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진
[실버 브릿지] 제4권 · 제11장 · 길 위에서 다시 청춘을, 구로에서 만난 어르신의 질문 하나
저는 지난달 구로의 한 경로당에서 어르신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예상치 못한 질문 하나를 받았습니다. "박 기자, 다음 달에 어디 가느냐고 서로한테 그렇게 물어. 이상해?" 저는 이상하지 않다고, 오히려 그게…

[실버 브릿지] 제4권 · 제10장 · 오후 두 시, 화투판과 마작판 사이에서 만난 노년
제가 이 원고를 쓰기로 마음먹은 건, 사실 아주 사소한 장면 때문이었습니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경로당 문을 열었을 때, 아랫목에 둘러앉아 화투를 치던 어르신들이 저를 보고는 "밥은 먹고 다니냐"며 자리부터…

[실버 브릿지] 제4권 · 제9장 · 톈탄공원 광장에서 제가 본 것, 종로 노래방에서 다시 본 것
저는 그날 저녁 6시, 베이징 톈탄공원 입구에 서서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한 줄에 맞춰 족히 백 명은 되어 보이는 어머니들이 동시에 팔을 뻗고 발을 굴렀습니다. 취재 수첩을…

[실버 브릿지] 제4권 · 제8장 · 아버지의 스마트폰 앞에서, 저는 유품의 정의를 다시 썼습니다
취재를 다니다 보면 유품이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반지, 만년필, 손때 묻은 일기장 같은 것들이요. 그런데 어느 유족을 만난 자리에서 저는 처음으로 다른 종류의 유품을 마주했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스마트폰이었습니다. 화면을 켜면…

[실버 브릿지] 제4권 · 제7장 · 할머니의 떨리는 손끝에서 본 것은 사기가 아니라 외로움이었다
지난겨울, 서울 구로구의 한 경로당에서 저는 한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고, 화면에는 낯선 번호로 걸려온 부재중 전화가 세 통이나 찍혀 있었습니다. "손자 목소리였어요. 다급하게 돈을 보내달라고 하는데, 진짜…

[실버 브릿지] 제4권 · 제6장 · 매일 아침 앱이 물 마시라고 알려줘요, 어느 어르신의 하루
서울 구로구의 한 경로당, 김순옥 어르신을 처음 뵌 건 늦여름 오후였습니다. 손에 든 스마트폰 화면에는 알림창이 떠 있었고, 어르신은 그걸 저에게 자랑하듯 보여주셨습니다. "이거 보세요. 물 마시라고 알려주는 거예요." 저는…

[실버 브릿지] 제4권 · 제5장 · 어르신의 손끝이 짚어낸 화면, 한중 노년의 새 교실
지난해 겨울, 서울 어느 노인복지관의 디지털배움터 강의실에서 저는 한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스마트폰 화면 속 강사를 따라 손가락으로 노트를 짚어가며, "여기를 누르면 되는 거죠?" 하고 몇 번이고 되묻던 그분의 목소리가 아직도…

[실버 브릿지] 제4권 · 제4장 · 번호표 대신 손끝으로, 그 사이에서 만난 어르신들
지난겨울 서울 구로의 한 은행 지점 앞에서, 저는 돋보기안경을 쓰고 스마트폰 화면을 한참 들여다보던 할머니 한 분을 만났습니다. 번호표를 뽑고도 두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를 듣고서야, 할머니는 가방에서 조심스레…

[실버 브릿지] 제4권 · 제3장 · QR코드 앞에서 굳어버린 손, 그 뒤의 이야기
서울 구로의 한 식당에서였습니다. "카드는 안 받습니다. QR로 찍어주세요." 종업원의 무심한 한마디에, 제 앞에서 밥을 먹던 78세 어르신의 얼굴이 순간 굳어버리는 것을 저는 보았습니다.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려던 손이 허공에서 잠시…

[실버 브릿지] 제4권 · 제2장 · 카메라 앞의 두 할머니, 田姥姥와 박막례가 갈라진 지점
취재 수첩을 펴놓고 두 개의 화면을 나란히 띄워 놓은 적이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중국 抖音의 '我是田姥姥'가 며느리와 티격태격하는 60초짜리 콩트를 찍고 있었고, 다른 쪽에서는 박막례 할머니가 손녀 김유라 PD와 함께 8분짜리…
