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진
[실버 브릿지] 제4권 · 제19장 · 청두 차관과 전주 돌담길, 두 개의 슬로 라이프
지난가을, 저는 청두 인민공원 안쪽 학명차관(鶴鳴茶館)의 죽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아침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도 자리는 이미 절반 넘게 어르신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자스민차 한 주전자를 시키고 옆자리 어르신께 말을 건넸더니, 그분은…

[실버 브릿지] 제4권 · 제18장 · 와이탄과 해운대, 두 노인대학에서 만난 같은 질문
새벽 다섯 시 반, 상하이 와이탄의 화강암 난간 앞에 섰을 때 저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강바람을 맞으며 태극권을 하는 어르신들의 대열이 어찌나 정연한지, 마치 오래 손발을 맞춘 합창단 같았습니다. 그…

[실버 브릿지] 제4권 · 제17장 · 리 선생의 15분과 김 여사의 14km, 두 노년의 하루
이른 아침 취재를 다니다 보면 유독 마음에 오래 남는 장면이 있습니다. 베이징 차오양구의 어느 단지 광장, 아직 해도 다 뜨지 않은 시간에 태극권 동호회원 마흔 명 남짓이 천천히 팔을 뻗던…

[银色桥梁] 第4卷 · 第11章 · 철로 위의 5성급 요양원, 소도시에 뿌리내린 액티브 시니어
지난달 구로 지부 사무실에 들렀을 때, 70대 초반의 어르신 두 분이 나란히 앉아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계셨다. 무엇을 그렇게 열심히 비교하시냐고 여쭤보니, 한 분이 웃으며 화면을 돌려 보여주셨다. 하나투어 앱의…

[실버 브릿지] 제4권 · 제16장 · 꼬리 흔드는 존재, 손주보다 자주 곁에 있다는 것
몇 해 전 상하이 푸둥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왕(王) 할머니를 만났을 때, 저는 인터뷰 노트보다 먼저 발치를 맴도는 작은 개 한 마리에 눈이 갔습니다. 할머니는 제 질문에 답하는 중간중간 손을 뻗어…

[실버 브릿지] 제4권 · 제15장 · 손녀의 카메라 앞에 선 할머니, 저는 거기서 다른 노년을 보았습니다
저는 지난해 서울의 한 촬영 현장에서 손녀가 할머니의 얼굴에 조명을 맞추는 장면을 오래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할머니는 렌즈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웃었고, 손녀는 그 옆에서 대본도 없이 "할머니, 오늘은 무슨 영상…

[실버 브릿지] 제4권 · 제14장 · 경극 보는 왕 할머니, 판소리 듣는 노부부 — 제가 만난 두 무대
몇 해 전 베이징 첸먼 근처 장안대극원에서였습니다.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 객석 앞줄에 앉은 백발의 관객 몇 분이 손에 든 접부채를 가볍게 매만지며 무대를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그중 한 분이 제게 나지막이…

[실버 브릿지] 제4권 · 제13장 · 새벽 5시 50분 톈탄공원에서 만난 광장무, 저는 그 리듬을 다시 배웠습니다
새벽 5시 50분, 베이징 톈탄공원 회랑에 도착했을 때 저는 아직 하늘도 채 밝지 않은 시각에 이토록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는 사실에 먼저 놀랐습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몸을 풀던 한…

[银色桥梁] 第4卷 · 第8章 · 아버지의 카톡을 지우던 날 — 0과 1로 남은 유산을 생각하다
얼마 전 취재 중 만난 한 독자가 내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그의 스마트폰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몇 달째 서랍 속에 넣어두고만 있었다는 것이다. "지우자니 아버지의 마지막…

[실버 브릿지] 제4권 · 제12장 · 드라마 앞에 앉은 저녁, 그 침묵까지 담고 싶었습니다
저녁 여섯 시 반이 넘으면 종로3가 뒷골목 국숫집 주인 이복순 할머니는 손님이 남아 있어도 슬쩍 벽시계를 보십니다. 일곱 시가 되면 어김없이 텔레비전 채널을 일일드라마에 맞추고, 그때부터 삼십 분은 누가 불러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