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진
[실버 브릿지] 제5권 · 제13장 · 손목 파스 냄새로 남은 사랑, 격대교육의 무게를 묻다
서대문구의 한 노인복지관 로비에서, 저는 손주의 그림책 가방을 무릎에 올려놓고 순서를 기다리는 한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인터뷰를 청하자 그분은 손사래부터 치셨습니다. "이게 뭐 대단한 얘기라고." 하지만 이야기가 시작되자 삼십 분이 훌쩍…

[실버 브릿지] 제5권 · 제12장 · 저는 노원구 밥상에서 베이징 체스판까지 걸어가 보았습니다
저는 몇 해 전 노원구의 한 다세대주택 2층 계단을 오르며, 초인종을 누르기 전부터 이미 반찬 냄새를 맡았습니다. 문을 연 것은 77세의 김씨 할머니였고, 그 뒤로 밥상을 차리다 말고 고개를 내민…

[실버 브릿지] 제5권 · 제11장 · 0.02밀리미터의 비밀, 손끝에서 손끝으로 이어지다
몇 해 전 경기도의 한 금형 공장에서 만난 예순여덟 살의 장인은 저에게 도면 한 장을 내밀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기, 이 숫자는 0.02밀리미터입니다. 근데 도면에는 이게 안 보여요. 손으로만 알아요." 그…

[실버 브릿지] 제5권 · 제10장 · “흉년에 논을 사지 말라”는 말을 다시 들은 날
지난달 서울 강남의 한 세무법인 상담실에서, 저는 일흔을 앞둔 건물주 한 분과 마주 앉아 있었습니다. 그분은 자녀 셋에게 어떻게 재산을 나눠야 할지 몇 달째 잠을 설쳤다고 하셨습니다. "세율이 무서운 게…

[실버 브릿지] 제5권 · 제9장 · 할머니의 매출, 우리가 다시 봐야 할 시간
항저우의 한 스튜디오, 조명이 켜지자 칠순의 여성이 카메라 앞에서 등을 곧게 폈습니다. 손에는 홍삼 제품이 들려 있었고, 화면 아래로는 실시간 댓글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뒷모습을 지켜보며 오늘은 노인의 '경제…

[실버 브릿지] 제5권 · 제8장 · 팔찌와 스피커, 두 나라 노년이 닮아가는 순간
지난 초여름, 산둥성 웨이하이의 한 지역사회 양로서비스센터를 찾았을 때 저는 손목에 은색 팔찌를 찬 할머니 한 분을 만났습니다. 팔찌를 가리키며 "이게 넘어지면 바로 아들한테 알려줘요"라고 말씀하시던 그 목소리가, 며칠 전…

[실버 브릿지] 제5권 · 제7장 · 국경을 넘는 노년, 인천공항에서 만난 두 개의 여권
인천공항 3층 라운지에서 저는 낡은 캐리어 옆에 나란히 앉은 노부부를 만났습니다. 한 분은 여권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계속 넘겨 보고 계셨고, 다른 한 분은 창밖으로 활주로를 바라보며 "이제 진짜 가는구나"…

[실버 브릿지] 제5권 · 제6장 · 청두의 여성이 남긴 한 마디, 한중 연금의 불안을 잇다
몇 해 전 서울 구로의 한 경로당에서 만난 어르신 한 분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국민연금을 받고 계시냐고 여쭤보니 "받긴 받는데, 그걸로 병원비도 못 낸다"며 웃으셨습니다. 그 웃음이 왜 그렇게 오래…

[실버 브릿지] 제5권 · 제5장 · 전화벨이 울리지 않는 집, 법이 채울 수 있는 자리
저는 몇 해 전, 서울 변두리의 한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을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상담사 한 분이 오래된 상담일지 더미를 앞에 두고, 신고 전화를 받을 때마다 목소리 톤을 어떻게 낮추는지 제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银色桥梁] 第4卷 · 第23章 · 경주 돌계단, 시안 야경 — 두 고도(古都)가 노년에게 건네는 서로 다른 위로
去年深秋,我在庆州佛国寺的石阶上遇见一对来自青岛的老夫妇。他们没有跟团,也没有导游举着小旗,只是各自撑着一根登山杖,走走停停,偶尔停下来看一看石灯台上斑驳的青苔。我问他们为什么选庆州,先生想了想,说了一句让我记到现在的话:"西安去过太多次了,那里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