‘6개월 피한(避寒) 체류’ 프로그램으로, 이미 은발 세대의 장기 체류를 상징하는 이름이 되었다. 국가가 철도망 위에 복지를 얹은 셈이다. 반면 한국은 국가 차원의 특수열차 대신 민간 여행사가 ‘고급화·소규모·특화’라는 삼각 전략으로 시장을 재편했다. 하나투어는 ‘Trip & Joy 시니어’라는 브랜드로 항공 비즈니스석, 4~5성급 호텔, 15인 안팎의 소규모 그룹, 가이드 2명 동행을 기본 사양으로 제시한다. 모두투어는 일본 소도시, 유럽 기차 여행, 크루즈를 핵심 라인업으로 하는 관광형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내가 이 두 흐름을 나란히 놓고 느낀 의미는, 결국 ‘결정권이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수렴한다는 점이었다. 과거에는 자녀가 부모를 대신해 여행을 예약했다면, 지금은 시니어 본인이 목적지와 항공권, 숙소, 가격을 직접 비교한 뒤 결제 버튼을 누른다. 하나은행이 하나카드, 하나투어와 손잡고 내놓은 ‘액티브 시니어 종합서비스’처럼 금융과 여행, 건강 데이터를 결합한 상품이 빠르게 자리를 잡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식 노년 여행은 ‘돌봄’의 언어에서 ‘자아실현’의 언어로 옮겨가고 있는 중이다. 구로 지부에서 만난 그 두 분의 스마트폰 화면이 바로 그 증거였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인구구조와 정책의 힘이 함께 작동하고 있다. 중국은 60세 이상 인구가 3억 1천만 명, 전체의 22%에 달하며 은발 경제 규모가 2024년 기준 7조 위안에 이른다. 국가가 나서서 은발열차 같은 인프라를 까는 것은 단순한 관광 진흥이 아니라, 거대한 인구 집단의 이동성과 소비력을 국가 경제의 한 축으로 편입시키려는 시도로 읽힌다. 한국은 인구 규모에서는 중국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연금과 퇴직금, 자산을 갖춘 ‘액티브 시니어’가 고급 패키지 예약의 25%를 차지할 만큼 구매력이 응축되어 있다. 두 나라 모두 노년 세대를 ‘효도 상품’의 수혜자가 아니라 ‘소비 주체’로 다시 정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것은 단순한 여행 트렌드를 넘어 세대 담론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나는 독자들께 하나 묻고 싶다. 만약 여러분의 부모님, 혹은 여러분 자신이 은퇴 이후의 여행을 계획한다면, ‘안전과 의료가 기본 사양으로 포함된 느린 여행’과 ‘고급화되었지만 소규모인 특화 여행’ 중 어느 쪽에 마음이 기울겠는가. 중국의 철새 전용열차 이용자들은 7박 9일 이상 한두 도시에 깊이 머무는 것을 선택하고, 한국의 액티브 시니어들은 이동 시간을 최소화하고 체류 시간을 극대화하는 상품에 지갑을 연다. 방향은 다르지만 두 선택 모두 “빨리 많이 보는 여행”에서 “천천히 깊이 머무는 여행”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여행사가 아니라 여행객 스스로 그 속도를 정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내게는 가장 인상 깊은 변화였다.
구로 지부의 그 두 분은 결국 크루즈 대신 근교 온천 여행을 선택하셨다고 들었다. 결정을 내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길었지만, 그 과정 자체가 두 분에게는 이미 여행의 일부였던 것 같다. 국가가 깔아놓은 철로 위를 달리든, 민간 여행사가 짜놓은 소규모 일정을 따르든, 결국 두 나라의 노년 여행이 말하고 있는 것은 하나다 — 이동의 자유와 관계의 연결이 보장될 때, 비로소 노년의 존엄도 지켜진다는 것. 이 이야기는 제 저서 《은색다리: 디지털 시니어》 제11장에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도서 상세 페이지: https://wiabook.com/books/silverbridge-vol04-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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