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실버 브릿지] 제5권 · 제10장 · “흉년에 논을 사지 말라”는 말을 다시 들은 날
지난달 서울 강남의 한 세무법인 상담실에서, 저는 일흔을 앞둔 건물주 한 분과 마주 앉아 있었습니다. 그분은 자녀 셋에게 어떻게 재산을 나눠야 할지 몇 달째 잠을 설쳤다고 하셨습니다. "세율이 무서운 게…

[섬에서 온 인공지능] 제1권 · 제15장 · 손으로 옮겨 적던 공문 한 장이 남긴 것과 남기지 못한 것
지난 화요일 오후, 강화군 화도면의 한 마을회관에서였습니다. 이장님이 창가 탁자에 앉아 면사무소에서 온 공문을 공책에 옮겨 적고 계셨습니다. 볼펜 끝이 종이를 누르는 소리가 조용한 회관 안에 또박또박 들렸습니다. 제가…

[실버 브릿지] 제5권 · 제9장 · 할머니의 매출, 우리가 다시 봐야 할 시간
항저우의 한 스튜디오, 조명이 켜지자 칠순의 여성이 카메라 앞에서 등을 곧게 폈습니다. 손에는 홍삼 제품이 들려 있었고, 화면 아래로는 실시간 댓글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뒷모습을 지켜보며 오늘은 노인의 '경제…

[섬에서 온 인공지능] 제1권 · 제14장 · 화면이 멈춘 경로당에서 배운, 기술보다 먼저 와야 할 것들
지난주 수요일 오후, 강화군 화도면의 한 경로당에서였습니다. 면사무소에서 부탁을 받아 어르신들께 인공지능 이야기를 해 드리기로 한 날이었는데, 준비해 간 영상이 화면에서 한참을 돌다가 멈추고 다시 돌기를 반복했습니다. 저는 노트북…

[실버 브릿지] 제5권 · 제8장 · 팔찌와 스피커, 두 나라 노년이 닮아가는 순간
지난 초여름, 산둥성 웨이하이의 한 지역사회 양로서비스센터를 찾았을 때 저는 손목에 은색 팔찌를 찬 할머니 한 분을 만났습니다. 팔찌를 가리키며 "이게 넘어지면 바로 아들한테 알려줘요"라고 말씀하시던 그 목소리가, 며칠 전…

[섬에서 온 인공지능] 제1권 · 제13장 · 코드를 짜는 손이 아니라 사람을 아는 손이 필요한 자리가 있습니다
지난 화요일 아침, 강화읍 풍물시장 어귀에서 저는 순무김치를 파시는 할머니 한 분과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일흔둘이라는 할머니는 스마트폰을 꺼내 보이시며 "손자가 이거로 물건 팔 수 있다는데, 나는 글자 찍는…

찻잔을 나란히 놓듯, 돌봄을 나누는 대화
위아쌤 마음돌봄 신호 · 제 14회글 김미희 칼럼니스트오늘도 병원 예약을 잡고, 약통을 채우고,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반찬을 챙겨 드리고 돌아오는 길이었을지 모릅니다. 문득 '왜 이 일은 늘 나 혼자일까' 하는 생각이…

천년의 성리학 프레임이 깨졌다…AI가 다시 읽은 《도덕경》·《장자》·《대학》의 원문
인공지능(AI)이 동양 고전의 방대한 출토 문헌(무덤·유적·죽간·백서 등에서 새로 발견된 고대 문헌)을 학습하면서, 수백 년 동안 절대적 권위처럼 받아들여졌던 유교적 주석 전통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고전 번역 학계와 한국고전번역원 등 연구…

[섬에서 온 인공지능] 제1권 · 제12장 · 손님을 부르는 사진은 마을을 가장 오래 들여다본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지난주 목요일 아침, 외포리 선착장 뒤편 민박집 마당에서 주인아주머니가 휴대폰을 든 채 한참을 서 계셨습니다. 담장을 타고 넘어온 능소화를 찍는 중이었는데, 몸을 낮췄다 옆으로 옮겼다 하며 열 번은 더…

[실버 브릿지] 제5권 · 제7장 · 국경을 넘는 노년, 인천공항에서 만난 두 개의 여권
인천공항 3층 라운지에서 저는 낡은 캐리어 옆에 나란히 앉은 노부부를 만났습니다. 한 분은 여권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계속 넘겨 보고 계셨고, 다른 한 분은 창밖으로 활주로를 바라보며 "이제 진짜 가는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