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6년 10월 18일 일요일 전체기사 로그인 회원가입 한국어 ENG 中文 日本語 Tiếng Việt

칼럼 김미희

어르신과 추억을 나누는 시간, 뇌를 건강하게 쓰는 대화법

오래된 사진첩 한 장이 여는, 부모님과 나의 새로운 대화

기사입력 기사번호 54268
위아쌤 마음돌봄 신호 · 제 5회

글 김미희 칼럼니스트

위아쌤 마음돌봄 신호
저녁 설거지를 끝내고 나서야 겨우 소파에 앉으면, 오늘 부모님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잘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밥은 드셨는지, 약은 챙기셨는지, 병원 예약은 언제인지 묻는 말들만 오갔을 뿐, 정작 마음을 나누는 대화는 뒷전으로 밀려난 하루였을 겁니다. 오늘은 그런 하루 끝에, 부모님과 나 모두에게 숨 돌릴 틈을 만들어주는 대화법 하나를 나눠보려 합니다.

왜 오래된 사진 한 장이 말을 트이게 할까

돌봄을 하다 보면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어제 드신 점심 메뉴는 잘 기억하지 못하시는 부모님이, 삼십 년 전 이웃집 이름이나 젊은 시절 다니던 시장 골목 이야기는 또렷하게 풀어내실 때가 있지요. 이는 게으름이나 고집이 아니라, 오래전에 여러 번 되새기고 감정과 함께 저장된 기억은 비교적 잘 남아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근 일보다 옛 사진, 옛 물건이 오히려 더 쉬운 대화의 문이 되어주곤 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 사실을 잘 모른 채, 자꾸 ‘오늘 뭐 드셨어요’, ‘병원 몇 시예요’ 같은 근황 확인형 질문만 반복한다는 데 있습니다. 이런 질문은 필요하지만, 대화라기보다는 점검에 가깝습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매번 시험받는 기분이 들 수도 있고, 자꾸 대답을 잘 못 하시면 위축되어 말수가 줄어들기도 합니다. 반대로 오래된 사진첩을 펼치고 ‘이 사진 어디서 찍으신 거예요?’ 하고 물으면, 부모님은 답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됩니다. 그 역할의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

제가 부모님을 돌보며 느낀 것은, 옛 사진 앞에서는 부모님의 목소리 톤이 달라진다는 점이었습니다. 평소보다 말이 길어지고, 표정에도 생기가 돌았습니다. 정답을 요구받지 않는 이야기, 틀려도 괜찮은 이야기라는 게 편안함을 만들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시간을 억지로 ‘치매 예방’이라는 목표로 무겁게 만들기보다는, 그저 뇌를 건강하게 쓰는 자연스러운 습관으로 편하게 여기시면 좋겠습니다.

질문 하나가 대화를 여는 방식, 닫는 방식

같은 사진을 보고도 질문을 어떻게 던지느냐에 따라 대화가 열리기도 하고 금세 닫히기도 합니다. ‘이거 몇 년도예요?’, ‘이 사람 이름이 뭐였죠?’ 같은 질문은 정답이 정해진 닫힌 질문입니다. 답이 바로 안 나오면 부모님은 순간 당황하시고, ‘몰라, 기억 안 나’ 하며 사진첩을 덮어버리시는 경우도 흔합니다. 반대로 ‘이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이 옷은 누가 사주신 거예요?’ 처럼 감정과 배경을 묻는 열린 질문은 정답이 하나가 아니기에 부모님이 편하게 말을 이어가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자녀들이 이 지점에서 조급해집니다. 부모님이 이름이나 연도를 헷갈려 하시면 나도 모르게 ‘아니 그건 삼촌이 아니라 외삼촌이지’ 하고 바로잡아드리고 싶어지지요. 그 마음은 걱정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대화의 흐름에서 보면 부모님을 다시 시험대에 세우는 일이 되기 쉽습니다. 정확한 사실보다 지금 이 순간 부모님이 편안하게 이야기를 이어가시는 것이 더 큰 목적이라는 걸 떠올리면, 정정하고 싶은 마음을 한 번 눌러보실 수 있을 겁니다.

질문의 순서도 도움이 됩니다. 먼저 ‘이 사진 참 좋네요’ 하고 감탄으로 시작한 뒤, ‘여기가 어디예요?’ 하고 배경을 묻고, 그다음 ‘그때 무슨 일이 있었어요?’ 하며 이야기로 넘어가는 식입니다. 이렇게 감탄에서 배경으로, 배경에서 이야기로 자연스레 넓혀가면 부모님도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기억을 꺼내실 수 있습니다. 서두르지 않는 리듬 자체가 대화를 편안하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

기억이 자꾸 어긋날 때, 반복될 때

같은 이야기를 벌써 세 번째 듣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 혹은 부모님이 말씀하시는 사실관계가 실제와 다르다는 걸 알아챌 때, 마음 한편이 무거워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아까도 그 얘기 하셨잖아요’ 라는 말이 목까지 올라오지만, 이 말을 실제로 내뱉으면 부모님은 자신이 뭔가 잘못했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반복 자체보다, 반복을 지적당했을 때 느끼는 위축감이 대화를 더 힘들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이야기의 사실 여부보다 그 안에 담긴 감정에 집중해보시길 권합니다. 이야기가 세 번째로 반복되더라도 ‘그때 정말 힘드셨겠어요’ 혹은 ‘그 시절이 참 좋으셨나 봐요’ 하고 감정에 반응해드리면, 부모님은 자신의 이야기가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십니다. 사실관계가 조금 어긋나 있어도 대화의 흐름을 끊지 않고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것이, 정확성을 따지는 것보다 그 시간을 훨씬 따뜻하게 만들어줍니다.

다만 이 모든 걸 매일,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부담은 내려놓으셔도 됩니다. 어떤 날은 사진첩을 펼쳤는데 부모님이 피곤해하시거나 대화를 이어가고 싶어 하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땐 무리하게 끌고 가기보다 ‘오늘은 그냥 같이 앉아있는 것도 좋네요’ 하고 마무리하셔도 충분합니다. 대화의 성공 여부를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끌어냈는지로 재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향과 손길로 함께 여는 기억의 문

아로마테라피스트로 일하면서 자주 느끼는 것 중 하나는, 향기가 말보다 먼저 마음에 가닿는 순간이 있다는 점입니다. 오래된 사진첩 곁에 마른 꽃 한 다발을 놓아두거나, 부모님이 예전에 즐겨 쓰시던 향과 비슷한 은은한 향을 곁들이면, 대화가 한결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지는 걸 종종 봅니다. 이는 특정 질환에 대한 효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향이 만들어주는 편안한 정서적 분위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런 시간에 손을 가볍게 잡아드리거나 손등을 천천히 쓸어드리는 것도 함께해볼 만합니다. 사진첩을 넘기며 손이 자연스레 닿을 때, 부모님은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편안함을 느끼시곤 합니다. 손케어 크림을 발라드리며 대화를 이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이때도 특정 효능을 기대하기보다는 그 손길 자체가 주는 자기돌봄의 시간으로 여기시면 됩니다.

이렇게 사진, 향, 손길이 함께 어우러지는 시간은 부모님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돌보는 나 자신에게도 잠시 숨을 고르고, 부모님과 눈을 맞추며 마음을 나누는 귀한 순간이 됩니다. 매일의 돌봄이 해야 할 일들의 목록으로만 채워지지 않도록, 이런 시간을 의식적으로 만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오늘의 마음돌봄 실천

★☆☆오늘 저녁,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골라 부모님께 보여드리며 ‘이거 어디서 찍으신 거예요?’ 하고 열린 질문 하나만 던져보세요.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 질문은 부모님이 편안하게 말을 꺼내도록 돕고, 나에게도 부모님의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줍니다.

★★☆일주일에 한 번, 요일과 시간을 정해 ‘사진첩 시간’을 가져보세요. 정해진 리듬이 생기면 부모님도 그 시간을 기다리게 되고, 짧게라도 나눈 이야기를 메모해두면 다음 대화의 실마리로 쓸 수 있습니다.

★★★여유가 되실 때, 좋아하시던 꽃이나 은은한 향을 곁에 두고 손을 가볍게 매만져드리며 사진첩을 함께 넘겨보세요. 향과 손길이 더해진 시간은 대화를 서두르지 않게 하고, 부모님과 나 모두에게 조금 더 오래 머물고 싶은 순간을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살며시 당부
부모님이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으시거나 쉽게 피곤해하시는 날에는 대화를 억지로 이어가지 않으셔도 됩니다. 기억이 실제와 다르게 말씀하셔도 바로잡기보다 감정에 먼저 반응해 주시면, 그 시간이 훨씬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사진첩을 덮고 나서도 부모님의 표정에 남은 여운을 발견하실 때가 있을 겁니다. 그 여운은 오늘 우리가 나눈 대화가 단지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에 조금 더 가닿았다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다음 주에도 그런 작은 순간들이 두 분 사이에, 그리고 돌보는 당신의 하루에도 조용히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마음돌봄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다면 한국셀프힐링협회에서 만나요.

글 김미희 칼럼니스트
아로마테라피스트이자 한국셀프힐링협회에서 활동하는 김미희 칼럼니스트는 부모님 돌봄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돌보는 사람의 마음을 함께 다독이는 글을 씁니다. 코리안투데이 인천남부.

#위아쌤마음돌봄신호 #부모님과의대화 #뇌를건강하게쓰는습관 #추억나누기 #돌봄자자기돌봄 #아로마테라피 #인지자극 #마음돌봄

[ 김미희 기자: incheonsouth@thekoreantoday.com ]

지역 홍보대사 신청 코리안투데이 지부장 신청 코리안투데이 인천남부

THE KOREAN TODAY × WIA CODE

이 기사의 WIA Code

WIA Code — 이 기사 인증

WIA Code 스캐너로 비추면 인터넷 없이 발행 사실과 위·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휴대폰 기본 카메라로 찍으면 스캐너 안내 페이지가 열립니다 — 기사 바로 열기

WIA Code 스트림 — 이 기사 전체가 담겨 있습니다

움직이는 코드는 스트림입니다 — WIA Code 스캐너로 약 17초 비추면 기사 전문(사진 포함)이 폰에 저장되어 인터넷 없이도 읽을 수 있습니다.

⇓ Stream.mp4 다운로드

WIA Code · 코리안투데이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김미희 기자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