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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미희

내 잠을 지키는 것도 돌봄입니다: 돌보는 사람이 스스로 정하는 수면 원칙

누군가의 밤을 지키느라 내 밤을 잃어버린 당신에게 건네는 작은 약속들

기사입력 기사번호 60938
위아쌤 마음돌봄 신호 · 제 27회

글 김미희 칼럼니스트

위아쌤 마음돌봄 신호
부모님 방의 불이 꺼지고 집 안이 조용해지면, 그제야 하루가 끝났다는 생각에 긴 숨이 나옵니다. 그런데 막상 자리에 누우면 몸은 무거운데 정신은 이상하게 또렷해서 천장만 바라보게 되지요. 오늘은 늘 맨 뒤로 밀려나 있던 돌보는 사람의 잠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잠은 돌봄이 끝나고 남는 시간이 아닙니다

돌보는 사람의 하루에서 잠은 늘 남은 시간에 자는 것이 됩니다. 식사를 챙기고 약을 드리고, 병원 일정을 확인하고 집안일까지 마치고 나서야 겨우 내 차례가 오지요. 그런데 남은 시간이라는 것은 언제든 줄어들 수 있어서, 해야 할 일이 하나만 늘어도 가장 먼저 깎여 나가는 것이 잠입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조금씩 잠을 덜 자다 보면, 피곤이 무엇 때문인지조차 모른 채 지내게 됩니다.

저도 부모님을 돌보던 시절에는 늦은 밤이 유일한 내 시간이라고 여겼습니다. 다들 잠든 뒤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거나 내일 일을 미리 해 두는 일이 쉬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하지만 그런 밤이 쌓일수록 다음 날 아침은 더 버거웠고,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쉽게 날카로워졌습니다. 돌봄의 질은 결국 돌보는 사람의 컨디션에 기대고 있다는 것을, 저는 그때 몸으로 배웠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생각을 조금 바꿔 보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내 잠을 챙기는 일은 돌봄에서 벗어나는 사치가 아니라, 돌봄을 오래 이어 가기 위한 일이라고요. 널리 알려진 수면 습관의 원칙들이 있지만, 그것을 남의 규칙처럼 지키려 하기보다 내 형편에 맞게 내가 정한 약속으로 바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스스로 정한 원칙은 지키지 못하는 날이 와도 다시 돌아갈 자리가 되어 주니까요.

하루의 닻, 일어나는 시간부터 정하기

수면 습관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매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흔히 잠드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내 마음대로 정하기 쉬운 쪽은 일어나는 시간입니다. 잠은 억지로 부른다고 오지 않지만 일어나는 시간은 내가 정할 수 있지요. 아침이 일정하면 몸이 하루의 흐름을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돌봄을 하다 보면 밤사이 몇 번씩 깨는 날이 있습니다. 화장실에 가시는 부모님을 부축하거나, 뒤척이는 기척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새벽이 금방 오지요. 그런 다음 날에는 아침에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늦게 일어난 날은 밤에 잠이 쉽게 오지 않고, 그러면 다음 날 아침이 또 늦어지면서 하루의 리듬이 조금씩 밀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밤을 설쳤어도 일어나는 시간만큼은 되도록 지켜 보시라고 권합니다. 일어나면 먼저 커튼을 열고 창가에서 아침 빛을 잠시 쬐어 보세요. 그래도 너무 고단한 날에는 이른 오후에 짧게 눈을 붙이는 정도로 보충하고, 저녁 가까이 길게 자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아침 시간을 하루의 닻처럼 내려 두면, 흔들리는 날에도 완전히 떠내려가지는 않습니다.

위로가 되는 커피 한 잔, 시간을 정해 두기

돌보는 사람에게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닐 때가 많습니다. 병원 대기실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마시는 한 잔, 오후에 몸이 처질 때 겨우 버티게 해 주는 한 잔은 작은 위로이기도 하지요. 다만 카페인은 마신 뒤에도 꽤 오래 몸에 머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서, 늦은 오후의 커피가 밤잠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커피를 끊자는 것이 아니라, 언제까지 마실지를 내가 정해 두자는 이야기입니다.

하루를 떠올려 보면 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대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피곤할 때마다, 누가 권할 때마다, 잠깐 쉬고 싶을 때마다 손이 가지요. 녹차나 홍차, 초콜릿처럼 커피가 아닌 것에도 카페인이 들어 있다는 사실은 의외로 잘 잊힙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 마신 차 한 잔이 그날 밤을 길게 만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정해 보시면 어떨까요. 커피는 점심 무렵까지만 마시고, 그 뒤에는 보리차나 카페인 없는 따뜻한 차로 바꾸는 것입니다. 손에 쥔 따뜻한 잔이 주는 위로는 그대로 두고 내용물만 바꾸는 셈이지요. 잠자리에 들기 전 술 한 잔으로 긴장을 풀고 싶은 날도 있겠지만, 술은 잠을 얕게 만들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니 그 역할은 다른 습관에 맡겨 보시길 권합니다.

잠들기 전, 마음의 불을 하나씩 끄는 시간

몸은 누웠는데 마음은 아직 하루 한가운데 있는 밤이 있습니다. 내일 병원 예약 시간, 떨어져 가는 약, 형제들에게 해야 할 연락 같은 생각이 줄지어 떠오르지요. 돌보는 사람은 낮 동안 늘 긴장한 채로 지내기 때문에, 그 긴장이 잠자리까지 따라 들어오기 쉽습니다. 그래서 잠들기 전에는 몸뿐 아니라 마음도 천천히 내려놓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휴대전화를 오래 붙잡고 있거나, 부모님 방 쪽 소리에 귀를 세우고 있느라 잠들지 못한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침대에서 걱정하고 계획하는 일이 반복되면, 침대가 쉬는 곳이 아니라 생각하는 곳이 되어 버립니다. 잠이 오지 않는데 억지로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은 더 조급해지지요. 그럴 때는 잠시 일어나 거실의 은은한 불 아래 조용히 앉아 있다가, 졸음이 오면 다시 눕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저는 잠들기 전 의식을 하나 만들어 두시라고 권합니다. 큰 불을 끄고 침실 스탠드 하나만 켠 다음, 머릿속을 맴도는 내일 할 일을 종이에 적어 두는 것입니다. 적어 두면 지금 붙잡고 있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들지요. 손수건에 좋아하는 향을 한 방울 떨어뜨려 머리맡에 두는 것도 하루를 마무리하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향은 잠을 대신 불러 주는 도구라기보다, 이제 쉬어도 된다고 나에게 알려 주는 다정한 표시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원칙은 지키지 못하는 날을 위해 있습니다

이렇게 원칙을 세워도 돌봄의 밤은 예측할 수 없습니다. 부모님 컨디션이 갑자기 나빠지는 날도 있고, 밤새 곁을 지켜야 하는 날도 있지요. 그런 날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탓하면, 원칙은 나를 돕는 것이 아니라 나를 몰아세우는 짐이 되고 맙니다. 원칙은 완벽하게 지키려고 세우는 것이 아니라, 흐트러진 다음 날 돌아올 길을 표시해 두려고 세우는 것입니다.

돌보는 사람들은 대개 자신에게 가장 엄격합니다. 부모님께는 괜찮다고, 천천히 하시라고 말하면서 정작 나에게는 그 말을 해 주지 않지요. 밤을 설친 다음 날 아침, 거울 속 피곤한 얼굴을 보며 이것도 제대로 못 하나 싶어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피곤은 게으름이 아니라 누군가를 성실히 돌본 흔적입니다.

그러니 지키지 못한 밤이 지나면 다음 날 아침 원래 시간에 일어나 커튼을 여는 것부터 다시 시작하시면 됩니다. 밤에 깨는 일이 잦다면 가족과 순번을 나누거나,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온전히 잘 수 있는 밤을 부탁해 보세요. 도움을 청하는 것은 약해서가 아니라 오래 돌보기 위한 지혜입니다. 나의 잠을 지켜 달라고 말하는 일도, 결국 우리 가족을 지키는 일이니까요.

오늘의 마음돌봄 실천

★☆☆오늘 밤 바로 해 보기, 스탠드 아래 손 온기 나누기. ① 잠자리에 들기 전 큰 불을 끄고 스탠드 하나만 켭니다. ② 편하게 앉아 두 손바닥을 마주 대고 천천히 열 번 비벼 따뜻하게 만듭니다. ③ 따뜻해진 손바닥으로 두 눈을 살포시 덮고, 코로 천천히 들이마시고 입으로 길게 내쉬기를 다섯 번 합니다. ④ 손을 내려 무릎 위에 올려놓고 오늘도 수고했다고 속으로 한마디 건넵니다. 은은한 불빛과 손의 온기가 몸과 마음에 이제 쉬어도 된다는 신호를 보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내일 아침 한 걸음 더, 창가에서 하루 시작하기. ① 밤에 몇 번을 깼더라도 정해 둔 시간에 일어납니다. ② 일어나자마자 커튼을 활짝 열고 창가에 섭니다. ③ 두 팔을 머리 위로 크게 올려 기지개를 켜고, 내리면서 숨을 길게 내쉽니다. 세 번 반복합니다. ④ 어깨를 앞으로 다섯 번, 뒤로 다섯 번 크게 돌립니다. 아침 빛을 받으며 몸을 깨우는 일은 하루의 리듬을 일정하게 잡아 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여유가 될 때, 나만의 수면 원칙 세 줄 쓰기. ① 손바닥만 한 카드를 한 장 준비합니다. ② 첫 줄에 나의 기상 시간, 둘째 줄에 커피를 마시는 마지막 시간, 셋째 줄에 잠들기 전 의식 하나를 적습니다. 예를 들면 아침 일곱 시 기상, 커피는 점심까지, 자기 전 스탠드 켜고 내일 할 일 적기처럼요. ③ 카드를 침대 옆에 세워 두고 잠들기 전에 한 번 읽습니다. ④ 가족에게도 보여 주며 내 잠을 위해 도와줄 수 있는 일을 함께 이야기해 봅니다. 눈에 보이는 곳에 적어 둔 약속은 흔들리는 날에도 다시 돌아올 자리가 되어 줄 수 있어요.

살며시 당부
잠 못 드는 밤이 오래 이어지거나 낮 생활이 힘들 만큼 지친다면 혼자 견디지 마시고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상담을 받아 보세요. 향은 사람마다 느낌이 다를 수 있으니 원액을 피부에 직접 바르지 말고 손수건 등에 소량만 사용하시길 권합니다.
누군가의 밤을 지키는 사람에게도 지켜져야 할 밤이 있습니다. 오늘 밤 스탠드의 은은한 불빛 아래에서, 정돈된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나에게 고생 많았다고 다정하게 말해 주세요. 내일 아침 커튼을 열 때, 그 작은 약속 하나가 당신의 하루를 조금 더 단단하게 받쳐 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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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미희 칼럼니스트
아로마테라피스트·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병원동행매니저 자격을 가진 김미희 칼럼니스트는 부모님을 직접 돌본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과 같은 처지의 돌봄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글을 씁니다. 코리안투데이 인천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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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희 기자: incheonsouth@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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