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국가무형유산 전승공동체 활성화 지원사업의 하나로 진행되는 「무형유산 징검다리 교실」 살풀이춤 ‘나의 몸과 숨 이야기’ 수업 현장을 찾았다.
![]() [코리안투데이] 2026 무형유산 징검다리 교실–살풀이춤 ‘나의 몸과 숨 이야기’…박진희·허설혜 국가무형유산 살풀이춤 이수자와 함께하는 어린이 눈높이 교육 © 백창희 기자 |
이번 프로그램은 국가무형유산 살풀이춤 이수자 박진희 주강사와 허설혜 보조강사가 어린이들과 함께 우리 전통춤을 놀이와 신체활동, 감정표현으로 만나도록 구성한 어린이 맞춤형 전승교육이다.
보통 ‘살풀이춤’이라고 하면 어른들조차 한복을 입고 긴 수건을 들고 추는 옛 춤이나 어렵고 전문적인 전통무용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날 수업은 아이들에게 살풀이춤은 달랐다. 하얀 수건은 꽃이 되고 바람이 되고 나비가 됐으며, 어느 순간에는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 ‘나의 마음’이 됐다.
이날 특별수업에는 송효진 국가무형유산 살풀이춤 이수자와 노명륜 전수자도 도움강사로 참여해 살풀이춤뿐 아니라 진도아리랑과 장단 등 우리 전통예술을 아이들이 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하도록 힘을 보탰다.
‘동작을 외우는 춤’보다 ‘나를 표현하는 춤’
이날 교실에서는 ‘정해진 동작을 얼마나 정확하게 따라 하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반적인 실기수업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아이들은 놀고, 그리고, 움직이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첫 시간부터 살풀이춤 동작을 외우게 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진을 보며 국가유산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유형유산·자연유산·무형유산을 직접 찾아보는 활동으로 시작했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국가유산을 퀴즈와 이야기로 풀어내자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우리 문화유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살풀이춤의 중요한 도구인 수건도 단순한 무용 소품에 머물지 않았다.
아이들은 자신의 수건에 직접 그림을 그리고 이름을 붙였다. 그렇게 세상에 하나뿐인 ‘내 수건’이 만들어졌다.
수건은 아이들의 상상 속에서 꽃이 됐고 바람이 됐다. 때로는 나비가 되어 날아가고, 자신의 기분과 마음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됐다.
“오늘 내 기분은 어떤 움직임일까?”
“나는 어떤 몸짓으로 나를 소개할 수 있을까?”
아이들은 말로 자기소개를 하는 대신 몸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좋아하는 것과 자신의 성격, 그날의 기분을 하나의 움직임으로 표현했고 친구들은 서로의 몸짓을 따라 하거나 그 느낌을 이야기했다.
여기에는 정답이 없었다.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수건을 들고 있어도 아이들의 움직임은 모두 달랐다. 강사는 아이들의 동작을 ‘틀렸다’고 고치기보다 “왜 그렇게 움직였어?”, “그 기분을 다른 움직임으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할까?”라고 질문했다.
아이들은 질문을 받을 때마다 스스로 새로운 움직임을 찾아냈다. 그 과정에서 창의력과 상상력, 자기표현력이 자연스럽게 자라났다.
![]() [코리안투데이] 2026년 국가무형유산 전승공동체 활성화 지원사업 징검다리 교실에서 수업 진행 모습 © 백창희 기자 |
“잘 추는 것보다 우리 춤을 좋아하게 하는 것이 먼저”
박진희 강사는 이번 수업에 대해 “아이들에게 처음부터 살풀이춤 동작을 외우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내 기분을 몸으로 표현하고, 수건에 그림을 그리고 이름도 지어주고, 나를 몸으로 소개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놀다 보니 어느 순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우리 춤의 호흡과 움직임 속으로 들어와 있더라고요.”
놀이와 자기표현을 충분히 경험한 뒤에는 호흡과 걸음, 손끝과 시선, 느림과 멈춤 등 살풀이춤의 기본 요소를 하나씩 연결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살풀이춤은 어느 날 갑자기 외워야 하는 낯선 전통춤이 아니라 ‘내가 표현하던 움직임과 우리 전통춤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과정’이 됐다.
박진희 주강사는 어린이들에게 전통을 전승하는 방법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통을 이어간다는 것이 반드시 어린아이들에게 정확한 동작부터 가르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좋아하게 하고, 궁금하게 하고, 다시 해보고 싶게 만드는 것도 전승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남학생들도 기다리는 살풀이춤…“이제 마지막이에요?”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작은 걱정도 있었다. 센터에 남학생들이 많아 살풀이춤 수업에 얼마나 흥미를 느낄 수 있을지 우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수업이 시작되자 예상은 달랐다.
남녀 구분 없이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회차가 거듭될수록 강사가 오는 날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강사를 발견하면 “살풀이춤 선생님 왔다”며 반갑게 맞아주는 아이들도 생겼다.
다음 주 수료를 앞둔 지금은 오히려 아이들이 “이제 마지막이에요?”, “다음에는 또 안 해요?”라고 묻는다.
박진희 주강사는 이런 아이들의 반응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공모사업 하나를 잘 끝내는 것보다 아이들의 기억 속에 살풀이춤이 즐거운 경험으로 남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기다려주는 수업이 됐다는 것이 정말 기쁩니다.”
아이들이 다음 수업을 기다린다는 것은 전통문화가 더 이상 ‘배워야 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다시 하고 싶은 것’으로 바뀌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코리안투데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국가무형유산 ‘살풀이춤’ 수업 진행 모습 © 백창희 기자 |
천천히 걷고 멈추며 ‘내 몸과 마음의 소리’를 듣다
이번 프로그램의 또 다른 특징은 아이들이 자신의 몸과 마음에 집중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빠른 영상과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살풀이춤의 ‘느림’과 ‘멈춤’은 오히려 새로운 놀이가 됐다.
살풀이춤에는 호흡과 기다림이 있다. 천천히 걷고, 잠시 멈추고, 손끝을 바라보고, 수건의 움직임을 기다린다.
아이들이 빠르게 뛰고 움직이는 것만 즐거워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천천히 걷고 멈추면서 자신의 몸에 집중하는 활동에도 흥미를 보였다.
충분히 몸을 움직이며 에너지를 발산하는 과정은 자연스러운 스트레스 해소로 이어졌고, 친구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따라 하거나 함께 새로운 동작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협동과 배려도 배울 수 있었다.
살풀이춤이 단순한 전통무용 실기교육을 넘어 자신의 몸과 마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감정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문화예술교육으로 확장되는 순간이었다.
보고·듣고·두드리고·노래하고·춤추며 만나는 무형유산
이날 특별수업은 그동안 배운 것을 보여주는 단순한 발표회가 아니었다.
아이들은 지금까지 익혀온 호흡과 걸음, 수건의 움직임, 느림과 멈춤, 감정표현을 되짚은 뒤 실제 전통예술인이 펼치는 살풀이춤을 눈앞에서 감상했다.
자신들이 놀이처럼 경험했던 움직임이 실제 전통춤 속에서는 어떻게 이어지고 표현되는지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이어 장고춤을 감상하고 장고를 직접 두드려보는 체험이 진행됐다. 특히 송효진 국가무형유산 살풀이춤 이수자는 진도아리랑의 가락과 창법을 어린이뿐 아니라 참관한 어른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재미있는 몸짓과 손동작을 곁들여 지도했다.
아이들이 몸을 움직이며 “아리 아리랑~”을 따라 부르자 교실 분위기는 금세 흥겨워졌다.
다함께돌봄센터 이은옥 센터장과 강사진들도 아이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장단을 맞추고 노래와 동작에 참여하면서 수업의 흥을 더했다.
보고, 듣고, 두드리고, 노래하고, 춤추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춤과 소리, 장단을 각각 따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어진 하나의 우리 문화로 경험했다. 이날 교실은 아이들만을 위한 수업 공간을 넘어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우리 전통문화를 즐기는 작은 문화마당이 됐다.
이번 프로그램이 활기 있게 진행될 수 있었던 데에는 다함께돌봄센터 이은옥 센터장과 담당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도 큰 역할을 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강사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수업에 함께 호응하면서 교실의 열기를 높였다.
특히 앉아서 설명을 듣는 일방적인 교육이 아니라 수건을 가지고 놀고, 천천히 걸어보고, 장단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무용놀이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아이들의 참여도 역시 높았다.
몸을 충분히 움직이며 에너지를 발산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은 물론 친구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함께 새로운 동작을 만들어가면서 창의력·상상력·표현력·협동심을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다는 것도 이번 수업의 장점이다.
활동지를 쓰면서도 흥얼흥얼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수업이 끝났다고 배움까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이 활동지를 작성하는 시간, 교실 한편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조금 전 함께 배웠던 진도 아리랑을 아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었다.
누가 노래하라고 시킨 것도 아니었다. 시험을 보기 위해 외운 것도 아니었다. 즐겁게 보고, 듣고, 몸으로 움직이며 경험했던 우리의 가락이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어쩌면 이날 수업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화려한 춤동작보다 활동지를 쓰면서도 무심코 아리랑을 흥얼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는지도 모른다.
‘옛 춤’에서 ‘오늘의 아이들 춤’으로
살풀이춤은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우리의 소중한 국가무형유산이다.
그러나 전통을 지키는 것과 오늘의 세대가 전통을 즐기는 것은 서로 다른 일이 아니다.
이번 「무형유산 징검다리 교실」은 전통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교육 방법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얼마든지 창의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수건에 그림을 그리고 이름을 붙이는 작은 놀이에서 시작해 자기 마음을 몸으로 표현하고, 친구의 몸짓을 존중하고, 호흡과 기다림을 배우고, 마침내 우리 춤과 소리와 장단을 만나는 과정.
그 안에서 살풀이춤은 더 이상 박물관 속 옛 문화도, 어른들만 아는 어려운 춤도 아니었다.
오늘을 살아가는 아이들이 자신의 몸과 마음으로 만나고, 즐기고, 다시 해보고 싶어 하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었다.
“살풀이춤을 잘 추게 하는 수업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기 마음을 몸으로 표현하며 우리 무형유산을 좋아하게 만드는 수업입니다.”
다음 주 수료를 앞두고 “이제 마지막이에요?”라고 아쉬워하는 아이들, 활동지를 쓰면서도 아리랑을 흥얼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이번 교육이 남긴 의미를 보여준다.
전통을 이어간다는 것은 단순히 옛 동작과 가락을 정확하게 기억하게 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좋아하게 하고, 궁금하게 하고, 다시 만나고 싶게 하는 것. 그리고 놀이처럼 즐기는 사이 자연스럽게 ‘우리 것’을 몸과 마음에 담게 하는 것.
국가무형유산의 진정한 전승은 어쩌면 아이들의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과 ‘자연스럽게 우리 것을 익히고 배우는 즐거움’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THE KOREAN TODAY × WIA CODE
이 기사의 WIA Code
WIA Code 스캐너로 비추면 인터넷 없이 발행 사실과 위·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휴대폰 기본 카메라로 찍으면 스캐너 안내 페이지가 열립니다 — 기사 바로 열기
움직이는 코드는 스트림입니다 — WIA Code 스캐너로 약 91초 비추면 기사 전문(사진 포함)이 폰에 저장되어 인터넷 없이도 읽을 수 있습니다.
WIA Code · 코리안투데이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