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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수진

[실버 브릿지] 제5권 · 제17장 · 같은 바이러스, 다른 5년: 창문 앞 노인과 복도의 노인

기사입력 기사번호 58173

2022년 12월 한 달 사이에 중국의 60세 이상 사망률이 인구 1000명당 24명에서 50명으로 뛰었다는 숫자를 처음 적던 밤이 기억납니다. 저는 그 숫자 옆에 장면 두 개를 나란히 놓아 보았습니다. 서울 요양병원 창문 앞에서 바깥만 바라보는 노인, 그리고 상하이 지역사회 양로센터의 긴 복도입니다. 같은 바이러스가 지나갔는데 두 장면은 왜 이렇게 달랐을까요. 오늘은 이 물음을 따라 걸어 본 5년의 기록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실버 브릿지 주제 이미지

먼저 서울 쪽 창문입니다. 한국의 요양병원 노인 환자는 일반 병원 환자보다 코로나19로 사망할 위험이 3.58배 높았습니다. 이 수치를 읽고 한동안 다음 문장을 쓰지 못했습니다. 방역 모범국으로 불리던 2020년과 2021년에도 그 창문 안쪽의 시간은 다르게 흘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면회가 막힌 자리에서 노인은 가족의 얼굴을 유리 너머로도 보기 어려웠을 테니까요. 한국은 2022년 오미크론 대유행을 길고 완만한 곡선으로 통과했습니다. 그 곡선의 아래쪽에는 오래 지치고 오래 앓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숫자를 조금 더 적어 두겠습니다. 통계청이 2025년에 발표한 2024년 사망원인 통계에서 한국의 총 사망자는 358,569명이었습니다. 전년보다 1.7% 늘었고, 인구 10만 명당 조사망률은 702.6명입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295,110명과 견주면 21.5%가 많습니다. 늘어난 몫의 상당 부분은 75세 이상 초고령층에 몰려 있습니다. 누적 코로나 사망자는 2023년 8월 기준 약 35,934명이고, 그중 90% 이상이 60세 이상이었습니다. 이 숫자를 저는 통계로만 읽지 못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지막 계절이 들어 있는 숫자였기 때문입니다.

상하이의 복도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중국은 2022년 12월 제로 코로나 정책을 급히 풀었고, 고령자의 사망은 짧은 기간에 한꺼번에 몰렸습니다. 공식 집계는 12만 명 수준입니다. 그러나 2023년 《European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에 실린 이안니디스 연구팀의 추정은 49,962명에서 691,219명 사이로 폭이 매우 넓습니다. 왕이루 등의 후속 연구는 2022년 12월부터 2023년 1월 사이 60세 이상 초과사망률이 평시의 약 2배였다고 봅니다. 정확한 숫자를 우리가 아직 모른다는 사실 자체가 이 시기를 말해 주는 듯합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을 “길고 느린 충격”, 중국을 “짧고 강한 충격”이라고 적어 두었습니다.

그런데 취재 노트를 넘기다 보면 두 나라가 가장 비슷하게 닮은 곳은 사망 통계가 아니었습니다. 고립이었습니다. 2024년 《Frontiers in Public Health》에 실린 한국 노인 연구는 1인 가구 노인이 여럿이 사는 노인보다 우울 정도가 뚜렷하게 높았다고 보고했습니다. 요양시설 방문이 금지된 동안에는 인지기능 저하와 우울 위험이 차곡차곡 쌓였다고도 했습니다. 돌보는 가족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기간 중 간병하는 가족의 중증 우울 가능성은 간병하지 않는 가족의 2.36배였습니다. 바이러스는 노인의 몸만이 아니라 그 곁에 앉아 있던 사람의 마음까지 지나갔습니다.

중국에서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베이징대 장단단 교수팀의 2023년 연구는 후베이성, 특히 우한에서 노인 자살률이 눈에 띄게 올랐다고 보고했습니다. 푸단대 펑시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봉쇄 기간 노인의 디지털 소외와 정신건강 악화는 의료 사망과는 별도의 장기 재난이다. 우리가 집계하지 않은 피해가, 집계한 피해보다 크다.” 저는 이 문장을 여러 번 읽었습니다. 격리와 소독, 인력 중복으로 양로기관 운영비가 평시보다 30~40% 오르면서 작은 민영 기관이 현금 흐름이 끊겨 문을 닫았고, 가정방문 돌봄도 한동안 멈췄습니다. 복도에서 손을 잡아 주던 사람이 갑자기 오지 않게 된 노인이 어디엔가 있었을 겁니다.

이 5년을 다 적고 나서야 제가 무엇을 묻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팬데믹이 드러낸 것은 병상이 몇 개였느냐가 아니었습니다. 돌봄의 연결망이 얼마나 촘촘했느냐였습니다. 요양병원의 창문이 닫히면 노인은 가족과 이어질 길을 잃었고, 지역 돌봄이 끊기면 복도의 노인은 이웃과 이어질 길을 잃었습니다. 저는 한국과 중국을 어느 쪽이 더 잘했는지로 가르고 싶지 않습니다. 두 나라는 서로 다른 길에서 같은 숙제를 받아 들었습니다. 요양기관의 감염 관리, 노인의 정신건강, 디지털 소외, 돌봄 가족의 지침입니다.

그 숙제를 안고 두 나라는 지금 같은 방향으로 몸을 돌리고 있습니다. 한국은 65세 이상이 993만 명으로 인구의 19.2%(2024년)에 이르렀고, 2027년까지 방문 주치의센터를 250개소로 늘려 집에서 받는 의료를 넓히려 합니다. 중국은 60세 이상이 2억9,697만 명(2023년, 21.1%)이며, 재가 90%·커뮤니티 7%·시설 3%의 ‘9073’ 모델을 14차 5개년 계획에서 다시 확인했습니다. 시설 중심에서 집과 동네 중심으로 옮겨 가는 길입니다. 다만 중앙이 내건 구호와 지방이 실제로 짜는 예산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적혀 있습니다. 방향이 옳다고 해서 길이 저절로 닦이지는 않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하나만 여쭙고 싶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여러분의 부모님, 혹은 이웃 어르신의 안부를 마지막으로 직접 물은 것이 언제였습니까? 저는 이 질문이 병상 수보다 먼저 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결망은 정책만으로 짜이지 않고, 전화 한 통과 문 앞의 인사 같은 작은 실이 모여서 짜인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다음 이야기는 서울 구로의 78세 어르신과 상하이 푸둥의 75세 어르신이 보낸 같은 하루입니다. 아침 체조에서 저녁 영상통화까지 두 나라 독거노인의 하루가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른지 함께 따라가 보려 합니다.

이 이야기는 제 책 「실버 브릿지: 함께 늙어가는 법」 제17장에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한중 양국의 사망·감염 지표, 고립과 정신건강, 포스트 팬데믹 돌봄 정책의 흐름까지 네 개의 지표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도서 상세 페이지는 https://wiabook.com/books/silverbridge-vol05-k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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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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